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Light Pink Flying Butterfly 한국민속촌 나들이 - 조선살인수사, 심야괴담촌, 살귀옥, 혈안식귀 (2024. 8. 17.)

한국민속촌 나들이 - 조선살인수사, 심야괴담촌, 살귀옥, 혈안식귀 (2024. 8. 17.)

DAILY 2024. 9. 13.

 

한국민속촌 나들이 - 조선살인수사, 심야괴담촌, 살귀옥, 혈안식귀

 

한국민속촌에서 진행되고 있는 많은 행사들을 우연히 접하고, 시간이 되는 친구들과 무더운 8월에 한국민속촌에 방문하기로 했다. 202년의 폭염 속에서 날이 더울 때인데도 민속촌 구경을 감행한 이유는 바로 이 두 개!

조선살인수사 포스터는 2024년 버전을 찾지 못해 2023으로 대체함

조선살인수사와 심야공포촌을 즐기기 위해!

처음 한국민속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조선시대 탐정이 되어 범인을 색출해내는 조선살인수사의 홍보를 보고나서였지만, 이를 보고 나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마침 심야공포촌까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2024년도 2023년과 같이 조선살인수사는 11월정도까지 넉넉하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심야공포촌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친구와 함께 한복 입고 쪄죽으며 콘텐츠 즐기기 vs 심야공포촌을 포기하고 시원할 때 가서 한복 입고 돌아다니기를 고민하다가 결국 전자를 택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이벤트와 할인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연도 많고 수박 서리 같은 콘텐츠도 있고. 한국 민속촌은 정말 어릴 때, 아마 초등학생 정도에 한 번 가보고 그 이후로는 가본 적이 없었는데, 방문하기 전에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고리타분한 내 머릿속의 한국민속촌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한복도 대여해서 입기로 했으므로 어떤 한복을 입을지도 미리 생각해두었다. 

 

혼자 설정 주절거리는 거 진짜 오타쿠같다.

벙찐 튜브 실망이다 진짜

이름 가린 닉까지 어울려서 어이없어

 

찾아보니 살귀옥이랑 혈안식귀라는 유령의 집 같은 공포 테마도 있었는데, 이건 심야괴담촌에 포함된 게 아니라 별도의 콘텐츠인지 운영 일자가 11월까지였다. 세 테마 모두 예약이 가능했으나 이미 조선살인수사는 우리가 가는 날 예약이 다 끝난 상황이었고 살귀옥이랑 혈안식귀도 저녁에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현장 예매를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대체 무슨 패기로 귀신의 집이랑 심야괴담촌을 즐기자고 도전한 건지. 나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개쫄보였는데 말이다. 심지어 나는 엄살이 심하고 유령의 집 같은 건 근처에 가본 적도 없는 터라 당일에 귀신의 집에 들어갈 때까지 문득문득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잘 즐기다 나왔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런 체험형 콘텐츠를 즐기느라 민속촌 자체를 제대로 보진 못하고 나왔다는 거? 날씨만 좀 더 시원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알차게 보고 왔다는 뜻이니 후회는 없고, 나중에 날이 시원해지면 한 번 더 방문해볼 생각이다 ㅎㅎ 

 

 

 

2024. 8. 16. 용인 한국민속촌

 

요즘 사진보다는 영상을 많이 찍고 사진은 친구들에게 일임하고 다녔다니 올릴 만한 이미지가 많이 없다 ㅠㅠ

 

늦은 시간까지 놀 일정을 대비해 나는 차를 가져가고 친구들은 대중교통을 타고 와서 합류했다. 날씨는 정말정말정말 쨍쨍!! 했다. 적어도 나무그늘 아래에 주차해두고 싶었는데 주차 요원이 그렇게 대지 말라고 여기에 대라고 하면서 날 땡볕 자리로 인도했다. 하.

 

사실 날이 너무 더운 터라 낮에는 거의 못 돌아다닐 것 같아서 어디 구석에 처박혀있을 때를 대비해 스플렌더를 가져오기도 했는데(이래서 차가 좋아) 깜박하고 차에서 가지고 내리지도 않았고, 돌이켜 보면 게임 같은 거 할 시간도 없었다.

 

입장료는 경기도민 할인, 8월 생일 할인 등등등 정가 내고 들어가면 바보 취급 받을 정도로 온갖 할인권종이 존재했는데, 그중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온 인증을 하면 할인해주는 폭이 가장 컸다. 나는 차를 가져오긴 했지만 이 할인이 동반 3인까지라 친구에게 얹혀 정상가 35,000원을 18,000원 할인가로 주고 들어갔다.

