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유럽 여행] #2.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향한 이륙, 아시아나 기내식
TRIP/2023 독일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2023. 10. 14.
[독일 동유럽 여행]
#2.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향한 이륙, 아시아나 기내식
2023. 9. 23.
독일 프랑크푸르트 행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에서
내 비행기 좌석에 앉아 이것저것 짐을 정리했다. 역시 아시아나. 장거리 비행동안 이용할 수 있는 담요와 베개, 그리고 일회용 슬리퍼와 양치세트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전날인가 전전날에 다이소에서 휴대용 슬리퍼를 샀는데 잠시 괜히 샀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으나, 결국 비행기 일회용 슬리퍼는 두고 내리고 이곳저곳 숙소에서 휴대용 슬리퍼는 알차게 사용했으니 패스.
한 가지 슬픈 사실은 비행기에 타자마자 내 카메라 렌즈 보호 덮개가 사라졌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 분명 비행기를 타기 전 탑승구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덮개를 뺐었는데, 그 이후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예전부터 가볍에 툭 건드리기만 해도 떨어져나가버려서 불안불안했었는데 여행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잃어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중에 내리면서 비행기 복도를 살펴보아도 찾지 못했다.
이륙하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첫끼 식사가 준비됐다. 마침 아시아나 항공에서 제공되는 어메니티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다가 내가 본 블로그 글에서 기내식 소불고기쌈밥을 발견했는데 이게 나름 유명한 모양이었다.
나는 보통 기내식이 나오면 한식은 기피하는 편이지만 이번 여행은 한동안 한식을 먹지 못할 것이므로 뭐든 한식을 먹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마침 인터넷에서 먼저 보았던 소불고기쌈밥이 선택지에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뭐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소불고기쌈밥을 골랐다.
그러자 아래와 같은 메뉴가 나왔다.
기내식으로 쌈밥은 정말 난생처음으로 먹어보았다. 저가항공사에서는 생각도 못할 기내식이었겠지.
큰 그릇에 담겨 있던 쌈채소와 바람떡. 쌈채소도 한 가지 야채가 아니라 정말 다양한 채소들이 있었다. 양상추와 깻잎, 쑥 등등.
그리고 밥과 소불고기.
그 외에 김치와 우거지 된장국. 그리고 쌈장까지 나왔다. 척 보기에도 정말 퀄리티가 좋아보이는 기내식이었다.
거기에다가 처음 쌈밥을 먹어보는 사람들을 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적힌 쌈밥 제조 설명서도 있었다.
나는 식사할 때 뭔가를 많이 마시는 편이라, 승무원님께 물과 사이다를 한 번에 부탁드리고 식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던 소불고기 쌈밥! 마티나 라운지에서 먹었던 음식들보다 훨씬 맛있었다. 역시 220만원이 넘는 비행기라서 그런가…. 유일하게 별로였던 건 우거지 된장국뿐이었다. 비록 쌈밥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꽤 번거롭기는 했지만 맛만 있으면 됐지?
식사를 하는 도중에는 티알피져 의리로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2회차를 뛰어주었다. 가오갤 3이나 인어공주와 함께 최신 영화 목록에 있던데 솔직히 던전 앤 드래곤이 들어와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흥행하지는 못했던 영화라서……. 처음 영화관에서 봤을 때 이후로 내가 잘 모르고 있던 정보도 찾아보고, 그 사이에 디앤디 세션도 몇 번 갔다온 터라 처음보다 세계관이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와 발더스게이트 3을 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왔었는데 영화에서도 발더스게이트라는 용어가 잠깐 스쳐 지나갔다.
식사를 하고 나서 영화를 보다 말고 부족한 잠으로 인해 금세 잠들어버렸다. 벽에다가는 베개를 두고 기대어서 담요를 덮고 잤다. 은근 비행기 내가 건조하고 추워서 내 트렌치 코트까지 덮고 잤다.
그렇게 실컷 자다가 일어나니 두 번째 식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두 번째 식사 메뉴는 낙지볶음덮밥과 버섯차슈덮밥이었다. 한식을 먹을까 생각도 했지만 낙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버섯과 차슈는 둘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후자를 택했다.
