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영화 정산
REVIEW/MOVIE REVIEW 2025. 5. 1.2025. 3. 영화 정산
사냥꾼의 밤 (1955)
퇴마록 (2025)
양들의 침묵 (1991)
미키 17 (2025)
12명의 성난 사람들 (1957)
콘클라베 (2025)
틱, 틱...붐! (2021)
불량 공주 모모코(2004)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디아더스(2001)
플로우(2024)
라스트 마일(2024)
사냥꾼의 밤(1955) - 2025. 3. 3.
■ 스포일러 주의
친구가 특이한 캐릭터가 나온다고 알려줘서 보게 된 작품. 1시간 33분의 짧은 영화라 부담 없이 봤다. 손가락 마디에 문신을 한 캐릭터의 시초 중 하나가 이 영화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아버지에게서 은행에서 훔친 돈의 위치를 전달받은 주인공 남매의 집에 해리 파웰이라는 범죄자가 찾아온다. 그는 남매의 어머니를 거짓으로 유혹해 결혼을 하고 훔친 돈의 행방을 찾으려 한다. 결국 어머니는 살해당하고 아이들은 범죄자를 피해 도망 다니는 내용. 나는 잘 모르지만 성경의 내용을 많이 따온 것 같다. 이 남자 살인마에게 맞서 싸운 상대가 고아들을 거두어준 중년 여성이라는 점이 참 좋았다. 이 살인마가 부인의 집에 서성거리면서 노래를 부를 때 기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화음 넣으면서 같이 노래 불러주는 게 제법 웃기기도 했다. 마지막에 해리가 경찰에게 붙잡힐 때 PTSD가 눌려서 잡아가지 말라고 외치던 주인공의 모습이 마음 아프기도 했고.
오래된 흑백영화임에도 탁월한 미장센을 감상했는데(평점을 좋게 준 이유 중 하나), 빛과 그림자를 통한 연출은 지금의 컬러 영화보다도 당시의 흑백 영화에서 더욱 부각될 수 있었을 것 같다. 또한 빠른 전개가 주가 된 지금과는 달리 자연물의 영상을 삽입하거나 노래를 넣거나 하는 점에서 동화나 디즈니의 느낌을 받기도 했다.
퇴마록(2025) - 2025. 3. 5.
■ 스포일러 주의
나는 퇴마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판타지 소설에서 제목대로 퇴마를 하나보다~ 하는 것뿐. 그러나 이번에 개봉한 퇴마록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영화치고는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는 후기를 보고,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에서 보게 되었다. 확실히 사람들의 평가대로 아케인의 캐릭터 조형을 많이 닮기도 한 것 같았는데, GS25나 레츠비, 버스 등 우리나라의 감성을 많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참 좋았다. 그나저나 GS25 장면이 정말 길게 나오던데 투자 받았나?
전개가 좀 빠르기도 했는데 프롤로그 격인 이 영화에서 캐릭터들의 비하인드를 A부터 Z까지 모두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감안해야 할 부분 같다. 남자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아쉽기도 했는데 이건 원작을 따랐을 테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일 테고. 앞부분에 나왔던 승희가 클라이맥스에서 등장하기를 목빠지게 기다렸는데 결국 나오지 않았다. 그저 퇴마록 원작 팬들을 위해 미리 넣어둔 캐릭터였나보다.
캐릭터 디자인이 훌륭하다. 박신부나 서교주를 포함해 크리쳐 디자인들도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았다. 50만 관객을 넘었다던데 후속작도 계속 나와주면 좋겠다. 저는 퇴마록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보았다고요.
별개로 4DX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보러 가기 전 친구가 "우리가 퇴마당하나요?" 라는 말을 했던 게 하필 클라이맥스에서 생각나버려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바닥에 내던져진 제물이 되었다가, 적에게 당하는 주인공들이 되었다가, 퇴마 당하는 서교주가 되었다가. 아무튼 뚜드려 맞는 모든 것이 되었다. 클라이맥스에서 소리가 컸던지라 나의 웃음소리가 묻혀서 정말 다행이었다.
양들의 침묵(1991) - 2025. 3. 10.
■ 스포일러 주의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건만 OTT나 대여 서비스 그 어디에도 양들의 침묵을 찾을 수가 없어서 못 보던 차에 롯데시네마에서 재개봉했다. 포스터에 그려진 나방이 무서워서 좀 떨리긴 했지만 벌레 나오는 특정 장면을 제외하고는 잘 볼 수 있었다. 오히려 잔인한 게 문제였지. 한 줄 요약하자면 캐릭터의 서사가 잘 반영된, 정석적인 추리 스릴러 영화였다. 단순히 범인을 색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한니발 렉터와 이야기를 나누며 클라리스는 내재되어 있던 자신의 트라우마를 대면하고 극복하며 성장한다. 1991년에 만들어진 영화에서는 기대할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여성차별 문제 또한 눈에 띄게 다루고 있었다. 수많은 남자들 사이에 홀로 서 있는 클라리스. 그 장면에서 의도된 불편감을 느꼈다.