 

날씨는 엄청 더웠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도 한복을 입을 것이다! 차안에서 친구가 한복은 포기. 라고 했지만 나는 입겠다니까 그럼 같이 입어줘야지. 하고 같이 입어주었다. 하지만 그건 이후의 이야기고, 우리는 들어가자마자 조선살인수사를 예매하러 갔다. 관아 옆 매점에서 표를 파는데, 11시쯤에 오픈하지만 그 전에도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가는 길에 보인 옥사창궐 안내. 심야괴담촌 운영 시기답게 걸리는 시간도 '귀신걸음'이라고 표기해둔 부분이 참 센스 있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살귀옥 혈안식귀는 했는데 이걸 안 했네······. 하지만 체험할 시간도 없었어서 후회스럽지는 않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매점에 도착했을 때 문은 열려있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한복을 먼저 빌리기로 했다. 결국 오전부터 엄청 무더운 날씨에 긴 거리를 왕복하기만 한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한복남

 

우리가 방문한 곳은 한복남이라는 곳으로, 유일하게 민속촌 내에 입점해있는 한복 렌탈 샵이었다. 우선 반납을 위해 민속촌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편해보였고(야간 개장으로 늦게까지 입고 있을 예정이었으니까!!)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도 있었다. 나는 민속촌에 방문하기 전부터 블로그 후기에서 본 저승사자 옷을 입고 싶었는데 정작 한복남에는 저승사자 옷은 없고 무사 옷만 있었다. 친구 둘은 날씨가 너무 더운 관계로 비교적 덜 더워보이는 여성 한복을 입기로 했고, 나는 그냥 선비가 되기로 하였다. 결국 우리가 민속촌 전에 계획한 '돌쇠이지만 사실은 암행어사 +춘향이(결국 오케이 확답은 못들었음) +명부에 없는 의문스러운 사망 사건을 수사하러 온 저승사자' 조합은 자동적으로 폐기처분되었다.

 

애초에 한복남에 준비된 한복 종류가 많지 않았다. 코스프레 가능한 옷?이라고 해봤자 사또, 무사, 임금 등등 몇 가지 없었고 내가 봤던 블로그 사진을 보여주니 그건 야외에 있는 한복 대여점에서 빌린 것일 수도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여자 한복도 엄청 화려하고 드레스처럼 치마뽕이 들어가 있는 종류가 대부분이었던 듯. 대여하는 옷답게 옷 자체에 바래고 까진 곳들도 많았다. 물론 말 그대로 대여하는 옷이니 비싼 옷을 갖다놓진 않겠지만 그래도 종일 빌리는 데에 5만원 정도인가 꽤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좀 비싸다 싶기도 했다.

 

한복을 착용해보는 횟수도 2회로 정해져 있었다! 2회밖에 안 돼? 싶으면서도 한복을 갖춰 입는 데에 직원의 도움이 매번 필요한 걸 보면 제한이 필요할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남자 한복이라서 혼자 입고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대여한 개더운 복장. 반팔이나 민소매는 절대 입을 수 없었다. 옷을 고르면서 어떤 남자가 민소매?처럼 입은 거 봤는데 가오가 없었음······. 확실히 긴옷을 입으니 덥긴 했는데 내가 워낙에 더위를 안 타는, 지구온난화 시대의 복받은 체질이라서 생각외로 살 만했다. 옷이 완전 딱 달라붙는 편이 아니라서 더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다.

 

갓은 5,000원 추가금도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망가뜨리는지 직원이 조심하라는 소리를 90189781번 했다. 

아 뭘 그렇게 여러 번 경고를,, 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왜 이걸 많이 망가뜨리는지 알게 되었다. 어디 들어갈 때마다 갓을 모서리나 천장에 부딪히는 상황을 138917번 겪은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내 머리크기와, 갓을 착용함으로써 실제로 조심해야 하는 너비의 차이가 상당한 탓이었다. 옛날 조상들은 갓에 익숙해져 있을테니 괜찮았겠지??

 

 

하지만 나는 옷을 벗을 때까지 완전 이거였다

앞으로 뚱이 바보같다고 욕하지 마라

 

 

옷을 갈아입고 여인네들은 머리 단장까지 하고 나니 거의 1시간이 넘게 지나 있었다. 다시 바로 관아 옆 매점으로 향했는데 역시나 다른 후기에서 봤던 것처럼 영업 시간을 지키지 않고 문이 열려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니 이미 표를 팔고 있는 것 같았다. 허둥지둥 가서 표를 예매하려고 보니 이미 6시 표는 나가버렸고 7시 표부터 남아 있어서 7시 표를 예매했다. 젠장!! 최대한 해가 떠 있을 때 참가하고 싶었는데 나가버리다니. 그나마 7시 표라도 잡아서 다행이었지만, 민속촌은 매점 운영 시간을 어떻게 좀 해야할 것 같다. 이곳저곳을 찾아봐도 매점 오픈 시간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심지어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서 오픈하는 것도 아니고. 조선살인수사는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예매할 텐데, 그렇다고 이걸 예매하겠다고 민속촌까지 와서 언제 열릴지 모르는 매점 앞에서 대기탈 수는 없지 않은가. 일찍 오픈한다고 해도 표는 고정된 시각에 팔든지.

