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Light Pink Flying Butterfly 2025. 2. 영화 정산

2025. 2. 영화 정산

REVIEW/MOVIE REVIEW 2025. 3. 10.

 

2025. 2. 영화 정산

 

파이트 클럽 (1999)
레퀴엠 (2000)
피아니스트의 전설 (1998)
유주얼 서스펙트 (1995)
사랑의 블랙홀 (1993)
신체 강탈자의 침입 (1956)
사이코 (1960)
카메라맨 (1928)
검찰 측 증인 (1957)

 

파이트 클럽(1999) - 2025.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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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사회의 몰개성과 부품화를 폭력과 마초로 풀어낸 영화. 사실 마초적인 건 원래 성향상 안 좋아해서 (누아르물 등등 잘 안 봄) 사람들의 평점이 높음에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걸 보고 나도 그렇게 취향이 아닐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생각보다 잘 보긴 했지만? 역시 나는 더럽고 마초적이고 날것의 성적인 연출에 취약하다. 타일러 더든이 잭의 또 다른 자아라는 연출은 당시에는 획기적이었겠지만 이제는 알게 되어도 엄청 놀랍지 않은 요소가 된 것 같다. 다만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는 스토리 사이사이 들어가 있는 철학적인 의미들은 꽤 마음에 들었다. 

 

우린 목적을 상실한 역사의 고아다. 2차 대전도 경제 공황도 안 겪었지만 대신 정신적 공황에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최애라는 남자는 좀 피하고 싶다.

 

 

 

레퀴엠(2000) - 2025.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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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마약을 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이 영화를 보면 된다…….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나니 내가 대신 약물 중독에 고통 받다가 나온 기분이었다. 보고 나면 진짜 절대 하고 싶지가 않아짐……. 사실 처음 볼 때는 워낙 주인공들이 약물 중독으로 철저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다 보니 '대체 이게 무슨 영화야?' 싶어서 친구한테도 정병 영화니까 보지 마라… 라고까지 했었다.

 

그런데 막상 다 보고 나니 깊은 여운과 함께 이 영화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건 왜일까?

그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레퀴엠이 2월의 영화로 선정되었다…….

 

정말 아무런 정보값 없이 평점만 보고, 그리고 뭔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보기 시작한 영화였는데 원제는 Requiem for a Dream이었다. 영화 내용은 제목대로 '꿈을 위한 장송곡'이다. 영화 내내 약물 중독으로 인해 망가져가는 네 등장인물의 인생이 흘러가는데 그들의 삶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지는 건 그들 또한 우리와 남다르지 않은 꿈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이 영화의 별점을 높게 주게 만든 주인공은 해리의 어머니인 사라 골드팝이었다. 마약 중독인 아들을 어떻게 손 쓰지도 못하고 고독 속에 살아간다. 나머지 셋과 다르게 사라는 마약 자체에 손댄다기보다는 다이어트제에 중독되어 버리는데, 현대 사회에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사라의 이야기가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순진한 그녀는 그저 우체통으로 배달된 사기 편지를 믿어버리고 남들 앞에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 뿐인데, 그에 대한 결과가 너무 혹독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녀의 말로가 단순히 의지 부족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TV에 나오는 멋지고 아름다운 스타들과 화려한 인생만을 조명하는 매체들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다이어트 보조제라는 편법이라도 이용해 그들을 따라가려 하는 누군가를 감히 비난할 수가 있느냔 말이다……. 더군다나 사라는 그저 TV에 나와서 자신의 가족 이야기만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아들이 약물중독자여도, 그 끔찍한 일들이 지나가고 나서도 병원 침대에 웅크리며 아들과 끌어안는 상상 속 사라의 모습이 너무나도 슬펐다. 마약을 판 돈으로 어머니에게 TV를 사줬던 해리의 행동도 참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어머니에게 번듯해보이고 싶지만 그가 그렇게 마약을 누군가에게 파는 만큼 그 누군가 또한 인생이 망가지고 만다. 눈 앞에 앉아있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말이다.

