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유럽 여행] #6. 독일 베를린: 쇼핑몰 하케셔 훼페, 하우스 슈바르첸베르크, 시나몬롤로 유명한 Zeit für Brot, 젤라또 가게 호키포키 Eispatisserie Hokey Pokey Mitte, 더 반 카페
TRIP/2023 독일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2023. 10. 23.
[독일 동유럽 여행]
#6. 독일 베를린: 쇼핑몰 하케셔 훼페 Hackesche Höfe, 하우스 슈바르첸베르크Haus Schwarzenberg, 시나몬롤로 유명한 Zeit für Brot, 젤라또 가게 호키포키 Eispatisserie Hokey Pokey Mitte, 더 반 카페 The Barn Café
2023. 9. 24. (일)
슬픈 일이 있었어도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학센을 맛보고 다음 목적지인 쇼핑몰 단지인 하케셔 훼페(Hackesche Höfe)로 향했다.
근처의 역에 내리자 바로 앞에 보였던 무스타파 케밥. 내가 미리 찾아보았던 유명한 무스타파 케밥은 베를린 남쪽에 있는 푸드트럭이었데, 여기서 마주한 케밥집은 뭐였을까? 줄 서 있는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어딜 가나 보이는 야외 좌석들. 너무나도 부러워.
게다가 길거리 버스킹까지. 좋은 노래를 들으며 식사까지 할 수 있다니.
이곳을 지나는데 어떤 여자가 나에게 다가와 내가 미키인지 뭔지냐고 묻는 해프닝이 있었다. 아니라고 하니까 떠나갔는데… 온라인 지인을 오프로 처음 만나기라도 하시나요? 아니면 당근인가요?
다시 열심히 길을 걸었다. 노란 색의 트램까지 함께 다니는 독일의 차도는 넓기도 하고, 바닥에 그려진 철로와 차도가 뒤엉켜 복잡해보이기도 했다.
하케셔 훼페(Hackesche Höfe)
금방 도착한 하케셔 훼페. 이번 여행에서 쇼핑은 나의 관심 분야가 아니었지만, 사진으로 본 하케셔 훼페의 모습은 상당히 이색적이어서 눈으로라도 구경하고 싶었다. 비교적 베를린에 볼거리가 적기도 했고, 이어서 내가 가게 될 하우스 슈바르첸베르크와 가깝기도 했고.
공터를 둘러싼 건물들이 전부 쇼핑몰이다. 꽤나 독특한 구조에다가 건물이 예쁘게 꾸며져 있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다. 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 같았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 한다면 내가 하케셔 훼페를 방문한 날이 바로 일요일이었다는 점. 독일은 정말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가게가 다 쉰다. 물론 음식점은 대체로 일요일에 열지만, 음식점을 제외한 많은 가게들, 심지어 우리나라의 올리브영과 비슷한 dm이나 아디다스 매장 같은 곳마저 일요일에는 전부 쉬었다. 한국인으로서는 절대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괜히 독일 사는 사람들이 독일이 재미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정말 이상한 나라다. 카페는 일찍 닫고, 또 길거리 음식 같은 커리 부어스트나 케밥 집은 새벽 1~2시까지 열기도 한다. 일요일에는 모든 상점이 닫고, 또 클럽 같은 곳은 발달한 것 같기도 하고. 대중교통은 주말이면 24시간 다니고.
아무튼 건물의 외관만 보고 소소한 가게 구경은 하지 못했다. 어차피 뭔가를 살 생각도 없기는 했지만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가도 색다른 게 있진 않았다. 정말 작은 쇼핑몰이었다.
잠깐의 구경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하우스 슈바르첸베르크(Haus Schwarzenberg)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하우스 슈바르첸베르크. 하케셔 훼페 바로 옆 골목이라 두 군데를 함께 보기 좋아보였다.
대로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이렇게 예사롭지 않는 골목이 나온다.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한쪽에 야외석이 보이고, 그림이 어지럽게 그려진 벽에 둘러 싸인 통로가 나온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나와 유명해졌던 멜버른의 한 골목이 생각나기도 했다.
누군가가 그려둔 온갖 그림과 낙서, 그리고 스티커가 가득한 공간. 오히려 정신없게까지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런 혼란스러움이 베를린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그림이 가득한 골목이기에 포토스팟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많은 듯한데, 나는 '그냥 한 번 가 볼까, 하케셰 훼페랑 묶어서 보기 좋네'의 감상 정도로 찾아온 곳이긴 했다.
슈바르첸베르크는 1995년 설립된 비영리 협회로 이곳에서 아티스트스튜디오, 영화관, 박물관, 갤러리, 바 등을 운영하며 젊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고 한다.
이어지는 길을 쭉 따라가다보면 안네의 그림도 나온다. 안네가 하우스 슈바르첸베르크와 큰 관련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림 옆의 전시관에서는 안네에 대한 전시도 이루어지는 모양.