 

 

장터

 

아무튼 표를 예매하고 나니 우리는 벌써 더위에 지쳐버렸다. 때문에 다른 곳을 둘러보지는 않고 우선 점심식사부터 챙기기로 했다.

장터에서 음식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고, 마치 백화점 푸드코트나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번호가 울리면 받아가는 형식이었다. 날씨가 너무 무더운 바람에 우리는 모두 물냉면과 식혜를 시켰고 곁들일 음식으로 모둠전을 주문했다.

식혜는 차가운 식혜 통에서 바로 떠주셨는데 밥알은 없었던 것 같고?? 하지만 맛있었다!! 더위가 싸악 내려가는 맛이었다.

 

사진 품질을 보니 갤23을 가진 친구가 찍은 듯

야외석도 많지만 바깥에서 식사를 하는 건 미친 짓이다. 맞은 편에 실내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어서 안으로 들어왔다. 먹는 곳마다 에어컨이 있었고 불빛이 환하진 않았다.

냉면은 그냥 레트르트 냉면 맛과 비슷한 정도였지만 워낙 더운 날씨라서 시원하고 자극적인 맛만으로도 허겁지겁 먹게 되었다. 모둠전도 괜찮았음!

 

 

식사를 하고 나서는 바로 옆 기념품점에서 부채랑 마그넷을 샀다. 촬영 불가라서 내부 사진은 찍지 않았다.

부채는 살까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덕질용 굿즈로 쓸 수도 있고(ㅋㅋ) 한복간지를 위해 샀는데 결과적으로 하루종일 너무 잘 쓰고 다녔다. 햇빛도 잘 가려지고 바람도 시원해서 아주 굿이었다. 더군다나 너무 더워서 하루종일 선풍기를 가동하고 다녔더니 배터리까지 다 떨어져버려서;; 일본 갈 때도 가져가야지 ㅎ

 

 

그러고 나서 바로 옆 카페에서 음료를 샀다. 양심상 카페 라테로 고름

커피 마시는 선비

커피를 마시니 그래도 정신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았다.

 

이 다음은 퍼레이드 같은 공연을 한다고 하여, 또 열심히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민속촌 부지가 생각보다 엄청엄청 넓어서, 식당가에서 입구쪽으로 가는 데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한국 배경 CoC를 플레이하고 싶어지는 서낭당. 되게 잘 꾸며놨는데 밤에는 저곳에서 타로를 봐줬다. 동서양의 조화?인가요? 타로보다는 사주가 더 비싸긴 하다.

가격은 일반이 20,000원이고 특별이 40,000원(연애운 등)이었던 것 같다. 연애운은 더 보기가 어려운 거임?? 상술 같아.

 

 

얼씨구 절씨구야 퍼레이드

 

도착하니 마악 퍼레이드가 시작되려고 할 때였다. 사또님이 인사해주셔서 나도 꾸벅 인사함. 선비니까.

 

퍼레이드 시작점을 돌아서 가니 이미 좋은 자리는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퍼레이드 특성상 이동하면서 봐야 하므로 열심히 쫓아다니며 구경했다.

 

이 더운 날씨에 다들 고생이시다.

 

부채춤과 풍물놀이는 꼭 나오는 듯.

중간에 몽룡과 춘향의 공연도 살짝 끼어 있었고 사또님이 끼가 아주 많았다.

 

공연을 보고나서 퍼레이드가 돌아가는 길까지는 보지 않았고, 너무 더워서 근처 특산물 매장에 긴급 피신했다가 카페도 MD? 구경하면서 피신해있다 나옴. 살인적인 날씨였다.

 

퍼레이드를 다 보니 이번에는 곧 살귀옥과 혈안식귀 티켓팅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두 귀신의 집은 식당가 근처에 마련된 키오스크에서 지정된 시간에 예매가 활성화되는데, 후기를 보니 막 2~30분 전에도 줄 서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는 있었지만 우리도 바로 예매를 하러 다시 식당가로 향했다. 

이거 봐라··· 정말 하루에 온갖 콘텐츠를 하려 하니 시간적 여유가 없다. 왔다갔다를 무한 반복함.

 

가는 길에 물 맞는 소도 봤다. 분위기가 완전 시골로 돌아가버린 기분······.

너무 더워서 나도 제발 저 물을 맞고 싶었다.

 

 

살귀옥 혈안식귀 티켓팅 줄서기

 

 

그렇게 티켓팅을 하러 20분 전에 도착을 했는데··· 세상에.

