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유럽 여행] #3.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역에서 베를린으로
TRIP/2023 독일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2023. 10. 16.
[독일 동유럽 여행]
#3.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역에서 베를린으로
2023. 9. 23.
프랑크푸르트 공항역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 16분. 내가 타기로 한 열차는 공항에서 베를린으로 환승없이 직행으로 가는 6시 41분 열차였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내가 타려던 열차가 거의 1시간 가량 연착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에서 여행 준비를 하며 독일 열차 DB가 거의 70% 확률로 연착이 발생하고, 심각하면 열차 자체가 취소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두고 있었으나 첫 날 첫 기차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시간 연착을 때려버릴 줄이야. 가뜩이나 생각외로 입국 심사가 빨리 끝나 시간이 붕 떠버린 상황. 6시 41분 기차를 타도 베를린에 23시 21분에 도착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1시간이 늦어지면 다음날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정보를 확인했을 시점의 연착 시간이 1시간이지, 오래 달리다보면 그 이후에 얼마나 더 연착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고, 6시 41분 이후의 기차편도 마땅치 않아서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연착 시간이 잔뜩 표시되어 있는 전광표 앞에 서서 급히 앱을 통해 다른 기차표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5시 35분에 출발하는 열차편이 있었다. 환승을 한 번 거치기는 해야 했으나, 자세히 확인해보니 저 멀리 외딴 기차역에서의 환승이 아닌, S반을 타고 프랑크푸르트 시내로 들어가 중앙역에서 베를린으로 출발하는 열차를 타기만 하면 되었다. 원 시간대로 출발한다면 이 기차편도 타러 가기 시간이 빡빡해보였지만, 이 또한 13분이나 연착이 되어 이동 시간이 확보되기도 했다 ^^(참나). 그저 기차의 원 시각만 표시되는 유레일 패스 대신 지연 시간까지 전부 표시되는 DB Navigator 앱을 통해 확인해보니,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S반이 13분 지연되면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고속 열차도 S반에 맞춰 기차편 연결을 위해 출발시간이 지연되는 모양이었다(이러니까 지연이 더 많이 발생하기도 할 것 같았다). 결국 원래 타기로 했던 기차를 버리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베를린으로 향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더 이른 기차를 타게 되었으니 잘 된 셈이다. 이래서 유럽 여행은 아무리 금액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유레일 패스를 끊고 다니는 게 편하다. 기차 시간 조정이 비교적 자유로우니까.
뜨순이와 함께 S반 역에 내려가 지하철을 기다렸다. 이 S반을 지하철이라고 불러야 할지 기차라고 불러야 할지 참 애매하다. 보통 생각하는 지하철은 U반에 더 가까웠는데 S반은 기차와 지하철의 중간선상에 있다고 해야 하나. 유레일 패스를 활성화시킨 날에는 이 S반도 무료라고 해서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S반 노선은 많이 없더라.
열차를 기다리면서 뒤늦게 나의 새로운 캐리어가 찌그러진 사실을 알았다. 서글퍼…. 당시에는 바쁘고 귀찮아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는데 항공사 과실로 수하물이 파손되면 반드시 7일 이내에 신고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뭐 나는 파손되기는 했지만 찌그러짐 정도라서 신고를 해도 보상은 못 받았을 것 같다만, 그래도 유럽 여행을 위해 새로 구매했던 캐리어였는데 개시 1회만에 찌그러져서 너무 슬펐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빨간색 S반이 왔다.
많지 않은 역을 지나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한다. 노선에는 지연 정보도 함께 표시되어 있었다.
선로가 오래되어서 그런건지 뭔지, 벽과 기물에 남아 있는 낙서가 엄청 많았다. 그런 풍경들도 한국인으로서는 참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6시 7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도착했다. 생각이상으로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서울역에서도, 광명역에서도 보지 못한 커다란 크기의 건물 안에 승강장이 무수히 많았다. 일렬로 늘어선 승강장 앞에는 베이커리 등의 작은 간이 음식점도 많았다. 유럽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교통의 중심지답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가게 된 뮌헨 중앙역이 훨씬 컸다는 게 함정.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후기대로 길에 아무렇게나 놓인 맥주병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내가 타게 된 5시 58분 출발의 ICE70 베를린행 기차. 보통 '이체'라고 불리는데 독일의 고속열차다. 연착만 안 된다면 말이다…….
