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출: 외대 엔터팟 「비공식수사」 후기 (2024. 8. 15.)
DAILY 2024. 9. 4.
2024. 8. 15. | 방탈출: 외대 엔터팟 「비공식수사」 후기
그리고 친구의 생일, 그리고 DCC카페, 그리고 테라포밍 마스, 그리고 훠궈.
정말 몇 년 만에 방탈출을 즐기고 왔다. 사실 테마가 방을 탈출하는 목적은 아니긴 하지만? 요즘은 동물인형을 인형(人形)이라고 부르듯 퀴즈 풀고 추리하고 하면 다 방탈출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도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싶은데 정말 마땅한 용어를 모르겠으니 좋은 용어가 있다면 알려주길 바람!!
비공식수사를 알게 된 건 SNS에서 많이 RT되던 게시글 때문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뭐!? 방탈출이 72,000원이나 한다고? 싶었다. 하지만 함께 올라온 사진 속의 (가짜) 경찰서나 (가짜) 명찰을 보고 나니 나도 조금씩 호기심이 들었달까? 3시간이나 된다고 하니 1시간 24,000원으로 따지면 제법 가성비 있어 보였달까? 거기에다가 투썸도 먹을 수 있고 성공하면 텀블러까지 준다고 하니 가야겠다 싶었달까?
금액이 금액인지라 보드게임 파티 친구들 톡방에다가 슬며시, 아주 조심스럽게 의향을 물어봤더니 다행히 다들 OK했고, 그렇게 비공식수사를 알게 된 당일인지 다음날인지 엄청 빠르게 파티가 만들어졌다. 거기에 비공식수사를 하고 싶다고 말한 다른 친구까지 5명이 되었다.
플레이하기로 한 날을 8월 15일로 잡고 그 전달에 예약 사냥을 했다! 이때 문제가 좀 있었는데 예약 시스템을 관리하는 측의 오류로 열리면 안 될 시간까지 전부 열려버렸고, 우리의 예약이 더블부킹이 되어버린 것이다······. 친구 한 명이 예약에 성공해서 파티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중복되었다고 다른 날은 안 되냐고 연락이 와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가 잘 되어가던 차에 다른 시간으로 예약했던 팀이 예약 취소를 하면서 우리가 그 자리로 들어가게 되었다. 예상했던 시간과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다행이었다.
낮에 있었던 일들부터 쓸 거라! 비공식수사 후기는 아래에 있다.
2024. 8. 15. (목) 광복절 당일.
···은 마침 친구 한 명의 생일이기도 했다. 점심은 치즈버거가 맛있다는 DCC카페에서 만나 해결하고 보드게임을 하다가 방탈출을 플레이하고 저녁은 훠궈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완벽한 계획을 짜고 첫 일정 수행을 위해 DCC 카페로 가던 중, 나에게 카톡이 하나 도착했다.
입술 바르다 말고 맞은편에서 쳐다보는 줄 알고 고개듦
근데 아니었다.
그렇게 급하게 지하철에서 친구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하게 되었다.
레터링케이크는 원하는 사이즈가 없어서 주문하지 못하고 역 근처의 투썸에서 스초생을 샀고, 꽃다발은 가려던 곳이 문을 닫아서 멀리까지 걸어가서 샀다.
날씨가 아주 더웠는데 카톡에서 생일인 친구는 다들 어디쯤이냐고 연락을 보냈다.
급하게 생일 친구와 같이 있는 친구에게 우리의 계획을 유출하고 그녀를 잘 붙잡아두라 했다.
그렇게 힘겹게 케이크와 꽃을 준비해서 DCC 카페에 올라가기 전에 초에 불을 붙이는데···
그날따라 계단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뜩이나 좁은 계단에서 그러고 있으니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갔다.
원래 DCC 카페는 외부 음식 반입 금지지만 친구 생일이라 케이크 반입은 허락받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준비하는데···
짐이었는지 사다리였는지 들고 내려가는 아저씨가 눈치가 없는지 못된 심보인지 자꾸 큰 소리로 말을 붙였다. 제발 조용히 해달라고 해도 그랬다 ^^
뭐해요? 케이크? 아 생일 깜짝 파티하는 건가? 등등등 정말 조용히 좀 해달라고 해도 절대 입을 다물지 않고 아래층 계단으로 내려갈 때까지 떠들어대서, 혹시나 카페 내부에 저 아저씨 목소리가 들려서 우리 계획이 대차게 망하는 건 아닐지 두려움에 떨었다. 정말 왜 그러시는 겁니까?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으나 입장하는 과정에서 불이 꺼져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다른 친구가 빠르게 라이터로 불을 붙여줌. 더운 밖에서부터 급히 생파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나의 공모자는 혼이 쏙 빠져버려서 그거 보고 "어?? 다시 불살아났네??"같은 말을 했었는데 자세하게는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아무튼 식사를 하였다
나는 할라피뇨 치즈버거 단품을 먹었다. 뒤로 보이는 감자튀김의 모습은 세트를 시킨 친구의 사진을 훔쳤기 때문이다. 요즘 어디 놀러 갈 때마다 사진은 친구들에게 맡기고 동영상이나 찍고 다니다 보니까 사진을 잘 안 찍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포카에 쓰여 있는 글씨는 음식이 맛없다는 거 아님!!! 그저 캐릭터 성격일 뿐임!!!! 나 온갖 음식 다 먹으러 다닐 때마다 다 저거로 찍음!! 음식 비하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이딴 거 아니고 이런 요리입니다. 건강에는 나쁠 수 있지만 맛있는 음식은 정신 건강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다른 음식에서도 저런다는 인증
생각해 보니까 친구 생일 케이크인데 이런 거 찍어도 되냐 지 날도 아니면서 오늘은 너의 날 앞에서 악담하네
옮기는 과정에 뒤집어진 내 케이크
딸기 다리로 걸어 다닐 것 같다
스초생 나만 빼고 다 먹어봤던데 아주 맛있었다 ㅎㅎ 우리에게 접시를 제공해 주신 직원분의 노고를 생각해 한 조각 제공해드리기도 함
식사 후에는 테라포밍 마스를 했다. 오랜만에 하니 재밌었다!! 나 때문에 취소되었던 보드게임 모임도 다시 주선해야 하는데······.