 

이미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보고 이거 우리가 할 수 있나?? 걱정이 들었다. 사실 우리가 왔을 때는 약과인 수준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줄 길이가 이쪽 부지를 넘어가서 정말 끝도 없이 늘어났으니까. 보이는 줄의 한 4배쯤? 그리고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해가 질 때까지 키오스크 줄이 계속되었다. 인원을 보면 진작에 다 팔렸을 시간인데 취소표라도 노리는 걸까? 7~8시가 되어도 계속 줄이 있었던 듯;;

 

우리가 왔을 때 줄이 이미 많았지만 사실상 우리는 선방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꼭 미리미리 티켓 예매를 해두고 가도록 하자. 살귀옥은 야외체험이라 밤 시간에 예매해야 하는데 어차피 밤 시간은 현장예매만 가능하긴 했지만.

 

뭔가 줄이 긴 곳에 친구들을 세워두고 앞으로 가서 키오스크를 확인하니, 두 대의 키오스크는 각각 하나는 살귀옥, 하나는 혈안식귀만 예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한 줄만 선다고 모두 다 예매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야외+실내 체험이라 비교적 인기가 더 많은 살귀옥의 줄이 더 길었던 거고. 

 

그래서 우리는 따로 줄을 섰다. 친구들은 살귀옥 줄에 그대로 서 있고 나는 혈안식귀 줄에 홀로 서있으면서 친구들보다 앞쪽에 서 있는 내가 카톡으로 근황을 전달해주었다.

 

우리는 카톡을 보낼 때도 조선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중에 내 바로 뒤에 서 있던 커플에게 해프닝이 생겼음

 

👩: (앞쪽에서 줄 확인하고 옴) 이거 아니야. 잘못 섰어. 줄이 달라. 여기는 혈안식귀만 되고 살귀옥은 다른 줄 서야 해.

👨: 그래?

👩: 내가 아까 따로 줄 서야 하나 했잖아.

👨:  ······.

👩:  ······.

👩:  아까 내 말 안 들었지.

👨:  ······.

👩:  안 들었네.

👨:  ······.

👨:  덥지? (선풍기 대줌)

👩:  ······.

👨:  짜증내지 마.

 

······듣고 있는데 너무 무서웠지만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라 안 들을 수가 없었다. 괜히 나까지 긴장해서 얼어 있었음.

그리고 남자 반응이 너무 열받았다. 미안해 소리는 절대 안 하고 여자 대답에 대답조차 제대로 안 하고 짜증내지 말라니!!!

하지만 커플은 여자의 인내로 더 큰 위기를 무사히 넘긴 듯했다.

 

 

살귀옥 혈안식귀 키오스크 예매 시간은 3시부터였지만 사람이 많다보니 10분 정도 일찍 열어준 듯했다. 줄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3시 20분 정도 되어서야 나도 살귀옥 예매를 할 수 있었다. 다들 공포 체험을 하러 왔으니 뒷시간이 많이 빠졌을 줄 알았는데 다들 나와 같은 쫄보인지 아니면 집에 가야 해서 그런건지, 생각외로 앞시간이 매진이었다. ㅠㅠ 살귀옥은 밤중에 해도 혈안식귀는 낮에 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내게 주어진 가장 빠른 예약 시간은 오후 9시였으므로 그때로 예약했다. 예약을 마치고 줄에서 이탈하니 뒷줄이 더 어마무시하게 늘어나 있었다.

 

줄 사진 찍는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 이 더운 날씨에 풀한복을 입고 있는 내가 안타까웠던 걸까? 아무튼 내가 서 있던 앞줄이 빠졌음에도 이 정도였고, 분명 저 사람들을 전부 수용할 수 없는 자리만 남아 있었다. 이 이후로도 7시까지 줄이 계속 되었다는 건데, 대체 뭐 때문에 줄이 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취소표라도 기다렸나? 취소표가 그렇게 많나?

 

아무튼 친구들도 곧 차례가 되어서 9시 30분 타임으로 예약을 마쳤다.

 

그렇게

 

7시 조선살인수사 ▶ 8시 연분 공연  ▶ 8시 30분 한복 반납  ▶ 9시 혈안식귀  ▶ 9시 30분 살귀옥 

 

이라는 완벽하고 틈없는 일정이 완성되었다.

 

 

다음으로는 예매처 뒤편에 국궁을 쏘는 체험장이 있어서 찾아갔다. 인당 5,000원이었던가? 저번에 스포츠몬스터에서 양궁을 잘못 쐈다가 된통 팔꿈치를 얻어맞은 이후 멍이 슬슬 사라졌을 때쯤이었다. 이제는 팔꿈치를 제대로 돌려야 안 처맞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더 잘 쏠 수 있었다.

 

 

 

국궁체험

 

처참. 하지만 8점이나 쐈음!

