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Light Pink Flying Butterfly 베놈 3 라스트 댄스 후기: 극불호가 되어버린 17가지 이유

베놈 3 라스트 댄스 후기: 극불호가 되어버린 17가지 이유

REVIEW/MOVIE REVIEW 2024. 11. 25.

 

베놈 3 라스트 댄스 후기: 극불호가 되어버린 17가지 이유

 

원래 내가 본 영화 후기까지 쓰기 시작하면 한 달에 써야 할 후기가 너무 많아지는 관계로 영화 후기는 되도록 안 쓰려고 했는데··· 베놈 3 후기는 좀 써야겠다. 지난 11월 22일에 보고 온 감상이 아직까지도 내 머릿속에 남아서 나의 불호 포인트를 뇌가 알아서 순서대로 정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놈 시리즈는 1편부터 3편까지 전부 다 극장에서 봤는데, 작품성 때문에 열심히 챙겨본 건 아니다. 그저 베놈 같이 생긴 녀석들이 좋았을 뿐······. 그저 내가 톰 하디 배우를 좋아하는 편에다가 에디와 베놈의 케미가 제법 괜찮았기 때문······. 

참고로 필자가 좋아하는 관상······ 알 만하죠?

 

그래서 베놈 3에게도 그리 큰 기대는 없었다. 스토리 자체만 보면 1편부터 그리 취향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도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 특성상 스토리가 별 거 없어도 그냥 때려 부수는 액션과 CG 연출로 어느 정도 타협을 보는 부분이 있지 않던가. 애초에 새로운 스토리를 쥐어짜내기 힘들어 리마스터라거나 실사화라거나 하는 작품들이 쏟아지는 세상에 마블 영화한테 재미있는 스토리를 기대하는 것도 바보짓에 가깝고 말이다.

 

그래서 실망할 것도 없이 영화관에 찾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실망할 게 남아있었다. 이보다 더 최악일 수가 있었다!

그 어려운 걸 베놈 3가 해내고 만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엔딩이 어떻게 될지는 제법 예상이 갔다. 포스터만 보더라도 아주 "우리 죽어서 갈라져요" 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에. 거기에다가 3편 부제도 <마지막 춤>이고 말이다.

 

잠시 보고 가는 그분

 

나는 평소에 조금만 슬프고 감동적인 부분만 봐도 눈물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여린 눈물샘의 소유자라 베놈이 죽는 장면은 나에게 충분히 슬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뭐,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을 흘리긴 했다. 문제는 이게 슬퍼서 나온 눈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너무 웃겼다. 웃겨서 흘린 눈물이었다. 최근 들어 이렇게 웃느라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는데, 어이가 없어서······. 

 

베놈의 죽음 앞뒤로 전개되는 영화의 스토리가 정말 내 몰입을 박살내고 찢어발길 줄은 누가 알았을까? 이 영화에는 수없이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는데 이거 정말 목록화할 수 있다. 해보자고?

 