가까스로 시간 안에 플레이를 끝내고 아주 급하게 엔터팟 비공식수사 플레이를 하러 택시를 타고 외대로 향했다.
엔터팟 비공식수사
드디어 방탈출(?)을 하러 도착! 우리는 비공식수사 임무를 맡은 화진경찰서의 순경이 되었다.
처음 예약할 때 참가자 전원의 이름이나 별명을 적어 보내야 하는데 별명을 적어 보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신분증도 신분증이지만(이하생략).
뻘하게 시작 전에 화장실을 미리 가는데 화장실이 되게 되게 멀리 있었다. 이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시작 전에 하는 건 비슷하다! 동의서 쓰고 어쩌고 저쩌고. 다만 시작 전 가이드 영상부터 상당히 퀄리티가 높았다.
총 3시간 정도 플레이하는 콘텐츠였는데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갔다! 처음 플레이를 하기 위해 입장할 때만 해도 '72,000원? 얼마나 값어치를 하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각 잡고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이게 72,000원밖에 안 해? 이 부동산과 장치 설비와 인건비를 주고도 마진이 남아?'라는 생각과 함께 나왔다. 지금까지 플레이해 봤던 일반적인 방탈출과 크라임씬과는 다른 방식이었는데 나는 이 방식이 더 취향이었다! 후기를 보면 여고추리반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는데 내가 여고추리반을 보질 않아서 모르겠다.
3시간이 사실 3시간 풀로 플레이하는 느낌은 아니긴 하다. 중간에 쉬는 시간까지 포함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을 따져서라도 투썸에서 10,000원 정도를 시킬 수 있고 성공하면 텀블러도 주니까! 무엇보다도 재미있으니 매우 매우 OK이다.
성공하고 받은 텀블러 ㅎㅎ 제법 크고 짱짱함. 하지만 한 명은 깜박하고 안 가져오고, 한 명은 텀블러가 새 버렸다는 거······. 베이지색? 도 있는 것 같은데 검은색이 걸려서 아주 좋았다.
난이도는 내 수준에 딱 맞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 물론 헤맨 곳도 있기는 했지만 우리가 진행을 못하고 있으니 전화로 답을 알려주셨다. 듣고 나니 확실히 내가 생각해 내기 힘들었던 부분이라서 이건 힌트를 받아 마땅하다, 싶었다. 전체적으로 문제가 다 개연성 있고 매끄러운 건 아니었지만 좀 억지 같은 부분은 사소하다고 느껴질 만큼···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3시간이나 되다 보니 중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싶어지기도 했는데 동선도 잘 짜여 있어서 전혀 문제없었다!(중간에 가지도 않은 듯).
'탈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본적인 방탈출과 다르게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단서를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개인적으로 추리 난이도는 어려운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만약 중간에 단서를 놓친다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중에 후기를 보니 텀블러를 못 받으신 분들이 종종 보였다.
순경이 되어서 방탈출에 임하는 만큼 나름 순경 캐입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TRPG 짬바가 있어서인지 나 나름대로 잘한 듯?? 앞으로도 이런 콘텐츠가 있으면 더 하고 싶다. 더 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친구 한 명이 유독 어쩔 줄 모르고 몰입을 못했는데 그걸 보는 재미도 있었다 ㅠㅠ (ㅈㅅ) ㅋㅋ
비공식수사를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가서 다들 감상을 나누느라 단 한 명도 훠궈 사진을 찍지 않고, 충동적으로 다음날 약속까지 잡아버렸다. 심지어 나는 충동적으로 반차까지 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떠들고,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했던 시도가 무색하게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비공식수사 얘기만 하다가 잤다. 아무튼 너무 오랜만에 플레이한 방탈출의 스타트를 너무 재밌는 콘텐츠로 끊어버린 느낌이다. 이런 비슷한 걸 다시 하고 싶은데 아직은 없을 것 같고, 다른 방탈출도 해보고 싶지만 비공식수사만큼 만족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은 나중에 다른 사람들 후기를 뒤져보다 보니 사장님이 서울 근교에 비슷한 테마의 방탈출을 열려고 생각 중이시라고!! 어서 사장님이 적게 일하고 돈 많이 벌어서 비공식수사 같은 콘텐츠를 많이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서울보다 싼 땅에서 좀 더 저렴하게.
물론 재미있기만 하면 장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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