 

10발 쐈는데 ㅠㅠ 심지어 야외라서 바람이 부니까 더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것 같다. 심지어 하나는 나무로 날아가 꽂혔다. 민속촌에 함께 가지 않은 친구에게 이 사진을 보냈더니 그래도 10발 중 왜놈 두 번은 맞힌 거라며 둥기둥기해주었다. 뿌듯해짐.

 

 

다음은 놀이기구가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하며 민속촌 구경을 했다. 

 

나의 집(?)도 구경하고

 

너무 더울 때는 실내 전시관으로 도피하기도 했다. 남자선호 유교사상이 풀풀 묻어나던 곳. 하지만 에어컨이 제대로 안 틀어져 있어서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돌아다닐 때도 계속 사극체를 쓰면서 돌아다녀서 외국어를 쓰면 "그게 무엇이오?" 하거나 말실수를 하면 순식간에 왜놈이나 매국노로 몰렸다(ㅋㅋ). 직원들도 나를 옛날 사람으로 대해줘서 좋았다. 한 선비가 자기 집 구경하고 가래서 집도 구경하고 갔다. 청약 당첨됐다고 했나? 

 

중간에 서서 타는 그네도 타봤는데 하 진짜진짜 너무 무서웠다. 아무리 해도 그네는 흔들리지 않고 나는 가만히 있는 그네 위해서 내 몸만 퍼덕거렸던 것 같다. 결국 친구가 뒤에서 밀어줬는데 계속 타고 있으니 무서워서 내리고 싶었으나 내릴 방도도 없어서 두 줄만 꼭 붙잡고 무섭다는 소리를 연발 한듯. 우리나라 여인네들은 아주 굳세구나. 나약한 선비는 탈 것이 못 된다.

 

 

그네를 타고 있는 선비. 겁을 먹었는지 그네줄을 쥐어짜고 있다. -2024. 8. 17. 한국민속촌.

 

 

주막에서 무전취식하고 도망친 선비를 혼내는 주모. -2024. 8. 17. 한국민속촌.

 

딱봐도 포토존인 것 같은 곳에서 사진도 찍었다! 컨셉은 무전취식한 선비를 응징하는 주모였다.

생각해보니 앚낙네와는 이곳에서 포토타임을 못 가졌다. 아쉽.

 

 

놀이마을

 

하지만 다른 곳에서 찍었지요? 놀이기구 부지쪽 초입에 인생네컷 찍는 곳도 있어서 찍었다. 앞으로 사진 많이 찍고 다녀야지.

이곳이 한국민속촌 통틀어서 가장 시원한 곳이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도 한참을 쉬다가 움직였다.

 

여름이라서 물놀이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곳도 있었는데 그쪽은 한복을 입은 사람이 정말 우리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직원이 다가와서 "선비님들. 옷차림을 보아 하니 높으신 분들 같은데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여긴 조선이 아닙니다." 해주셔서 ㅋㅋ "아니 그렇소? 그럼 여기가 대체 어디란 말이오? 어서 우리 돌쇠를 찾으러 가야겠소." 하면서 장단 맞춰주고 놀았다 ㅎㅎ 이러니 더욱 재미있었음!

 

놀이기구존에도 심야괴담촌 시즌이라 귀신의집 같이 꾸며둔 곳을 열차를 타고 한바퀴 도는? 어트랙션도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도 줄이 정말 엄청났다. 우리는 예약해둔 콘텐츠들이 많았으므로 감히 줄을 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패스했다.

 

대신 범퍼카를 타고 (이때쯤 손풍기 배터리가 사망)

 

물로 한바퀴 도는 어트랙션을 탔다.

너무 더웠어서 물 위로 움직이는 거 타니까 시원하고 좋았다... 헉헉

선비답게 유유자적 안분지족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수로 옆에 기묘한 조각? 들도 있었는데 조금 무서웠다.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 들어갔다. 느지막한 오후가 되고 나서도 너무 더워서 피신온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목이 말라서 무언가를 마시고 싶었는데 물은 너무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주스를 시켰다. 하지만 이게 더 가성비가 구린 선택지였다. 보이는가? 사진 속 사과주스 페트병과 가격표에 적힌 4,500원. 

 

 

 

슬슬 하늘이 어두워지니 길거리에서 귀신 분장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승사자처럼 꾸민 사람도 있고 요괴처럼 귀를 달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홍체가 보이지 않는 특수렌즈 낀 사람도 있었다. 분장이 생각보다 다들 본격적이었다.

 

친구가 궁금하다고 해서 점술집으로 갔더니 문을 닫은 채였다. 알고 보니 심야민속촌 점술 이벤트?는 서낭당나무 아래 정자에서 열리는 타로밖에 없었다. 패스!!

 

큼지막한 이벤트 말고도 이곳저곳 공포 테마로 꾸며둔 곳들이 있었다. 