 

예전에 TRPG 세션을 할 때 레퀴엠을 보기 전 가장 유명한 BGM을 먼저 쓴 적이 있는데 이 음악들이 영화 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인물들의 삶에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데에 탁월한 음악들이었다. 정말 음악 잘 쓴다, 싶었던 영화. 

 

약에 중독되어 세상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던 사라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이한 연출과, 마지막에 주인공들이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만 모습들이 교차로 이어지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역시 여자가 망하면 몸을 팖<의 흐름은 별로였어.

 

 

 

피아니스트의 전설(1998) - 202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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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두 번 연속으로 정병 영화를 봤더니 이제는 좀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영화를 봐야겠다 싶어 골랐던 영화였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배 위에 버려진 고아 나인틴 헌드레드는 뱃사람들의 보살핌으로 평생 바다 위에서 피아노를 치며 살아간다. 단 한 번도 육지를 밟지 않은 그는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배 위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영화의 제목처럼 동화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 특히 폭풍우를 만나 배가 심하게 흔들리던 날, 처음으로 만난 나인틴 헌드레드와 맥스가 함께 피아노 위에 앉아 우아하게 홀 위를 미끄러지고 가로지르며 음악을 연주하던 장면이 인상깊었다. 뭔가 디즈니 영화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사실 장르적으로 이런 잔잔한 영화는 나의 취향이 아닌 편이라 무난하게 본 데에 그쳤다. 

 

그래! 사실은 마지막에 살길 바랐어. 육지로 넘어서는 게 사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하지만 왓챠피디아에서 본 누군가의 후기를 보고 다시금 생각에 빠졌다.

 

우리는 육지 세상에서

피아니스트의 공간인 배를 본다지만,

정작 우리 또한

각자의 작은 공간에서 사는 건 아닌지…

 

그러게… 어쩌면 온 바다를 누렸던 나인틴 헌드레드가 나보다 더 많은 곳을 가보고 수많은 것들을 보아왔을지도 몰라.

 

 

 

유주얼 서스펙트(1995) -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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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이런 류의 작품은 어쩔 수가 없다. 이후의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달리 말하면 '당시'에 보지 않았더라면 이제는 진부한 연출로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런 고전 영화를 볼 때는 당연히 영화가 나온 연도를 생각하면서 보는 게 기본이겠지만… 비극적이게도 반전 영화 장르라는 사실을 알고 보게 되어서 그냥… 뭔가 저 어리숙해 보이는 킨트라는 남자가 사실은 범인으로 밝혀질 거라는 도식이 너무 눈에 들어와서… 보는 동안 내용에 흥미가 사라졌다. 어차피 저렇게 열심히 블러핑을 해도 저 절름발이가 범인일 게 뻔해졌으니까. 역시 모든 콘텐츠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사랑의 블랙홀(1993) - 2025.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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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원제는 Groundhog Day인데 미국에 있는 문화인지라 원제 그대로 들어오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뭔씹이 되기 딱 좋은 제목이었기 때문에 '사랑의 블랙홀'로 이름을 잘 바꾼 것 같다. 그나저나 저 시기 미국에서는 저런 남자 얼굴이 유행했던 걸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남주로 나온 톰 행크스랑 얼굴 느낌이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내 기준 로맨스 남주로 나올 법한 얼굴이 아닌 것 같아서 의문이 생긴다.

 

여하튼 겉으로 보기에는 로맨스의 도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타임루프 소재와 함께 제법 교훈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었던 터라 재미있게 보았다. 단순히 로맨스에만 치중하면 그냥 진부한 사랑 이야기가 되었을 텐데, 자기밖에 모르는 필이 펑서토니에서의 하루를 수없이 반복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점점 관심을 쏟고 이타적인 태도가 되어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미래를 예측하고 리타의 비위를 맞추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결국 그런 것들은 내려놓고 그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니 가까워지는 점도 좋았고. 어쩐지 루프를 끝내고 나서도 필은 예전보다 나아진 모습으로 계속 삶을 살아나갈 것 같다. 

