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Light Pink Flying Butterfly 'REVIEW/BOOK REVIEW' 카테고리의 글 목록
로버트 O. 팩스턴 「파시즘」 후기: 생각보다 세밀했던 파시즘의 정체 우선 이 책을 기어코 읽은 나에게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와!! 나 자신!! 진짜 대견해! 잘했어!!! 이 정말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게 된 건 트위터에서 추천 책 목록에서 이 책의 이름을 발견하고, 마침 그때 1920년대에 파시즘이 영향을 끼치던 이탈리아 배경으로 TRPG 세션을 가고 있어서였다. 나는 내가 플레이하는 세션의 시대배경에 관련된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기에 자연히 이 책에도 관심이 갔다. 책의 두께와 난이도를 모를 때였다……. 게다가 요즘 시국이 시국이니 파시즘을 공부하기에 참 좋은 타이밍이 아닌가! 보통 사람들이 파시즘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어떤 걸 떠올릴까? 나로 말하자면 나치, 폭력, 전쟁, 대중 광기, 유대인..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후기: 우리는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의 제목을 읽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법한 의문을 느꼈다. 대체 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까? 당장 표지에도 수많은 물고기가 그려져 있는데도 말이다. 이 흥미로운 제목 하나로 나는 책에 호기심을 가졌다. 어떤 내용인지 조금도 알지 못한 채, 막연히 소설일 것이라는 잘못된 추측만 안고. 윌라 오디오북에서 낭독자의 낭독이 나와 맞지 않아 하차한 이후 2025년 1월의 첫 책으로 이 책을 다시 집어 들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책이 지은이 룰루 밀러의 수필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것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꼬박꼬박 보이는 각주의 출처를 보고 나서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
한 강 「소년이 온다」 후기: 양심이라는 것이 있었기에*영화 박하사탕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한 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로 도서관에 수많은 예약 대기가 걸렸고, 오랜 기다림 끝에 내가 이 책을 받은 날은 2024년 12월 3일이었다. 마침 소년이 온다를 한창 읽고 있던 친구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하루를 보냈다. 언제쯤 끝나려나 싶은 PT를 받으러 가서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한 후 강의를 들으며, 운동하고 나서까지도 자기 계발을 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오후 10시 30분이 조금 지났을 때 비상계엄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 후기: 일단 도전해 보고 평가하자 SNS에서 내용이 좋다고 떠돌아다녔던 책을 빌렸다. 책도 얇고 글씨도 큼지막하길래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어쩐지 자기 계발서에 거부감(?)이 들어서 계속 집에서 묵히다가 반납 직전에서야 겨우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 책의 원제는 Everyday Resilience다.   원서의 책 표지 어디를 봐도 '하버드'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쓴 게일 가젤이 하버드 의대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어서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이라는 제목이 붙었나 보다. 사실 원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닌데, 중간에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이랑 헷갈려서(하버드 자존감 수업??) 찾아보다 보니 알게 된 내용이다. 아마 이렇게 미..
수확자 시리즈 2「선더헤드」 후기: 종소리를 위했을 뿐인 내용인가? 8월에 다 읽은 책을 이제야 후기를 쓴다. 그만큼 스토리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후기를 써보자. 일단은 내가 이 책을 읽는 마음가짐을 잘못 잡고 들어갔던 것 같다. 그냥 SF 액션 영화를 보듯 가볍게 읽었어야 할 내용을 단순히 책이 벽돌책이라는 이유로,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작가가 책에 어떠한 깊은 함의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그냥 오락용으로 봤어야 했는데. 여기서 작가의 철학을 찾으려 하니 이도저도 되어버리지 않은 거다. 다행히 책을 읽던 중간에 이걸 깨닫고 노선을 선회했다.  선더헤드는 첫작인 수확자의 이야기와 이어져 수확자가 된 아나스타샤와, 콘클라베에서 도망친 이후 부패한 수확자를 처단하고 ..
한 강 「바람이 분다, 가라」 후기: 아! 사랑이란 어렵다! 그렇지만 먹먹해진다.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 강 작가의 여러 작품들이 떠오르는 가운데, 채식주의자를 완독한 바로 다음으로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 등 더 유명한 책이 아닌 이 책을 펼쳤다. 별 이유는 아니고 도서관에서 금방 빌리게 되었기 때문에. 한 강 작가의 책은 읽을 때마다 나의 문학적 소양을 시험하게 한다. 채식주의자도 그랬고, 이번에는 더 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부터, 사실은 이제 마지막 장을 펼친 지금 시점까지··· 작가가 책에 담아낸 이야기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느낌. 그렇기에 내가 지금 쓰는 독후감도 비교적 짧게 마무리될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소재는 바로 '사랑'. 언제나 말하듯 나는 사랑 이야..
한 강 「채식주의자」 리뷰: 인간답게 사는 것이란 해외로 여행에 가 있는 동안 아주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여유가 있을 때 문득 들어간 SNS가 한 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누군가의 말대로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번역을 거치지 않은 원서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 일이던지! 세계적으로 큰 상을 수상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한 강 작가의 책을 찾아볼 것 같아서 얼른 도서관 앱에 들어가 작가의 작품을 검색했다. 이미 많은 책들이 10~20명씩 예약이 걸려 있었다. 내 순서가 돌아오기까지는 한참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국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 예약도서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왔다. 사람들의 수요가 높아지니 도서관 깊숙이 잠들어 있던 책들을 꺼내기라도 한 걸까? 덕분에 귀국하자..
양귀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리뷰: 수많은 상처들의 교감 나는 항상 책을 읽고 나서는 책에 담긴 함의를 찾으려 노력하고는 한다. 마치 내가 이 책에 쏟은 시간과 노력의 보상을 찾기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책이 전하는 이야기가 나의 흥미를 일정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금세 내게 다가온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내가 받아들인 내용이 조금 다르면 어떤가? 내가 느끼고 이해한 내용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감상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양귀자의 소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 나에게 바로 그런 소설이 되었다.  연이어 읽은 두꺼운 책과 누군가가 번역한 해외 소설에 조금 질렸던 나는 친구가 이 책을 보고 싶다고 한 말에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