 

둥둥 떠다니는 그릇들

 

 

그리고 사람.

 

제법 잘 꾸며두었다.

 

넓은 공터에서도 이것저것 놀거리, 먹을거리들이 많았는데 체험하는 데에도 다 돈이라서 그냥 눈으로 스윽 보고 지나갔다.

워낙 쉬지 않고 땡볕에 돌아다녔던지라 예매해둔 조선살인수사 시간이 될 때까지 장터쪽 건물에서 쉬었다.

 

 

 

07:00 PM 조선살인수사

 

그렇게 찾아온 조선살인수사 타임. 들어가기 전에 이용안내 및 동의서 종이를 받았다. 서명을 하고 나서 뒷장에 적힌 사건의 기본 전달 사항을 읽으면 된다! 

조선살인수사가 진행되는 관아 앞에는 포졸이 서 있었는데 이 포졸이랑도 대화를 나눴다. 멋있게 오늘 날짜를 한자로 적으려고 했는데 한자 다 까먹음 ㅁㅊ 결국 내 이름만 한자로 적었다.

 

포졸: 아니 선비가 한자도 모르는 것이오?

나: 유학파요.

 

시간이 되었고 참가자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뭐가 진행되는지 몰라서 들어가려다가 포졸들에게 막히는 미예매자들도 많았다.

 

생각보다 참여자가 엄청 많았고 진행자들의 연기가 아주 뛰어났다. 사건 설명 같은 건 오디오로 틀어뒀었는데 진행이 좀 빠른 편이라 필기하는 데에 애를 먹었다. 그 이후로 사건을 수사하고 진범을 찾으면 되는데 ㅎㅎ

 

생각보다 사건을 수사해도 뭔가 아리까리하기만 하고 잘 모르겠다 싶었다. 포졸에게 "아무래도 암행어사는 그만둬야겠소."라고 하니 

 

포졸: ㅎㅎ 괜찮소 어차피 암행어사는 널렸소.

 

 

ㅠㅠㅠㅠㅠ

 

난 틀렸다!!! 내 친구 하나는 그래도 답을 인접하게 적어서 마패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답을 확인해주는 포졸이 정말 짤없이 틀렸다고 외쳤다. 

 

하필 바로 전에 너무 재밌게 즐긴 비공식수사를 하고 온 터라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가격 차이가 심하긴 하지만 시간이 엄청 빠르게 흘러가고 증거가 체계적이지 않은 느낌? 물론 내가 알못이라서 그럴 수 있다. 

근데 거의 대부분이 틀리고 빈손으로 나가긴 했다.

 

 

 

08:00 PM 연분

 

관아 밖으로 나오니 시간은 이미 많이 어두워져 있었고, 바로 앞 무대에는 사람이 엄청 몰려 있었다.바로 연분공연이 8시에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두고 대기탄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ㅠㅠ 정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사람이 몰려서 무대가 잘 보이지 않았다. 대신 내 대각선 옆에서 공연을 촬영하는 사람의 화면으로 대신 중계를 봤다(?). 갤럭시 폴드 화면 넓고 보기 좋더라.

 

공연은 약 30분간 이어지는 공연이었다. 사람들이 진짜 많아서 앞도 잘 안 보이고 더운 날씨에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끈적하고. 하지만 공연 자체의 퀄리티는 엄청 좋았다. 판소리도 나오고 전통 춤을 추기도 하고 부채춤과 사물놀이는 빠질 수 없고! 그리고 무대 뒤에서 그림자로 스토리가 나오는데 알고보니 그 그림자가 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그림자였다. 사람들이 모여서 화병이 되기도 하고 말이 되기도 하고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완전 사이버펑크였음. 사물놀이도 저렇게 LED 조명을 달고 나와서 공연을 하는데 어떻게 보면 간단한 장치일 수 있지만 색다른 느낌이었고 전통과 현대가 너무 잘 어우러진 것 같아서 좋았다. 그렇잖아도 한국이 외국에서는 사이버펑크st로 알려지기도 했으니까. 분명 훌륭한 공연이긴 했지만 정말 육안으로 제대로 관람하기 쉽지 않았어서 ㅠ 나중에 다시 보고 싶다.

 

공연을 보고 나서는 다시 한복남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현대인으로 되돌아왔다. 친구들은 신기하게 옷을 갈아입으니 사극체가 안 나온다던데, 난 사실 목구멍까지 사극체가 여전히 올라오려는 걸 꾹 참았다. 그래도 확실히 티셔츠를 입으니까 한결 몸이 가벼워지긴 했다. 워낙 꽁꽁 싸맨 옷을 입고 있었어서 말이지 ㅠㅠ 그래도 덥긴 더웠지만.

 

 

가는 길에 본 귀신. 사람들이 죄다 줄을 서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참고로 세 명 아니다. 귀신분장을 한 사람은 한 명이다. 옆에 보이는 긴 장발은 모형으로 상반신만 있었음. 퀄리티가 대단했다.