터널에도 가득 채워진 낙서들. 애초에 저렇게 낙서 같은 그림들이 가득한 벽에서 '깔끔함'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거리의 관리 상태도 그다지 깨끗하지 않기는 했다.
건물과 건물로 둘러싸인 공간. 주변에 펍과 음식점이 있었다.
낡은 건물에 식물들이 뒤엉켜있는 풍경이 좋다.
안쪽까지 들어가보았으나 텅 빈 공간뿐. 막다른 길을 마주하고 다시 돌아나왔다.
나에게 하우스 슈바르첸베르크는 '지나가다 잠깐 들르기 좋은 곳', '시간내서 오기에는 조금 아까운 곳' 정도의 감상이었다.
그래도 잘 봤다!
다음 목적지는 Zeit für Brot라는 베이커리. 시나몬롤이 아주 맛있다고 해서 한국에서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열심히 길거리를 구경하면서 베이커리로 향했다.
중간에 마켓에 들러 유럽에 온 이래로 처음으로 물도 구매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상당히 저렴한 마켓이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물병 사이즈에, 공병 보증금 포함 약 1.5유로 정도 했다. 독일은 특이하게 음료를 구입하면 병 보증금을 내야 한다. 반납하면 해당 금액을 받거나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돈도 모이면 꽤나 무시 못할 금액이어서 일부러 버려진 병을 줍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날, 생수는 딱 두 모금 마셨다. 유럽은 어쩔 수 없다. 물 가격도 가격이지만 화장실이 너무 없어서…. 두 모금 마신 것도 두 번째는 약을 먹기 위한 물이었다.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는 표시일까? 라기에는 옆에 차량이 주차되어있긴 하고. 뭘까?
특이하게도 모자 쓴 사람이 그려져 있는 베를린의 신호등. 이건 독일 전체가 다 그런 줄 알았는데 뮌헨에 가보니 평범한 신호등만 있었다. 아무래도 독일 북부에서만 볼 수 있는 모양인가보다. 이 신호등 모양 기념품도 있는 것 같았는데.
Zeit für Brot
열심히 걸어 도착한 베이커리 Zeit für Brot. 발음은 어떻게 읽는지 모르겠지만, 직역하면 '빵을 위한 시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곳에만 있는 가게는 아니고 체인을 운영하는 베이커리다. 나중에 하이델베르크에서도 이 가게를 본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어차피 빵을 파는 곳이라서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먹음직스러워보이는 샌드위치, 빵과 가장 유명한 시나몬롤이 유리 진열장에, 그리고 직원들 뒤편의 벽에도 진열되어 있었다. 정작 시나몬롤은 주문하느라 찍지 못했다는 게 함정이다.
주문을 하면 거대한 시나몬롤을 잘라서 포장해준다. 원래는 두 가지 맛으로 사오려고 했는데 배도 부르고 돈도 잃었으니(대체 언제까지 신경쓸 건지) 그냥 하나만 샀다. 기본 말고 다른 건 그다지 끌리지 않기도 했다.
구매를 하고 나오니 줄이 엄청 길어져 있었다. 이럴 땐 좀 뿌듯해진다.
어딜 가나 보이는 텔레비전탑을 지나 다음 목적이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지나친 화장실 부스. 무료였지만 딱 봐도 상태가…. 여는 순간 내가 마주해서는 안 될 것이 있을 것 같다. 미지로부터의 공포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정말 인권을 상실하기 직전이 아니면 이용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Eispatisserie Hokey Pokey Mitte
젤라또 전문점 호키포키 Eispatisserie Hokey Pokey Mitte. 유럽하면 젤라또가 아니겠나요? 비록 이곳이 젤라또 원조 이탈리아는 아니지만 샌디에고에서 먹었던 너무 맛있는 아이스크림의 기억 보정으로 베를린에서도 아이스크림 집에 방문했다. 호키포키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가게. 외관도 참 예뻤다. 유명한 가게인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이 많아보이지는 않았는데 일처리가 늦은 데다가 앞사람이 한꺼번에 여러 개를 시키기까지 해서 생각 이상으로 대기를 오래 했다.
내부 공간은 상당히 좁고 먹고 갈 수 있는 공간도 없다. 오로지 테이크아웃. 카페에도 화장실이 잘 없는 독일답게 이런 곳은 당연히 화장실이 없다.
오래 기다려서 나의 차례가 되었다. 여러가지 맛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미리 생각해둔 호키포키로 골랐다. 달달한 것을 많이 먹으면 물도 많이 마시게 될 것 같아서 한 가지 맛으로만 골랐다. 이름부터 알 수 있듯이, 이 호키포키가 가게의 시그니처 젤라또였다. 캐러멜, 달고나 맛과 비슷한 맛이라고.