  1. 2편 쿠키에서 이어지는 장면. 나는 2편 마지막 쿠키를 봤을 때 드디어 베놈도 마블 유니버스에 통합되나 했다. 그래서 3편에서는 스파이더맨 스토리와 합쳐져서 나오게 되는 걸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게 웬걸. 뭐 하는 것도 없이 바텐더랑 조금 이야기나 주고받다가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온다. 그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 세계에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이럴 거면 대체 왜 그런 쿠키 영상을 만든 거냐······. 
  2. 베놈아 1편에서 실험당하는 위기에 처했으면서 자기 찌꺼기 좀 남기고 가지 마라. 심지어 2편에서도 찌꺼기 남아서 그 사달 난 거 아니었나!?
  3. 과학자로 나온 테디 페인은 대체 왜 그런 과거사를 보여줬는지 모르겠다. 영화의 스토리랑 어우러지지도 않고 뭔가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빠가 번개에 맞아 죽어서 뭐 어쩌라는 거야? 차라리 오빠가 과학자가 됐을 때 어떤 걸 이루고 싶어 했는지 신념이라도 보여주고 그에 따르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든가, 아니면 오빠가 외계인한테 죽었다고 하든가 차라리. 마지막에는 무슨 복선이라도 회수하는 것처럼 번개 능력 심비오트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너무 억지로 짜 맞춘 느낌이라서 오히려 몰입감이 더 떨어졌다.
  4. 아 진짜 캠핑카 타고 노래 부르면서 멀리 떠나는 장면 너무 지루해요. 나 보통 영화관에서도 시체관극st 하는 사람인데 너무 재미없고 지루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5. 남성이 오줌 싸는 연출 그만 좀 보여줘 더러워 죽겠어 진짜
  6. 심비오트의 천적인 제노페이지는 놀랍게도 바로 눈앞에서 완전체를 풀어버리면 코덱스를 인지하지 못하고 눈앞의 생명체가 코덱스를 가지고 있었으리라는 단순한 파악도 못할 정도로 저능하다. 결국 베놈이 완전체 모습으로 변하지만 않으면 제노페이지가 그들을 감지하지도 못하게 되는데······.
  7. 갑자기 왜 나왔는지 모를 첸 아주머니가 등장하더니 (그것도 우.연.찮.게.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에서 발견함) 죽고 싶어 정신이 돌아버린 베놈은 첸 아주머니와 춤을 추겠다고 위험한 거 뻔히 알면서 완전체로 변해 춤을 춘다. 춤을 추는 장면도 가관이고(특히 첸을 혀로 공중에 띄우는 장면······) 결국 코덱스를 감지한 제노페이지가 쳐들어온 것도 가관이다. 여기서도 멍청한 제노페이지는 완전체 모습을 풀자 눈앞의 놈을 공격할 생각도 하지 않고(이럴 거면 대체 왜 수많은 무고한 인간들은 죽인 거냐) 떠나간다. 결국 이 짓거리로 베놈과 에디가 정부에게 사로잡히긴 하지만 말이다.
  8. 외계인을 보겠다고 51 구역으로 온 캠핑카 가족의 존재. 이들의 존재 의의가 그냥 무쓸모하다. 대단한 메시지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 오랜 장면을 잡아먹을 정도로 베놈에디를 도와준 것도 아니고 말이다.
  9. 제노페이지는 딱 봐도 심비오트마저도 대항할 수 없는 강력한 존재인데 심지어 한 마리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베놈만 죽으면 코덱스가 사라져서 널이 풀려날 수 없을 텐데 왜 수많은 심비오트들이 베놈을 지키겠답시고 제노페이지에게 뛰어들다가 믹서기처럼 갈려서 목숨을 잃는 건가? 베놈 뭐 돼? 1편에서 원래 세계에서 루저라고 하지 않았나? 심비오트 계의 차은우면 다임? 아니 뭐 '엄청난 고난이지만 그래도 힘을 합쳐 이겨낼 수 있음'도 아니고 딱 봐도 아무것도 못하고 찢기고 죽는 상황인데 왜 그렇게 버티고 또 버티다가 심비오트들과 많은 인간들이 죽고 난 다음에야 희생을 결심하는 스토리가 나오냐고요. 베놈 뭐 돼? 심비오트의 왕이었으면 이해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심비오트였으면 일단 에디부터 죽이려 했을 거다. 차라리 이 스토리는 심비오트들vs베놈에디 구도였어야 더 말이 됐다. 
  10. 에디가 위험에 처했을 때 갑자기 등장해서 뭔가를 쏴서 에너미를 날렸던 캠핑카 아버지. 마블 영화에 힘없는 민간인이 얼레벌레 뭔가를 쏘거나 조작해서 적을 날려버리는 장면은 이따금 나오는 단골 연출이긴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별로 재미도 없고 맥만 빠졌다. 
  11. 앞에서 말했듯이 테디 페인이 무슨 복선 ㅋㅋ 이라도 회수하는 것마냥 전기? 번개 계열 심비오트와 결합하게 된 것도 참 웃긴데 얘가 또 다른 개체와는 다르게 머리카락도 있다. 캐디 이상해. 이 얘기를 나눌 때 친구와 나눴던 말이 떠오른다. 왜 여자랑 결합하면 다 유방이 달리냐고. 심비오트들 모유수유하냐고.
  12. 대체 얼마나 대단한 방탄문이었는지는 모르겠는 게 그 대단한 폭발 속에서도 에디는 살아남았다. 그 정도 되면 베놈 도와준 준장도 좀 도와줄 법한데 준장은 위에서 쏟아지는 산성용액 다 처맞고 불쌍해 죽겠다.
  13. 마지막에 갑자기 마룬 5의 노래가 나오면서 에디가 쓸쓸하게 길을 걸으며 베놈과 함께 했던 수많은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하···.