 

 

 

9:00 PM 혈안식귀

 

이 다음은 혈안식귀. 혈안식귀는 실내형 귀신의 집이었다. 나는 엄살도 심하고 지금까지 유령의 집은 가본 적도 없는 터라 진짜 겁을 많이 먹은 상태였다. 겉으로 그나마 의연한 척 한 게 그 수준이었다. 들어가기 전까지 하루종일 문득문득 귀신의 집을 가게 될 미래의 나를 생각하며 괜찮을까 두려움에 떨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엄청 깜깜했다. 혈안식귀와 살귀옥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목도 되게 어두운 편이었다. 혈안식귀의 외부도 무섭게 잘 꾸며놓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워낙 어두운 데다가 불빛은 낮은 조도로 파랗게 켜놓기만 해서 사실 잘 보이진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고 우리도 함께 대열에 합류했다. 기다리는 데에 너무 무서웠다.

 

3장을 예매했다고 우리 세 명만 들어가는 건 아니고 보통 4~6명을 묶어서 들어가게 되는데, 우리는 한 커플과 함께 총 5명이서 가게 되었다. 그나마 겁이 적은 친구가 앞에 서고 내가 두 번째로 섰다. 중간에 부채를 놓고 와야 하는 미션이 있었는데 직원이 하실 분 계시냐고 하니까 아무도 반응이 없었고··· 마지막에 커플로 오신 남자분이 자기가 하겠다고 선뜻 손을 들어주었다. 진심 너무 고마워서 감동박수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엄청나게 겁을 집어먹고 가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였다. 아예 안 무서웠다는 건 아님!! 하지만 뭐랄까, 이게 초자연현상이 아니라 귀신들도 인간이라는 걸 아니까 그 사실에서 오는 안정감이라고 할까? 모두가 이 무더운 여름을 오싹하게 즐기기 위해 참여한 플레이어라는 TRPG적 사고가 나를 지배했다. 그리고 내가 맨 앞이 아니어서

······ 앞장선 친구와 맨 뒤에 선 남자분이 손전등을 들었는데 워낙 내부가 어둡다보니 친구가 발조심하라는 이야기도 다 해줬다. 커플 중 여자분이 "되게 친절하시다." 하는 것도 들렸다 ㅋㅋ 덕분에 진짜 모르는 분들이었음에도 끝까지 다같이 무서워하고 다같이 도망가고 하면서 화기애애하게 나왔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젤 쫄리고 재미있었음 ㅠㅠ 마지막에 탈출하고 나서는 다같이 "고생하셨습니다~~" 하면서 무슨 오프모임 쫑나는 사람들마냥 헤어졌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바로 살귀옥으로 향했다. 살귀옥 입장하는 곳이 혈안식귀를 지나 좀 더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됐기에!

 

 

 

9:30 PM 살귀옥

살귀옥에도 이미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우리는 한 커플이랑 함께 들어가게 됐는데······. 

분위기가 혈안식귀 때랑 완전 달랐다. 커플 중 여자분이 안쓰러울 정도로 너무너무 무서워하는데 남자가 진짜 하는 행동이 별로였으.

 

일단 살귀옥은 야외랑 실내를 번갈아가면서 체험하는 공포테마였는데, 처음 들어가니 죽은 사또인지? 분장한 사또가 우리보고 문제를 해결하러 왔냐며 안쪽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런 스토리텔링 좋아(?) 그 이후로는 우리끼리 다녀야 했는데, 후기에서 매우 어둡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긴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더욱 어두웠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바닥이 통나무?? 같은 걸 여러 개 깔아둔 길도 있었는데 그게 너무 미끄러워서 나는 넘어질 뻔하기도 했었다 ㅠㅠ 

 

살귀옥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우리랑 함께 했던 커플 중 남자가 너무 별로여서 사실상 콘텐츠가 묻힌 느낌이다. 하. 

커플 중 여자분이 무서운 걸 엄청 힘들어하시는지 들어갈 때부터 엄청 겁먹고 우는 소리를 내셨는데 남자가 하나도 도움이 안 됐다 ㅡㅡ 쎈 척하고 과한 제스쳐 취하고 무섭다는 여자분한테 더 겁주고; 여자분이 거의 무섭다고 뒤집어질 지경이어서 한번은 소리지르면서 내 친구 등을 만지기도 했었다 ㅋㅋ ㅠ 무서우니 어쩔 수 없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였다만 남자는 전혀 아니었음······. 앞장서면서 괜히 "여기 귀신 나오고, 이쪽 돌아가면 대기하고 있을 거고." 이러면서 개 추리하는 척 쎈 척 명석한 척 우리를 이끄는 척 개 멋지지도 않은 내용 스포짓 하는 것도 별로였고, 귀신이 겁주니까 놀라서는 권투 선수 제스쳐 ㅋㅋ 하는 것도 제법 킹받는 포인트였다. 왜··· 때리시려고? 여자를 좀 달래주기라도 하든가 도닥도닥 달래주지는 않고 뒤에서 발 구르거나 소리 내서 겁주기나 하고. 나중에는 그 사람 때문에 나도 내 친구들도 심지어는 그 여자도 짜식었다. 정말 왜 그러는 걸까? 이거봐 살귀옥 콘텐츠 즐기고 나와서는 살귀옥 얘기는 하지 않고 그 남자만 이렇게 많은 줄을 할애해서 씹어대고 있잖아 나는