정말 정말 유명한 한니발 렉터가 등장하는 영화인데, 다 보고 나서 한니발이 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었달까. 범죄자임에도 교양과 신비로움, 그리고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의 조력자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클라리스가 너무 좋았다. 이 고전 영화의 주인공이 FBI 수습생인 여성 캐릭터라고? 조디 포스터가 너무 예쁘기까지 했다. 진짜 너무 아름다웠다. 어디서 본 얼굴인가 싶더니 콘택트의 주인공이었더라. 이 얼굴상이 대충 어떤 캐릭터에 결부되는지 알 것 같았다.
미키 17(2025) - 2025. 3. 11.
■ 스포일러 주의
봉준호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 빼고는 아무것도 모르고 본 영화. 아! 하나 더 있긴 했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면서 만들어진 우리나라만의, 미감 다 죽은 포스터. 제발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얌전히 포스터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워낙에 나는 SF+디스토피아 분위기의 영화에는 큰 가산점을 먹고 들어가기도 하는데, 미키 17은 다른 것보다도 오타쿠적으로 좋았다. 이렇게 순종적인 미키일 수가 있나··· 그리고 이렇게 반항적인 미키일 수가 있나. 나샤가 왜 미키 17과 미키 18을 둘 다 가지고 싶어 했는지 알 것도 같다. 과연 나와 같은 불순한 마음이었을까? 어쩌겠어요! 제 취향이 이런데.
대놓고 풍자가 가득한 영화인데, 영화 개봉 시기가 시기인 만큼 우리나라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키고 트럼프가 당선되기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영화라고? 정말 믿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는 영화의 내용이 너무 친절하고 떠먹여 주는 식이라 별로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
12명의 성난 사람들(1957) - 2025. 3. 12.
■ 스포일러 주의
사실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이전 연극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제목대로 남자들이 엄청 성난 상태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데, 남자가 히스테릭하게 소리 지르고 욕설을 하는 걸 듣기 힘들어해서 우리나라의 범죄누아르 영화조차 거르는 나로서는 정말 힘든 연극이었던 거다. 하지만 영화로 보니 한국적인 톤의 한국말로 된 고함이 안 나와서 그런가, 훨씬 보기 편했다.
배심원으로 선정된 12명의 남자들이(여자는 없다. 하하!) 한 아이의 사형 찬반을 두고 토론하는 이야기. 모두가 찬성에 손을 드는 가운데 단 한 명만이 반대투표를 했고, 그때부터 소년의 목숨을 두고 토론이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는 우리가 민주주의를 살아가며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인물 유형이 등장한다. 의심하는 사람, 자아 없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의탁하는 사람,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키는 사람, 자신이 틀렸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억지로 남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 등. 민주주의, 그리고 투표의 빛과 그림자를 잘 드러낸 영화인지라 교육용으로도 손색없다.
연극으로 만들기 딱 좋은 플롯이긴 한데 워낙에 영화 자체도 잘 만들어진지라 굳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콘클라베(2025) - 2025. 3. 15.
■ 스포일러 주의
나는 무신론자인지라 천주교에 대한 지식이 0에 가까워 과연 이해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물론 100%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메시지는 다 이해할 수 있었다. 내용은 교황의 죽음으로 시작하는데, 앞부분 시작만 보았을 때는 분위기가 긴박하고 불안 불안해서 스릴러로 착각할 뻔했다.
신을 받들어 모시는, 대단한 자리의 추기경들이지만 바티칸에 모여 콘클라베에 참여하게 된 그들 사이에는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차별과 이기심, 파 등이 보인다. 공유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앉고, 수녀들은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추기경들 옆에서 음식을 만들고 나른다. 성추문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교황이 되기 위해 조작을 감행한다. 선대 교황의 결정으로 비밀리에 추기경이 되었던 베니테스 추기경은 이미지에서도 보다시피 외지인처럼 떨어져 있다.
결국 주인공 로렌스 추기경이 다수의 득표를 할까 하는 분위기에 접어들던 차, 테러 사건이 발생하고(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을 때 건물이 무너지며 빛이 흘러들어오던 그 장면이 천벌 같고 웃겼다), 추기경들끼리 논의하던 중 보수파인 테데스코에 맞서 진솔한 의견을 내놓은 베니테스 추기경은 결국 그다음날 콘클라베에서 다수의 득표를 차지하며 교황의 자리에 오른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긴장감을 잘 유지하면서도 미장센까지 담아낸, 잘 만든 영화다 싶었겠지만, 그 다음 반전이 일어난다. 실은 베니테스 추기경은 인터섹스였던 것. 그 사실이 밝혀질 때 영화관에서도 헉, 하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해 보면 참 우습다. 성별이 그 사람의 바람직한 인격을 상쇄시킬 정도로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알지 못하면 그 누구도 베니테스에게 문제 삼지 못할 부분이라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특히 신의 이름 아래에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틱, 틱... 붐!(2021) - 2025. 3. 16.