ICE70 베를린행 고속 열차
S반의 도착을 기다린 탓에 이 기차도 약 15분정도의 출발 지연이 발생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탑승하자 이미 많은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열차가 금방 출발할까봐 앞쪽에서부터 올라탔던 나는 캐리어를 캐리어 보관 칸에 넣어두고 다이소에서 구매했던 자전거 자물쇠를 채워두었다. 여행하면서 인터넷으로 미리 준비해두었던 자물쇠보다 이 자전거 자물쇠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는데, 정작 이 싸구려 자물쇠가 비밀번호 변경이 불가능한 자물쇠였다. 그래서 전날 비밀번호가 적혀 있는 태그를 챙긴다고 해놓고 집에 놓고 왔었는데, 급히 엄마에게 부탁해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열차에 올라타고 난 이후, 괜찮은 자리도 찾을 겸(목표는 두 칸 다 비어있는 좌석) 식당칸도 구경할 겸 열차 횡단을 시작했다. 내가 앞칸에 탔었던지라 열차칸을 한 세 칸을 지나가서야 식당칸이 나왔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차 식당.
빵이나 샌드위치뿐만 아니라 커피, 술 등의 음료, 심지어는 간단한 요리도 주문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렇게 주문할 수 있는 공간을 지나쳐 가면,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도 나온다.
원래 저녁 식사는 긴 이동시간 탓에 기차 식당칸에서 음식을 주문해먹으려고 했으나 생각 이상으로 비행기 내에서 포식을 해버린 관계로 저녁 식사는 건너뛰기로 했다. 일찍 도착하면 일찍 도착하는대로 늦게까지 영업하는 무스타파 케밥이나 커리 부어스트를 먹을까 싶기도 해서. 때문에 식당칸은 그냥 둘러보기만 하고 왔던 곳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괜찮은 좌석을 찾아 냅다 앉았다. 나는 유레일패스 좌석 예약을 여행중 전혀 이용하지 않았는데, 처음 열차를 탔을 때는 어떤 좌석이 예약 좌석이고 어떤 좌석이 빈 좌석인지 구별하지 못해 방황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좌석 옆 작은 패널에 예약 구간이 표시되어 있으면 예약석이고 없으면 빈 좌석이었다. 내가 우연찮게 발견한, 두 자리 모두 비어 있는 곳은 둘다 비예약석이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황금의 시간. 그때부터 창밖을 바라보며 경치를 구경했다.
가기 전에 창문의 반사광을 차단해주는 CPL 렌즈를 구매해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열차 내부의 빛이 다 비쳤다. 카메라도 영상도. 아쉽다.
당시에는 이틀 후에 가게 될 드레스덴에서 야경을 보고 돌아올 계획을 하면서 몇 시에 드레스덴을 떠나야 시간이 넉넉할지 몰라 버스 예약을 못했었는데, 그래서 내가 지나치는 지역의 일몰 시간을 창밖의 하늘과 비교해가면서 시간을 체크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일몰 시간이 지나도 생각보다 밝은 하늘 탓에 일몰 시간 +1시간 정도로는 야경을 구경할 수 없으리라고 판단했고, 내가 계획했던 것보다 더 늦은 시간의 플릭스 버스를 예매했다. 이때 카드 등록이 귀찮아서 그냥 페이팔로 결제했었는데 환전의 문제인지 뭔지는 몰라도 유로화보다 몇 천원 더 비싼 가격의 달러가 결제되었다. 피곤하고 귀찮았던 탓에 이건 결국 체크하지도 않고 넘겼던 기억…. 영어로 따지기 귀찮아요.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드넓은 풀밭과 동화같은 마을 풍경을 구경하느라, 기차에서도 오랜시간동안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소설읽기? 글쓰기? 몰라몰라. 그나마 베를린 캠페인 로그는 조금 봤다.
