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유럽 여행] #1. 인천공항 도착, 제휴카드로 마티나 라운지 무료 이용하기
TRIP/2023 독일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2023. 10. 14.
[2023 독일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여행]
#1. 인천공항 도착, 제휴카드로 마티나 라운지 무료 이용하기
2023. 9. 23.
집에서 인천공항으로
엄마와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나에게 주어졌던 여행 준비 시간은 대략 한 달. 생각 이상으로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여행일이 불쑥 다가왔다. 언제나 그렇듯 한창 여행을 준비할 때 설레던 마음은 막상 여행을 목전에 두면 괜찮을까 하는 긴장감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짧은 여행 기간 동안 보고 싶은 게 많아 일정을 무리하게 짠 바람에 더욱 그랬다. 심지어는 내가 왜 가는 걸까… 싶어질 정도로 말이다.
물론 결론을 말하자면 여행은 아주 잘 다녀왔다. 중간에 사건 사고도 있었지만 해외 여행을 다녀왔는데 몸 하나 건강했으면 됐지.
아무튼간 여행의 이틀 전부터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여행 전날에도 짐을 챙겼는데 언제나 그렇듯 준비 시간이 길어져 늦게 잠들고 말았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전 9시 40분. 나는 보통 해외 여행을 갈 때는 공항에 이륙 3시간 전 도착을 기본으로 삼기에 오전 6시 40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면 대략 1시간~1시간 20분 정도가 걸리니 버스는 5시 20분 정도에 타야 했고. 그렇게 5시 15분 티켓을 예매한 줄 알고 2~3시 정도에 잠들었던 나는 4시 30분이라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급한 마음에 손에 잡히는 대로 짐을 챙겼고 엄마 차를 얻어 타고 리무진 버스 승강장까지 향했다. 승강장으로 향하는 어두운 길을 달리며 조수석에서야 알았다. 그 전에 내가 5시 15분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5시 35분 버스를 예매했었다는 것을….
결국 우리 엄마만 급하게 승강장으로 차를 몰고 가게 한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어? 이미 15분 출발 버스는 좌석이 매진이었기에 엄마를 보내고 35분까지 버스를 기다렸다. 화장실조차 제대로 가지 못하고 나온 터라 괜한 긴장감에 속이 조금 불안불안했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버스가 멈췄을 때 문득 내가 액션캠 배터리와 마이크로SD카드를 담은 파우치를 잘 챙겨왔나 하는 걱정이 퍼뜩 들었다. 그 순간부터 갑자기 신경이 예민해져서 불안불안하던 속이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나와버렸는데 어쩌겠는가? 없으면 사고, 조금 찍고, 보조배터리라도 연결해가며 촬영할 수밖에….
그런저런 고민을 하며 샘솟는 불안감보다 잠을 적게 잔 피곤함이 컸는지 다행스럽게도 어느 순간 잠이 들어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영종도에 들어와 인천공항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영종대교를 지나며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을 액션캠에 담으려고 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물건너가버리고' 말았다.
인천공항 도착
약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한 인천공항. 버스에서 짐을 챙겨 공항에 들어가니 7시가 되지 않은 이른 시간임에도 출국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 2022년 9월에 베트남으로 떠날 때도 사람이 많이 늘었다 싶었는데 올해는 코로나도 완전 풀린 분위기에다가 황금 연휴를 맞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바로 나처럼!
일출 시간이 지나고 해가 예쁘게 떠오르고 있어서 풍경을 담으려고 했는데 카메라에 배터리도 없었다. 그나마 USB 파우치와는 별도로 캐논 충전기를 챙겨온 기억이 얼핏.. 아주 얼핏 나서, 캐리어의 짐을 정리할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캐리어를 올려두고 기껏 열심히 챙겨온 짐들을 다 풀고 뒤지기 시작했다. 뒤지면 뒤질수록 설마 충전기도 안 가져왔나 불안해지던 차, 생각지도 못하게 내가 놓고온 줄 알았던 파우치를 발견했다. 액션캠 배터리도, 마이크로 SD카드도 나와 함께 안전하게 도착해주었던 것이다. 캐논 배터리 충전기도 잘 들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안도감이 한 번에 들이닥치자 장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뭐만 하면 배가 아파 진짜). 후다닥 짐을 다시 챙기고 화장실도 들렀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난리를 피우기는 했지만 어차피 배터리를 캐리어에 넣을 수는 없으니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며.
