2025. 5. 영화 정산
REVIEW/MOVIE REVIEW 2025. 6. 17.
2025. 5. 영화 정산
펄프 픽션(1994)
파과(2025)
펄프 픽션(1994) - 2025. 5. 4.
■ 스포일러 주의
꽤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이걸 이제서야 봤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이던데 이전 그의 저수지의 개들을 보았던 때를 생각하면 감독의 취향을 알 것도 같았다. 펄프 픽션이란 싸구려 종이에 인쇄된 소설들. 특히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기에 짧은 내용 안에 자극적인 스토리를 구겨 넣었다던데, 그러한 펄프 픽션을 고스란히 영상화했다는 감상이다. 내용 자체가 엄청나게 획기적이고 재미있다기보다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구조가 참신했달까? 처음 주인공처럼 등장한 캐릭터는 나중에 허무하게 죽고, 조연인 줄 알았던 캐릭터가 나중에 뜻깊은 대사를 하고 그런 식. 사실 잔인하고 더럽고 천박한 내용들도 가득하기에 내 취향이 아닐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런 게 내 취향인가? 생각 이상으로 너무 잘 봤다. 난 플랫한 시간선의 진행보다 이것저것 뒤죽박죽 섞어놓고 하는 게 확실히 취향인 듯. 획기적인 게 좋다.
작중에 미아 윌레스(너무 아름다워 미쳤어)와 빈센트 베가가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정말 촌스러워서 눈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건 그 시대에는 이 춤이 대 히트를 쳐서 명장면으로 남았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시대는 다르구나.
파과(2025) - 2025. 5. 7.
■ 스포일러 주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에 대해서 정말정말 할 말이 많은데 말입니다. 멋진 이혜영 씨 말고는 정말 불미스러운 영화였다. 내가 원작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렸는데 사실상 원작이 있는 영화라면 원작을 본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 시일도 오래 지났고 이미 그날 주변 사람들에게 온갖 불호를 떠벌렸던지라 이곳에 적을 게 많이 남진 않았다. 내가 소설 파과에서 마음에 들어 했던 부분은 단순히 여성 노인 킬러를 다룬 것 이상으로 소설에 묻어나는 배경에서 우리나라의 소외받는 계층을 다루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없다. "난 당신 어머니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던 조각의 말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마지막에 은퇴도 하지 않고 그녀가 강의 가족을 바라보며 부러워했던 평범한 삶을 영위하지도 않는다. 그냥 갑자기 정의로운 사람이 됐다. 영화화를 거치며 소설이 너무 진부해져 버렸다. 실장의 역할 비중도 이상하게 추가되었으면서 소설을 보지 않으면 조각과 어떤 관계인지 자세히 파악하기 어렵다. 원작의 투우는 미스터리한 맛이 있었는데 이 소설은 너무 다 보여준다. 그냥 성가신 남자아이 같다. 카페에서 둘이 대화하는 장면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너네가 그렇게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할 사이였니?) 꽃다발 있다고 황급히 도망치는 투우의 모습도 그냥 우습기만 했다. 조각이 투우를 떠올리는 장면도 마지막에 가서야 "이제 약은 잘 삼키니"라는 말로 맺는 여운이 있는데 중간에 열심히 서류를 뒤지고 열심히 회상을 해대니 그러한 여운이 남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투우는 그냥 매력이라는 게 없어진 것 같다. 내가 상상한 투우의 모습과 상당한 괴리가 있었던 문제도 있지만 이건 배우 잘못이라기보단 캐스팅하는 사람의 잘못 같으니 뭐 어쩌겠습니까.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건 처음 타이틀이 나오기 전에 나왔던 영상 편집. 아름다워서 기대가 되었는데 날 배반할 줄이야.
처음 조각이 칼에 맞는 장면도 원래는 남자가 별 비중이 없었는데 같은 방역업체 사람으로 바꾼 건 나름의 서사가 추가되어 좋았다. 하지만 둘이 싸우다가 지켜보던 투우가 개입해서 일을 처리한 건 진짜 개 별로였으니 제발 조각의 길에 방해가 되지 말아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굳이 클럽 같은 곳 집어넣어서 촬영한 것도 구리고 생각 이상으로 폭력의 수위가 상당히 높아서 놀라기도 했다.
떠들다 보니 가장 구렸던 점은 역시 강의 가게에 들어와 개를 어쩌고 하면서 중이병 패악질을 부린 투우였던 것 같다. 이 장면 진짜 짜증 났다. 나였으면 바로 경찰 부름.
본 지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날 줄 알았는데 또 쓰니까 뭐가 줄줄 나온다.
전반적으로 세련된 소설에 한국 영화의 진부함과 촌스러움을 전부 그대로 답습해 욱여넣은 영화였다. 제발 이러지 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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