그와중에 나와 두 칸 멀리 떨어진 곳에 놓여 있을 캐리어 걱정에 불안에 떨다가 결국 내 (중요하지 않은) 짐을 자리에 놓아두고 후다닥 캐리어를 챙겨오기도 했다. 혼자면 이게 참 불편하다. 두 명이면 한 명이 자리를 지키면 되는데, 나는 혼자라서 내가 자리를 비워버리는 순간 이 꿀자리가 다른 사람에게 먹힐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짐을 전부 내팽개쳐두고 가자니 서유럽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매치기의 위험이 이곳에서까지 생각나 불안하기도 하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독일과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소매치기의 위험은 느끼지 못했다. 프라하는 가끔 소매치기가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았는데, 적어도 독일은 그럴 걱정이 별로 없었다.
실컷 사진을 찍고 바깥 구경을 하다가 더이상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둠이 내려앉으면 로그를 읽고 잠을 잤다. 그놈의 잠…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비행기에 탑승하고부터 기차를 타고 갈 때까지 실컷 잠들어 있던 덕에 지루함을 느끼지는 못했다는 점.
독일의 수도, 베를린 도착
거의 11시가 가까워진 늦은 밤. 드디어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도착했다. 도착한 베를린 중앙역은 한적했다. 그야 유럽 사람들은 밤늦게 돌아다니는 문화가 아니니까. 아무리 독일이 안전하다지만 캐리어를 끌고 여행객 티를 내는 동양인 여성이었기에 길을 재촉하며 출구를 찾았다. 원래는 거리가 좀 있는 곳에 위치한 케밥 가게나 커리부어스트 가게를 갈까도 했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아 바로 숙소로 가기로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와 숨을 크게 들이켰다. 누군가는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공기를 기억한다고 하더라. 내가 느낀 베를린의 공기는 내가 상상하던 베를린과 똑 닮았다고 해야 할까? 조금은 낯선 향기가 공기에 배어 있었다.
바깥 공기는 생각보다 쌀쌀했다. 두꺼운 트렌치코트를 한국에서 챙기며 너무 덥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챙겨와서 잘한 일이었다. 역에서 숙소까지는 거리가 있어서 트램을 타기 위해 바로 앞 트램 정거장으로 향했다.
흔히 볼 수 있는 Hauptbahnhof는 중앙역이라는 뜻이다. 이 '중앙역'이라는 것도 참 특이하다. 유럽은 도시가 군데군데 발달해서 그런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빈 중앙역 등의 '중앙역' 표시가 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명칭이다.
그리고 미국 샌디에고에서 이용했던 트램처럼, 트램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문에 달린 열림 버튼을 눌러야 했다. 사람들이 노란 트램을 타며 떠나는 광경을 바라보며 추위에 떨었다.
트램 또한 우리나라에 없는 대중교통인지라 유럽의 느낌이 물씬 나곤 한다. 비록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라도 말이다.
나 또한 뒤이어 도착한 트램을 타고 나의 숙소로 향했다. 특이하게 독일은 트램 내에서도 표를 구매할 수 있다. 짧은 구간을 이동할 수 있는 티켓이나 환승도 가능한 티켓, 일일권 등. 나는 트램을 기다리면서 베를린 교통권을 구매할 수 있는 BVG Tickets 앱을 이용해 표를 사둔 상태였다.
늦은 시간 아주 한적했던 트램 내부. 길을 꺾을 때 저 멀리 트램이 함께 꺾이는 모습이 신기했다.
몇 정거장이 안 되는 거리를 지나 내가 예약해둔 도미토리인 제너레이터 베를린 미테 근처의 정류장에서 내렸다. 숙소 1층의 시끄러운 펍을 지나 로비의 카운터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내가 이용할 도미토리는 4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편히 짐을 가지고 올라갈 수 있었다(유럽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 많다). 키가 제대로 먹히지 않아 들어가는 데 조금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미 자고 있는 사람들이 둘이나 있어 조심조심 짐을 풀고 잘 준비를 했다. 1층의 펍 소음이 시끄럽다는 후기를 몇 번 발견했었는데, 창밖으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지만 잠을 못 잘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사용하게 된 침대는 창가의 2층 자리. 슬프게도 여행 내내 도미토리만 갔다 하면 2층 침대로 배정받았다. 옛날에는 2층 침대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귀찮아서 아니라구.
분명 일찍 자려고 했는데 12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이동만 했던 독일 동유럽 첫날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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