그 이후에는 미리 신한은행 쏠환전으로 신청해두었던 유로 화폐를 찾기 위해 ATM을 찾았다. 줄을 기다려 내 차례가 되었다. 신청한 환전을 찾기 위해서는 카드(타행 카드 상관 없음)로 본인 인증을 해야 했는데 내 신용카드를 꽂으니 인증 불가가 떴다. 알고보니 출금이 가능한 체크카드로 인증을 했어야 했던 것이다…. 미리 환전 신청을 하면서 생체 인증 등록이 있는 걸 보았었는데 괜히 얼굴 등록하는 게 거부감이 들어 안했었다만, 결국 나에게는 필요한 일이었다.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탓에 자리를 비켜 생체 인증 등록을 하려다가 이게 더 귀찮을 것 같기도 하고 ATM기에는 돈봉투도 없어서, 바로 옆에 있는 창구로 가서 줄을 섰다. 그러나… 금방 줄어들 줄 알았던 대기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차라리 생체 인증 등록을 하고 ATM 줄을 다시 서는 게 더 나을 뻔했다. 창구로 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미리 환전 신청을 하고 돈만 받으러 오는 사람들일 줄 알았는데 공항에서 환전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다들 미리미리 준비하면서 사세요!
어쨌거나 오랜 시간이 걸려 돈을 찾아 짐을 부치러 갔는데, 아시아나 대기줄이 어마어마했다. 미리 셀프 체크인을 해온 이유가 대체 뭔가 싶어질 정도였다. 기계로 가서 핸드폰으로 입력했던 내용과 똑같은 절차를 또 거치고, 직접 수하물 태그와 항공권을 출력하고 태그를 짐에 부쳤다. 내가 도착한 시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손님뿐만이 아니라 후쿠오카, 중국 등 각지의 목적지를 가진 사람들이 한꺼번에 수하물을 부쳐야 했다. 덕분에 셀프로 수하물을 보내기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셀프로 진행해야 하는 요즘의 흐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이야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어할 나이든 사람들은 어쩌라는 건지 싶어지는 마음이 어쩔 수 없이 차올랐다.
짐까지 부치고 나서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귀마개(도미토리용)와 샤워필터(유럽의 석회수 필터링용)를 구매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올리브영에서 샤워필터를 찾아 구매했을 때는 올리브영 최고!를 속으로 외쳤는데, 정작 규격이 맞지 않아서 유럽에서 하나도 쓰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함정. 혹시나 여행 중간에 너무 한식이 먹고 싶을까봐 긴급용으로 편의점에서 쫄병스낵도 샀었는데 여행 내내 캐리어를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가 한인민박에서 만난, 한식이라면 뭐든 다 먹을 수 있다고 말하며 한식에 대한 절박함을 내비치던 여행자(한 40일 유럽에 계셨다는 듯ㄱ에게 줘버렸다.
그러고나서야 출국 심사를 위해 게이트로 향할 수 있었다. 당시의 날씨와는 조금 맞지 않는 두툼한 트렌치를 입은 탓에 안이 덥게 느껴졌다. 저번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출국 심사의 줄이 어마무시했던 기억 때문에(결국 항공사에다 부탁해서 일찍 들어갔더랬다)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외로 출국 심사 쪽의 줄은 길지 않았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나가는 거라서 그런지? 나의 인천공항에서의 목표는 라운지 이용이었으므로, 출국장으로 넘어간 이후로 바로 라운지를 찾아 나섰다.
마티나 라운지
신용도 쌓기를 위해 한창 좋은 신용카드를 찾아 검색을 하고 다닐 때, 평이 좋은 카드 중에 DA@카드의 정석이라는 우리카드를 발견했었다. 결국 처음으로 발급받은 신용카드는 다른 카드사였지만, 혜택 한도를 다 쓰고 나서 서브 카드를 사용할 필요성을 느꼈을 때 문득 DA@카드의 정석에 붙어 있던 라운지 무료 이용 혜택이 생각났었다. 2023년에 계획된 해외 여행은 두 번. 비록 일본 여행을 갈 때는 이 혜택을 써먹지 못했지만, 이번 독일 동유럽 여행 때는 반드시 이 혜택을 써먹겠다고 벼르고 벼르던 참이었다.
그랬기에 공항에 도착하고부터 더더욱 시간 압박을 느꼈다. 기다리기만 하다가 라운지 이용은 하지도 못하고 곧바로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이 카드를 발급받은 이유가 없잖아! 그래도 다행히 라운지를 이용할 시간은 있어서 빠르게 검색창에 라운지 위치를 찾아서 라운지로 향했다.