■ 스포일러 주의
뮤지컬 영화라 꽤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현대 사회를 조명하는 뮤지컬은 그다지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알고 보니 뮤지컬 렌트를 만든 사람에 대한 전기였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스토리가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하기도 했다. 30살이 되면 뭐라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때가 지나가면 인생이 망하는 것처럼 나오는 것도 내 생각과는 많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만큼은 넘버가 참 좋았다. 해밀턴을 작곡한 사람이 틱틱붐도 연출을 맡았다고 하는데(음악은 조너선 라슨이 만든 거였다) 그 사람은 이런 전기를 뮤지컬로 만드는 걸 좋아하나 보다. 오히려 작중에서 조너선 라슨이 만들려 했던 뮤지컬의 스토리가 더 흥미로워 보였다.
불량공주 모모코(2004) - 2025. 3. 17.
■ 스포일러 주의
성향이 정반대인 두 여자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친구가 되는 이야기. 정말 안 맞을 것 같음에도 조금씩 서로를 드러내고 위하며 친해지게 된 여자들의 우정이 아름답다. 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더럽고 저급한 연출이 솔직히 나로서는 견디기 어려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남자가 너무 많이 나온다! 방황하던 이치고를 정신적으로 구해주었던 폭주족 총장 아키미도 결국은 주인공들이 빠칭코에서 만난 남자인 류지와 사랑에 빠져 폭주족을 탈퇴하기에 이른다. 이치고도 류지를 짝사랑했고. 리젠트 머리를 한 개그 캐릭터는 정말 정말 내 취향이 아니기에(별로 보고 싶지 않네요) 나의 평점을 깎아먹기에 이르렀다. 얘들아, 구태여 남자 좋아하지 말고 그냥 둘이 영원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거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 2025. 3. 19.
■ 스포일러 주의
안타깝지만 나는 정적인 로맨스 영화는 그다지 취향에 들기 어려운 모양이다. 착취 없는 시선, 평등한 캐릭터들, 그리고 1700년대의 여성의 삶과 고초를 녹여낸 점은 좋았다. 이런 여성의 일면을 내세운 영화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는 큰 끌림이 없었던 듯하여 아쉽다.
디아더스(2001) - 2025. 3. 25.
■ 스포일러 주의
아주 어렸을 때 TV에서 특정한 장면을 보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었는데, 대체 어떤 영화에 나왔었는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2025년에 와서야 그 장면이 나왔던 영화를 찾게 되었다. 바로 디아더스였다!
CoC를 플레이하는 사람이라 설정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사실은 저택에 사는 모두가 알고 보면 죽은 사람들이고, 발생하는 기현상들은 인간이 행하는 것. 영화를 보다 보면 사실은 등장인물들이 죽은 인물들이라는 암시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사실은 어머니가 아이를 죽이게 된 이유가 전쟁 당시 군인들에게 들키기 않기 위해 소리를 막으려 베개로 얼굴을 막았다가 죽인 거라는 설도 있던데 그렇다면 너무 슬프다.
플로우(2024) - 2025. 3. 29.
■ 스포일러 주의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엽다. 귀여운 것만으로도 플로우는 자신이 다해야 할 사명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다. 아동도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에 대체 뭘 바라!? 이 영화는 사람 목소리 없이 오로지 동물 울음소리로만 내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루할까 봐 걱정했는데, 웬걸. 생각 이상으로 급박한 전개에 쉴 틈 없이 사건이 이어져서 지겨워할 새 없이 끝까지 다 보게 되었다. 하늘로 승천해 버린 뱀잡이수리는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게 왜 이렇게 된 건지 궁금하고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이해도 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일 뿐, 너무 잘 보고 왔다. 마침 리클라이너로 예매해서 거의 눕다시피 하고 보고 왔기에 만족도가 더 올라갔다.
라스트 마일(2024) - 2025. 3. 30.
■ 스포일러 주의
언내추럴과 MIU404를 만든 제작진이 영화인지라 두 시리즈를 다 본 친구 세 명과 함께 네 명이서 영화관을 찾았다. 솔직히 말해서 여주인공의 행보가 너무 사측이라서 두드러기가 날 것만큼의 거부감이 심했다. 나는 그래도 잘 보는 편일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의 쿠팡이나, 주 7일 배송을 추진하려 하는 기타 운송회사들이 많이 생각났는데 일본도 사회상은 비슷한가 보다. 불만이라면 경찰들이 아무것도 힘을 못 쓰고 택배 회사의 직원들이 일을 해결했다는 거. 그리고 조금은 뜬금없게 느껴진, 우연히 희생자가 될 뻔한 집에 있었던 견고한 세탁기. 너무 사측의 미가 철철 넘쳐서 그런지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행보를 고친 것도 조금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미우와 언내추럴 캐릭터들의 등장도 반갑기는 했으나 스토리상 산만하다는 느낌도 들었고 말이다. 하지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좋았다. 우리나라 업계들이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구나.
3월까지 너무 많은 영화를 봐서 후기를 쓰는 데 진이 다 빠진다. 4월부터는 적당히 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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