가격은 한 스쿱에 2.4유로였고, 먹는 김에 콘을 선택했다. 토핑도 위에 올릴 수 있는데 개당 0.5유로. 나는 토핑은 올리지 않았다.
비주얼만 봐도 너무 맛있어보이는 호키포키 아이스크림! 역시 콘에 담아야 아이스크림의 비주얼이 완벽해진다지만 이때까지는 몰랐다.
…….
얼마 먹지도 못하고 길바닥에 아이스크림을 헌납하게 될 줄은…….
아이스크림이 비어버린 콘만 들고 황망하게 서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안타까움의 눈빛을 보냈다. 그중 한 명이 나한테 다가와 위로하면서, 가게에 다시 가서 부탁하면 한 스쿱을 더 줄 수도 있다고, 자기도 떨어트렸을 때 그렇게 새로 받은 적이 있다고 알려줬다. 어느 누가 독일 사람들이 친절하지 않다고 했나? 그의 친절함에 감동을 받으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런 방법을 듣기는 했지만… 사실 다시 가게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받지 않았다. 몇 입 먹었을 때 정말… 맛이 정말정말 달았기 때문이었다. 이거 좀 더 먹다간 물 한 병을 다 비울 수 있을 것 같이 달아서 걱정스러웠던 차에 나의 걱정을 덜어주겠다며 스스로 바닥으로 번지점프한 아이스크림. 내가 날린 2.4유로에 유감은 있었으나 아이스크림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유감은 없었다. 때문에 새로 아이스크림을 받지는 않고 갈 길을 가기로 했다. 심지어 남은 콘도 달아서, 결국 길거리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콘마저 다 먹지 못하고 버렸다.
샌디에고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에 이어 부산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도 너무 맛있게 먹었어서 너무 기대가 컸었다. 하여간 이 날은 오전부터 시작해 운수가 좋지 않은 날이었다.
더 반 카페 The Bahn Café
몇 번 핥아먹지 못한 아이스크림을 잃어버리고 나서 다음 목적지를 고민했다. 베를린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는 듯하면서도 노선이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이 때도 바로 그 경우였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바로 갈까 했는데 어쩐지 노선이 돌아가는 식이었다. 페르가몬 박물관 이후로 한 번도 가지 않은 화장실도 슬슬 갈 때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래저래 고민을 하며 지도를 살펴보는데 내가 있는 곳 근처의 더 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더 반 카페도 디스트릭트 커피, 보난자 커피와 더불어 베를린 3대 카페 중 하나의 명성을 차지하고 있는 곳. 원래는 보난자 커피와 더 반 카페는 한국에도 체인점이 들어온 카페여서 굳이 베를린에서 방문할 생각이 없었는데 근처에 있기도 하고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에서 무료 화장실을 사용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 더 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화장실을 위해 숙소까지 되돌아가기로 했다(화장실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더 반 카페는 베를린 내에 체인점이 꽤 있다. 갑자기 더 반 카페를 가기로 결정한 것도 근처에 있던 카페의 평점이 다른 곳보다 높아서였다. 그리고 본토에서 마시는 더 반 카페의 커피는 한국에서 마시는 것과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고.
여행 내내 유용하게 사용했던 트래블월렛 카드. 한 달 전에 일본에 갔을 떄만 하더라도 이 카드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서 전부 현금만 사용하고 다녔었는데, 이번 유럽 여행에서는 카드가 되는 곳이 많아서 정말 편하게 다녔다. 바로바로 카드 사용 내역이 남아서 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기록이 남기도 하고, 현금이 필요할 때는 인출도 가능해서 최고였다.
물론 카페에 화장실은 없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보난자 커피는 아예 화장실에 한국어가 적혀 있다던데, 나는 또 그런 곳은 가고 싶지 않았다.
직원에게 커피 추천을 부탁했더니 기본적인 커피 메뉴들에 샷과 우유 등이 어떻게 들어가는지 설명해주었다. 플랫 화이트와 카푸치노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카푸치노를 선택했다. 바깥 좌석이 전부 만석이라서 창에 붙어 있는 바 테이블에서 커피를 받았는데, 받고 얼마 있지 않아 바깥 좌석이 비어서 자리를 옮겼다.
베를린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몇 안 되는 한국 사람을 본 곳 중 하나. 자리에 앉아 있으니 옆 자리 모녀의 대화가 들려왔다.
경치가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냥 바깥 바람을 느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하트가 그려진 더 반 카페 카푸치노. 유럽에서 마신 커피들은 대체로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았다. 더 반 카페의 카푸치노도 그랬다. 적당히 먹기 좋은 온도였는데, 사실 내가 커피를 좋아해도 맛은 잘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런 건지 더 반 카페의 커피가 특별히 맛있다고 느끼진 못했다. 나에게는 그저 평범한 커피 한 잔이었다.
그래도 마셔본 데에 의의를 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