 

아무튼 귀신의 집도 결국 하나의 TRPG나 다름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귀신은 겁주면서 즐기는 거고, 우리도 귀신이 겁주는 데에 장단맞춰주면서 무서워해야 재미있는 거고. 그렇게 다들 공포 테마로 화기애애해질 수 있는 거다. 그것도 넌씨눈처럼 못 맞추고 권투선수 흉내나 내고 있으면 "쟤 뭐지?" 싶어지는 거다. 

 

나도 중간에 어떤 귀신이 여자분을 놀랬는데 여자분이 하도 비명을 질러대서 '뒤에 귀신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 귀신이 나한테도 와서 겁을 줬는데 사실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지만 귀신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1초 있다가 꺆!! 하고 소리를 질러줬었다(소리 잘 지름). 귀신의 집을 처음 가서 어떻게 즐겨야 할지 제대로 배우고 온 기분이었달까?

 

아무튼 살귀옥을 마치고 나오니 건물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통과한 사람들에게 부적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재물운을 골랐고, 지금 그 부적은 내 집에 처박혀 있다······.

 

나중에 그 커플이 멀어지고 나서야 모두가 그 남자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다. 친구 말로는 남자가 하도 발 구르고 그러니까 여자도 정색하고 "아 하지 말라고" 이랬다고 함······. 고생이시네요.

 

돌아가는 길에 다시 관아 앞을 지나갔는데 그곳에서는 야밤의 디제잉이 열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싸이 노래 부르면서 떼창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으므로 멀리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정도에 그쳤다. 와중에 나는 장터에서 먹었던 식혜를 너무 맛있게 먹었는지 다시 먹고 싶어서 매점을 돌아다니다가 야외 음식 부스에서 식혜를 살 수 있었다. 가격은 5,000원으로 엄청 비쌌는데 장터에서처럼 큰 통에서 식혜를 바로 퍼주는 게 아니라 이미 실링까지 다 되어 있는 밥알 없는 식혜를 아이스박스에서 꺼내줘서 한국민속촌 내 물가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를 잠시 했다. 

 

눈물을 머금고 구매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곳이 마지막 식혜 판매처였었다. 맛있긴 했어서 봐주기로 했다. 어차피 이런 곳은 비싸긴 하니까. 하지만 민속촌까지 이래야 하나?

 

돌아가는 길도 참 예뻤다. 밤에 조명 켜주니까 좋더라. 계곡 쪽에는 커다란 달도 띄워놓았는데 찍진 않았다. 이미 너무 지쳐버렸고, 찍을 각도 나오지 않았고. 아무래도 여길 제대로 즐기려면 근처에 숙소 하나 잡고 1박2일은 해야할 것 같다.

 

저녁을 안 먹었던 터라, 입구 쪽에 있는 가게에서 주전부리를 사먹었다. 나는 핫바(마요케찹 대박 잘 뿌렸다고 생각함), 친구들은 핫도그와 닭꼬치···는 아니고 닭. 거의 마감할 때라서 닭꼬치 아닌 닭만 남아있어서 깎아준 돈으로 사먹은 친구.

 

그렇게 하루종일 즐겼던 민속촌을 나왔다. 이미 폐장 1시간 정도 남았을 때였는데 민속촌에 들어가는 커플이 있었다. 하긴, 근처에 살면 가격도 (할인 가격으로) 비싸지 않으니 산책하기에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돌아갈 때도 내 차로 돌아가다가 중간에 친구들을 내려주었다. 친구 한 명이 포토프린터를 가져왔었는데 이 또한 민속촌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집에 갈 때나 사용하게 되었다. 덕분에 추억의 사진과 페어 굿즈가 생겼다.

 

 

하루종일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지만 확실히 모든 콘텐츠를 즐기기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했고 더위로 인해 모든 곳을 돌아다닐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와 함께 유료 콘텐츠를 3개나 즐기고 무더위에도 한복까지 입어준 나의 친구들에게 사랑을 보낸다!!!!!! 다음에는 너무 덥지 않을 때 나의 한복을 입고 가서 느긋하게 둘러보고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