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오랫동안 위시에 있던 양귀자 씨의 「모순」을 읽었다. 독서모임을 시작했던 초반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눈 깜짝할 새 읽어버릴 만큼 엄청 흥미진진하게 읽었기에 「모순」에 대한 기대도 컸다. 작가가 1998년에 펴낸 이후로 나소내금보다 훨씬 더 상위권 랭킹을 계속 차지하고 있는 책이니 그만큼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보다도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니 읽고 싶어질 수밖에. 이번 책은 독서모임에서 조금 독특한 방식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바로 교환 독서. 함께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 세 명이서 실물책 세 권을 돌려 읽으며 책에 메모를 하는 것이다. 나도 모순을 읽으며 나의 생각을 적고 마음에 드는 문장에 열심히 밑줄을 쳤다. 다음으로 이 책을 ..


호프 자런 「랩 걸」 후기: 성공 뒤의 열정과 노력 어느덧 마지막 독서모임 책이 다가왔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정말 많아 보였는데 이걸 결국 해낸 나 자신에게 박수를! 하지만 마지막이라서 그런 건지 10주 차의 선정 도서 페이지가 400페이지가 넘어가서 마음속으로 강사님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다른 책들도 한 주에 책 한 권을 다 소화하느라 허덕거렸는데 400페이지라니요. 저는 백수가 아니란 말이에요. 만약 갑작스럽게 잡힌 대선으로 인해 한 주 휴식이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책을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비극적이게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과학 분야에 그리 관심이 없는 인간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나도 과학을 위해 작가처럼 혼신을 다하고 싶다거나, 새로운 사실의 발견을 ..


2025. 5. 영화 정산 펄프 픽션(1994)파과(2025) 펄프 픽션(1994) - 2025. 5. 4. 더보기■ 스포일러 주의 꽤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이걸 이제서야 봤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이던데 이전 그의 저수지의 개들을 보았던 때를 생각하면 감독의 취향을 알 것도 같았다. 펄프 픽션이란 싸구려 종이에 인쇄된 소설들. 특히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기에 짧은 내용 안에 자극적인 스토리를 구겨 넣었다던데, 그러한 펄프 픽션을 고스란히 영상화했다는 감상이다. 내용 자체가 엄청나게 획기적이고 재미있다기보다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구조가 참신했달까? 처음 주인공처럼 등장한 캐릭터는 나중에 허무하게 죽고, 조연인 줄 알았던 캐릭터가 나중에 뜻깊은 대사를 하고 그런 식. 사실..


권여선 「각각의 계절」 후기: 사람의 취향도 제각각 독서모임 9주 차의 책. 권여선 작가의 「각각의 계절」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후기에서 쓸 말이 그다지 많지 않다. 못 썼다는 건 아니지만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뭐랄까, 읽으면서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비난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고, 「구의 증명 」을 읽고 독서 모임에 갔을 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2시간이 부족할 정도였지만 이번 독서 모임은 심심했다. 관심이 가지 않는 대상에 대해 좀 쥐어 짜내서 말하게 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싫어하는 건 콘텐츠로라도 소비할 수 있는데 이건 그럴 건덕지조차 없다니. 강사님 말씀으로는 2023년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 1위로 「각각의 계절 」이 뽑혔다는데 나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이래서 내가..


「이처럼 사소한 것들」 후기: 작은 물방울 하나도 파문을 이루듯 삶이란 사소한 것들의 연속이다. 세상은 내가 무심코 지나친, 눈에 띄지 않는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때로는 내가 건넨 작은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뒤흔들 만큼의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모여 크고 아름다운 화단을 이루듯이 작은 것들이 모여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에세이 「사물의 뒷모습」에서 안규철 작가가 기록했듯, 하나하나의 씨줄과 날줄이 엮여 천을 이루는 것처럼 우리의 지나온 시간과 머물렀던 공간, 행동과 언행, 스쳐 지나갔던 많은 것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나'라는 천을 짠다. 단순히 얇은 실 하나만 빼들면 볼품없지만 실 한 올이 엉키면 천이 망가져버리는 것처럼, 그만큼 사소해 보이..


사데크 헤다야트 「눈먼 올빼미」 후기: 우울과 광기의 간접체험 독서모임 8주 차의 책,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올빼미」. 내가 살면서 페르시아어 문학까지 읽어보게 될 줄이야.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표지랑 제목만 보았을 때는 어떤 판타지스러운 소설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 보았을 때 내용은 전혀 판타지가 아니었다. 이 책을 한 줄로 말하자면 죽음에 직면한 주인공이 자신의 어둡고 혼란스러운 자아를 성찰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의 날것으로 표현한 글이다. 이 '죽음'은 실제 죽음일 수도, 아니면 어떠한 정신적인 죽음일 수도 있다. 그 표현들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어쩌면 「눈먼 올빼미」는 단순한 소설이 아닌 작가의 자아가 그대로 투영된 자전적인 이야기라고도 느껴진다. 특이하게 책의 앞머..


최진영 「구의 증명」 후기: 건강한 사랑을 하자고요, 제발. 드디어 이 책이 오고야 말았다. 나의 친구가 읽고 나서 불호를 엄청나게 피력했던 구의 증명. 그리고 나의 독서 모임 선정 도서 중 하나였던 구의 증명. 사실상 내가 독서 모임을 신청하게 된 큰 계기 중 하나가 이 책이기도 했다. 친구가 구의 증명을 읽고 나서 싫어하는 내용을 얼핏 듣자 하니 나도 이 책을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무슨 내용인지 대충 말해달라고 했거든.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상대방을 먹는다나? 정말 2018년 타이만 피폐 시나리오 감성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영영 이 책을 안 읽게 되리라 생각했는데, 독서 모임 도서 목록에 떡하니 이 책이 있었다. 정말? 상대방 먹는 사랑 이야기를 선정해서 넣었다고? 다들 이걸 읽는단 말이야?..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후기: 우리 모두가 품은 이상과 희망 독서모임 6회 차의 책은 「백 년의 고독」을 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였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남미 문학을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독서 모임을 시작하고 나서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남미 문학이다. 책을 빌려보니 약 150p정도로 얇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책의 본 내용은 8~90페이지 정도로 나머지는 다 해설이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보네. 그만큼 옮긴이가 할 말이 많았던 걸까? 어쨌거나 길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치고는 그 주간에 황금연휴도 있고 할 일도 많아 빠르게 읽지는 못해서 당일에서야 다 읽었다. 소설의 내용 자체가 '기다림'인지라 흥미로운 사건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