두 번째로 나온 식사. 이번에는 물과 오렌지주스를 함께 받았다.
모닝빵과 버터, 빵과 닭가슴살과 토마토와 야채가 들어간 샐러드, 메인 음식인 차슈버섯덮밥과 작은 케이크 한 조각. 차슈버섯덮밥의 냄새가 무척이나 좋았다. 버섯의 향기가 아주 진했다.
아직도 다 보지 못한 디앤디 영화를 마저 보면서 식사를 했다. 평소라면 모닝빵은 거들떠도 보지 않을텐데 왠지 기내식에서 나오는 것들은 다 먹어야할 것 같아서 모닝빵도 먹고 샐러드도 먹었다. 차슈버섯덮밥은 냄새만큼이나 맛있었다. 특히 버섯향이 진하게 배어있는 것이 너무 취향이었다.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함께 나왔던 (아마 디저트로 보이는) 케이크는 정확한 종류는 잘 모르겠지만 엄청 달았다. 식사를 하고 나서 보통 제공되는 커피나 차는 잘 안 마시는 편인데, 케이크가 너무 달아서 커피를 한 잔 부탁해 마셨다. 그래도 케이크는 다 먹지 못했다.
그 사이 던전 앤 드래곤도 다 보고, 궁금했던 인어공주 실사화 영화까지 봤다. 논란이 참 많았던 영화. 나는 그냥 플라운더가 너무 물고기의 모습이 되어이썽서 너무 어색했다. 화면 밖으로 비린내가 뚫고 나오는 기분이었다….
내가 원작 애니메이션을 너무 옛날에 보기는 했지만, 원작보다 개연성 등은 더 추가된 느낌이었다. 원작에도 나오는 음악들은 지금 들어도 너무 좋았으나 새롭게 추가된 곡들은 영 내 취향은 아니었다. 어느 작품이든간 디즈니가 요즘 뽑는 노래들은 옛날 노래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살짝 영화 스포일러를 말하자면 절정 부분에서 에리얼과 에릭이 배를 조종해 커져버린 우루술라를 찔러 물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어렸을 적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새삼 이 장면을 다시 보고 있으니, 온 바다를 조종할 정도로 힘이 강력해진 우루술라가 배가 한 번 찔려 죽는 모습이 설마 크툴루의 부름 오마주였나? 싶어졌다. 생각해보면 둘 다 문어에다가 엄청 거대해지는데다가 좀 어이없을 정도로 배에 박치기 당해서 사라지니까 말이다. 내 생각에는 이거 확실히 오마주가 맞는 것 같다.
영화를 두 편 보고 베를린에 가기 전 베를린 캠페인 로그도 세 편 정도 복습하고 나머지 시간은 죄다 졸거나 잤다. 분명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비행기에서 일기도 쓰고 소설도 읽고 글도 쓰면서 알차게 보내야지!' 하고 다짐했었는데, 정작 가방 안에 있는 나의 아이패드는 꺼내보지도 않았다. 그 오랜 시간동안 가장 걱정스러웠던 화장실도 한 번밖에 가지 않았다. 물도 추가로 마신 건 화장실 갔다 오면서 정도였고. 한 거라고는 영화 2편 보기, 로그 3편 읽기, 먹기, 자기 뿐이라니. 그래도 시간은 아주 잘 갔다. 내부가 춥고 건조해서 재채기까지 나오는 통해 감기가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었다.
도착 시간이 1시간 가량 남았을 시점에 세 번째 음식이 나왔다. 이번에는 식사는 아니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피자였다. 종류는 올리브유 토마토 피자 하나뿐이었다.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나오는 음식만 먹고 있으려니, 마치 아시아나 항공에게 사육이라도 당하는 기분이었다.
맛이 조금 짭쪼름하기는 했지만 나름 괜찮은 맛이었다. 원래는 비행기에서 내려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기차 내의 식당칸에서 저녁을 먹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이렇게 먹어대서야 굳이 기차에서 안 사먹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피자까지 아시아나에서 나온 세 번의 식사는 모두 훌륭했다. 예전에 미국에 갈때 이용했던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기내식보다 훨씬 잘 나왔다. 확실히 좋은 비행기를 타니 서비스도 좋았다. 어메니티도 풍족하게 나오고 좌석 간의 간격도 널찍널찍해서 불편함이 훨씬 적었다. 비록 중간에 내 베개가 사라져서 베개를 기대고 자지 못하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알고 보니 좌석 공간 사이로 베개가 떨어져서 내 뒷자리로 갔었던 듯).