인천공항에는 스카이허브, 대한항공 라운지 등 라운지가 여러 개 있는데 그중에서 음식이 가장 잘 나온다는 평을 받고 있는 라운지는 마티나 라운지였다. 이른 아침이라도 대기가 발생할 수 있는 듯해서 걱정스럽던 차, 원래는 코로나 때문에 한 곳만 운영하고 있던 마티나 라운지가 동편도 재개했다는 글을 발견했다. 보통은 서편만 알려져 있지 동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사람이 많지 않다고.
그 글에 희망을 걸고 걸음을 옮겼다. 마티나 라운지 동편은 게이트 5~28번쪽에 위치해있었다. X배너를 발견하고 안내된 대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조명이 정말 깜깜했다. 마치 운영을 하지 않는 것처럼.
그 짧은 시간 동안 설마 운영을 안 하나? 싶어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올라갔는데, 다행히 라운지는 운영중이었다. 직원이 대기중인 카운터에서 카드와 항공권을 보여주고 입장했다. 제휴 카드가 없으면 성인 1인에 39달러나 한다는데, 진짜 비싸긴 하다.
조금은 어둑한 조명. 안으로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창가쪽 자리는 전부 차 있어서 음식을 가지러 가기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라운지가 클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음식이 준비된 곳도 작았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샤워실이랑 마사지 기계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몰라서 가보지조차 못했다. 샤워는 필요없지만 마사지 기계가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해 봤을 텐데.
마티나 라운지에는 그렇게 많지는 않은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쪽에 있는 라면들도 곰탕왕뚜껑과 육개장이 전부였다.
메인 요리는 해시브라운, 김말이, 닭강정, 소시지 등이 있었다.
어차피 독일에 가면 본고장인 소시지를 먹을 텐데도 소시지를 좋아하는 나는 여기서도 소시지를 가져왔다. 그리고 김말이튀김과 스크램블 에그까지. 그냥 익히 상상할 수 있는 무난한 맛이었다.
첫접시보다 만족스러웠던 건 비빔밥이었다. 한동안 다이어트를 하겠답시고 닭가슴살만 먹어대느라 한식을 제대로 못 먹었기 때문에……. 여행 전날 결국 참지 못하고 냉면과 순대강정 등등 한식을 사와서 먹었다지만 유럽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던지라 10여일간 먹지 못할 한식을 채울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평소 뷔페라면 비빔밥은 거들떠보지도 않을텐데.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접시는 맛없었다….)
거기에다가 평소라면 먹지도 않을 육개장까지.
너무 기대가 컸어서 그런가? 한 번 정도 와볼 만하지 굳이 억지로 찾아올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다. 유럽으로 출국 전에 비빔밥으로 한국인 영혼을 충전시킬 수 있었다는 건 좋았다. 그냥 시간 편히 보내기 좋은 곳. 출출한 배에 요기 좀 할 수 있는 곳. 39달러를 생각하면 절대 안 올 곳이지만 나에게는 제휴카드가 있으니 나중에 인천공항에서 출국할 일이 있다면 다시 오긴 하지 않을까 싶다.
비행기 타러가기
벽 한쪽에 걸린 전광판을 통해 내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며 식사를 이어가다가 라운지를 나왔다. 그리고 나의 비행기를 타러 갔다. 지하철(?)을 타고 다른 출국장으로 이동할 필요, 버스를 탈 필요도 없이 바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대형 항공사의 맛이란.
예상대로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셀프체크인을 하며 지정해둔 내 자리는 비행기의 뒤쪽, 창가 자리였다. 오랜 시간동안 이동하면서 구석자리는 화장실이 불편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지만 풍경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기댈 수 있는 벽이 있다는 점때문에 구석자리를 사수했다.
대략 11시간 소요될 비행기 내에서 시간을 알차게 쓰겠다는 다짐하에 짐을 위에 올려두지도 않고 바리바리 챙겨 좌석 밑에 두고 포켓에 넣었다.
다만 생각지도 못했던 점.
창가 자리만 신경쓴 탓에 내 좌석의 위치가 날개 바로 옆이었다. 이 위치면 창가에서 사진 찍는 의미도 없는데. 심지어 대형 비행기라서 날개도 정말정말 컸다. 드넓었다.
내 옆자리에는 모녀가 앉았다. 고의 아니게 들려오는 말들을 들어보니 독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등도 가는 모양이었다. 곧 사람들이 모두 탑승했고 마지막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면, 비행기가 하늘로 이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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