 

 

 

신체강탈자의 침입(1956) - 2025.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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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이게 무려 1956년에 만들어진 SF 호러 장르라니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가 현대에 접하는 많은 매체들이 과거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새삼 다시 깨닫게 해준 영화. 진행하는 내내 군더더기가 없었고 특히 크툴루의 부름이 본진인 나에게는 싫어할 수가 없는 영화였다. 모든 사람들이 신체강탈자들로 변모해가는 마을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지 긴장을 놓지 않고 집중해서 봤는데, 당시의 영화라면 당연히 여주인공과 함께 탈출해서 사랑을 이루거나 하는 내용일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여주인공까지 얄짤없이 외계인에게 당해버려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공포면 얄짤없이 해달라고~~ 그것도 변모하는 순간이 키스하고 나자 마자라는 게……. 

 

 

 

카메라맨(1928) - 202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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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처음으로 보게 된 무성영화! 스토리에는 클리셰가 가득하지만 1928년엔 클리셰가 클리셰가 아니었겠지. 사실 주인공이 어리숙하고 답답한 캐릭터라 나랑 잘 맞지는 않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진실이 밝혀지고 주인공의 진심이 전해지는 장면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바빌론에서 봤던 것처럼 중간중간에 자막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목소리가 없다 보니 집중도가 좀 떨어지기도 했다. 장르가 코미디인지라 탈의실이나 차이나타운 장면처럼 중간중간 나오는 코미디가 웃기기도 했다.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보다 이후에 찾아본 버스터 키튼의 인생이 더 흥미롭기도 했다(이거 다 바빌론 때문이에요).

 

원숭이가 너무 귀엽다. 이거 너무 중요해.

 

 

 

사이코(1960) - 202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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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너어무너어무 유명한 브금이 나오는 영화 사이코!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사람의 긴장감을 정말 잘 끌어내는 영화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봐서 여주인 마리온이 돈을 들고 튈때 여주의 죄책감으로 인한 환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내용이 주제일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마리온은 죄책감으로 돈을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고 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죽어버렸다는 게 안타깝구나. 개인적으로 노먼 베이츠가 처음 등장했을 때 후진 모텔에서도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것 같고 여주를 대하는 태도도 뭔가 내 취향이라 좋았는데 할머니 코스프레를 하는 범죄자였다니 안타깝다. 

 

이 영화도 오래된 영화인 만큼 노먼이 이중인격일 거라는 예상이 빡 오기는 했는데 (그림자만 비치고 어머니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 마지막에 노먼의 얼굴 위로 해골이 겹쳐보이는 연출은 좋았다. 

 

개인적으로 등장한 남자 배우 두 명이 모두 외모도 준수하고 체격도 좋아서 참 마음에 들었네요. 

그리고 수사한다고 라일라와 샘이 부부인 척 하는 장면도 오타쿠적으로 좋았다.

 

 

 

검찰 측 증인(1957) - 2025.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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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사실 진정한 주인공은 마를레네가 맡은 크리스틴 보울이겠지만 저 번쩍거리는 외안경이 황당하고 웃겨서 이미지로 선정함 ㅋㅋ

 

트위터에서 재미있으니 봐달라고 RT가 돌길래 얼른 봤다. 마침 왓챠에 있고 내가 고전 영화 버닝 주간이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TRPG하다가 알게 된 마를레네 디트리히까지 나온다 하니 더욱 관심이 높아졌다.

 

장르는 스릴러이긴 하지만 영화는 거의 법정물에 가깝다. 특히 무슨 생각인지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연기가 돋보였다. 중간중간 나오는 개그들도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풀어줘서 한숨 돌릴 수 있는 구간을 마련해주었다. 음… 역시 이 영화는 마를레네의 연기력이 상당한 위치를 차지했던 것 같다. 고전 영화에서 보기 어려울 법한 여자 캐릭터라고 할까. 그 모든 게 크리스틴 보울의 계획이었다니! 하지만 바람난 남편에게 버림받는 그 모습이 자칫하면 쌓아올린 모든 걸 무너뜨리는 느낌이었지만 결국 그를 처형한크리스틴이 끌려가고 윌프리드가 그녀의 변호를 자처하는 모습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관이 묻어나온다는 게 느껴졌다. 

 

"She killed him."

"Killed him? She executed 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