시차 때문에 우리 비행기는 날아가는 내내 해가 떠 있었는데, 창문을 열 수 있었던 건 착륙 1시간 전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승무원이 창문을 닫으라고 했고, 설령 살짝 열더라도 내부가 캄캄해서 강한 빛이 새어들어오는 창문을 열어보기가 눈치보였다.
좌석이 비행기 날개 옆이 아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너무 맨 뒷자리로 한다면 입국 심사의 뒷줄에 서서 시간이 무한정 걸릴 수 있으니 이게 더 낫다는 스스로의 위안을 했다.
창문 밖으로는 점차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은 내륙지방이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평지와 마을이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확실히 이런 풍경은 한국 위의 하늘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풍경이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한국의 산맥도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이기 시작한 프랑크푸르트. 이어졌던 작은 마을들과 다르게 저 멀리 꽤나 높은 건물들이 보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유럽보다는 미국이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독일은 다른 나라보다도 유럽 느낌이 덜하다고 하던데(특히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이 그랬다) 확실히 높은 빌딩들을 보니 유럽 느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후 4시 20분. 13시간을 날아 드디어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그 전에 비행기에서 유심도 바꿔끼고 내릴 준비를 미리 해두었다. 하늘 위에서는 날씨가 참 맑았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구름이 많이 끼어 있었다. 설마 날씨가 안 좋으려나 걱정스럽기도 했다. 당장 날씨 예보를 보았을 때도 내가 도착하기 며칠 전에 유럽에 비가 많이 왔었던 모양이었으니까.
독일 입국 심사
비행기에서 내려 열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표지판에 적혀 있는 독일어와 영어, 많은 서양인들을 보니 내가 외국에 왔다는 실감이 확 다가왔다. 다행히 유심도 불량이 아닌 정상 유심이라 인터넷도 잘 터졌다. 입국심사 이후에 열차를 타고 베를린에 가야했기에 바삐 심사장으로 향했다. 예전에 미국에 갔을 때, 그리고 당장 한 달 전 일본에 갔을 때 오래 걸렸던 입국심사의 경험 때문에 불안불안했다. 미리 인터넷에서 찾아본 내용으로도 독일 또한 입국 심사가 빡빡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였다.
빠르게 나온 덕분인지 생각보다 대기줄은 길지 않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독일은 이곳도 사진을 찍어도 제재를 안 하더라.
금방 나의 차례가 다가왔고 직원에게 "Halo."하고 인사를 건넸다. 직원은 나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 어느어느 나라를 여행할 예정인지, 그리고 과거에 유럽에 온 적이 있는지 정도의 간단한 질문들이었고, 까다롭지 않은 심사를 거쳐 나는 금방 심사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드디어 제대로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 인천공항의 경우에는 입국장과 출국장이 아예 층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이곳은 합쳐진 느낌이라 구조가 조금은 생소했다. 문을 지나쳐 나오자 바로 음식점부터 보였다.
어서 짐을 찾아야 했던 나.
하지만 바로 옆에 보이는 매점 구경도 잠시 했다. 가득가득 쌓여있는 프레첼과 다른 빵들을 보자 유럽에 왔다는 느낌이 실감나기도 하고.
현지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닐 작은 견과류 스낵에서도 유럽의 향취를 느낀다.
이번 나의 독일 동유럽 여행을 함께할 뜨순이. 친구가 내가 여행 가기 전에 부랴부랴 생일선물로 보내주었다. 생각 이상으로 입국 심사가 금방 끝났던 터라 여유를 부리며 사진도 찍고 짐을 찾으러 갔다.
중간에 길을 맞게 찾으러 가다가도 큼지막한 금지 표시 사인에 길을 헷갈려 헤맬 뻔하기도 했지만(심지어 옆의 한국 사람에게 여기 길 막혀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해주기까지 했다) 무사히 짐은 찾았다. 나의 캐리어를 챙기고 기차를 탈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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