 

이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정신을 잃을 뻔했다. 말도 안 되는 스토리와 개연성으로 이미 호감도가 쭉쭉 내려간 상태에서 영화가 나보고 "자, 이제 너희가 원하던 장면이 왔어. 울어라!" 하는데 울 수가 있어야지. 그냥 이 모든 작위적인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옆을 흘긋 보니 친구도 입을 가리고 웃고 있어서 결국 둘이 손을 서로 꽉 잡고 부들거리면서 웃음을 참았다(영화관에서 보는데 슬픈 장면에서 웃으면 안 되니까^^). 나중에는 웃느라 머리까지 아파 죽는 줄 알았다. 베놈이 죽을 때 '야, 이거 슬퍼야 하나? 지금 슬퍼해야 하는 타이밍인데 울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해도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던 눈물이 이 마지막 장면에서 웃느라 그렁그렁 새어 나왔다. 

 

14. 이 개고생 하면서 코덱스 파괴하고 막아놨더니 쿠키에서 널은 마치 곧 탈출해서 지구를 위협하러 올 것처럼 군다. 이럴 거면 이 3편의 고생은 왜 했나?

 

15. 솔직히 말해서 진지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냥.

 

16. 연구원이 왜 베놈을 풀어줬는지도 모르겠다. 음. 네.

 

17. 처음 쿠키영상 보고 친구가 화장실 갔다 오는 동안에도 크레딧이 끝나지 않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크레딧만 16분이었단다. 어이없어 ㅡㅡ 그래서 16번에 넣음

 

하여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가 안 가고 작위적이고 개연성도 없고 총체적 난국이라서 베놈과 에디의 관계성을 좋아해 축의금을 내려갔던 나조차 '진짜 꼴값이다······.' 하는 생각만 들게 했던 영화. 앞에서 나왔던 언급을 뒤에 쑤셔 박기만 하면 다 복선이나 개연성이 되는 줄 알았던 걸까? 

 

심지어 조의금이 됐다.

 

차라리 초중반처럼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베놈이랑 에디랑 티키타카하고 놀면서 신혼이라도 되는 것처럼 잘 놀다 끝났으면 지금보다 더 후한 평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저기요. 슬픈 노래 깔고 "너랑 자유의 여신상 보고 싶었는데······." 같은 진부한 대사 날리면 하나도 슬프지 않습니다. 

 

끝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오랜 크레딧 시간을 견뎌 보게 된 2번째 쿠키 영상도 임팩트가 크지 않았고. 함께 본 친구와 둘이서 "이게··· 뭐냐?" 하고 실소만 했다. 두 사람 다 이 영화에 대한 불호 요소가 너무 많은 나머지 어디부터 말해야 할지 몰라 영화의 좋았던 점만 이야기하고 끝났다(강아지가 나옴, 베놈이 말로 변함. 끝.). 이날 친구가 나와 함께 영화를 본다고 서울을 횡단하다시피 해 내가 사는 곳까지 와준 거였는데 정작 오랜 시간 걸려 이곳까지 와서 보게 된 영화의 감상이 이따구라니,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너무 미안할 지경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영화관에서 나와 인근의 돌비시네마로 향해 위키드를 관람하고 최악최저 영화감상을 씻어 내렸다.

 

긍정적인 결과도 있었다.

세상에는 이런 영화도 존재하는구나. 이런 영화도 영화라도 수많은 제작비와 톰 하디 급의 배우가 출연해서 작품을 만드는구나. 이걸 돈 주고 보러 오는 사람이 있구나(내 얘기임). 최근 TRPG 시나리오를 쓰려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는데 내가 써도 저것보다 나을 듯? 상태가 되어버려··· 자신감이 급상승했다. 약 이틀 정도.

 

 

하여간 3편은 보면 안 됐다.

차라리 2편까지만 보고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괴물이 평생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고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3편이 내 라스트 영화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나는 이제 이 최악의 감상과 평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