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16기 시청 후기: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사회실험
REVIEW/MOVIE REVIEW 2023. 10. 12.
나는 솔로 16기 본 후기: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사회실험
황당하다. 솔직히 내가 이 프로그램을 볼 거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후기까지 남기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 이런 심심풀이 예능 프로그램은 잘 보지 않는다. 그 유명한 무한도전도 안 봤으니까. 연애에는 관심도 없는 나는 연애 프로그램 같은 건 더더욱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봤다. 아주 잘 봤다...
심지어 이런 기분까지 느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출연진들의 달콤살벌한 러브스토리… 이런 것때문에 재미있게 봤던 건 아니었다. 사실 재밌다고 해야하나?라고 자문한다면, 재밌다기보다는 '흥미로웠다'라고 답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나는 솔로 16기의 내용은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의 극단적 표본을 안동이라는 유리상자 안에 가둬놓고 약 5일간 지켜보는 사회실험과 다름없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이런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특히 모두가 결혼에 미친 것 같은 연애 프로그램은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볼 생각이 없었었다. 당장 SNS에 들어오는 짤들과 클립들이 나는솔로인줄도 몰랐고 심지어는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프로그램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호기심이 처음 생긴 건 나만큼이나 이런 프로그램은 보지 않을 것 같은 지인이 나는 솔로를 보고 SNS에서 떠들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그 지인으로부터 나는 솔로 16기의 몇 가지 내용을 전해들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여행 사진 편집을 하며 마스크걸을 하루만에 봐버린 나는 편집 작업 중에 틀어둘 영상을 찾아 헤매다가 지인이 나에게 말해준 프로그램의 내용이 진짜 일어나는 일인지 궁금해져서 영상을 틀고 만 것이다.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처음으로 등장한 남자부터 '청학동 맏며느리상'이 이상형이라는 이야기를 내뱉고 미국에서 왔다면서 부엌은 금남구역이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 남자도 있었다. 게임을 좋아한다더니 '게임하는 건 시간 아깝다'는 말을 하는 남자를 좋게 보는 여성 출연자도 있고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여성 출연자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중반인데 남성 출연자는 한 명 빼고 다 40대였다. 연애와 결혼이 대체 뭐길래, 심지어 다들 번번한 직장을 가지고 있는데도 TV 프로그램까지 출연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이해할 수가 없으면 오히려 다른 생물을 보는 것처럼 초연해져버린다.
이 부분까지만 하더라도 참 신기하네... 나로서는 그들의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네... 싶었는데 내용은 갈수록 더 가관이었다. 처음에는 이거 다 조작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가면 갈수록 이건 주작으로도 나올 수 없는 내용 같을 정도였다.
회차가 넘어갈 때마다 나는 솔로 16기는 미팅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반면교사 프로그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마치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만 같았다. 사자가 사슴을 공격할 때 사슴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는 입장이라고 해야 하나... 연애를 위해 서로 견제하고 낮아진 자존감에 부정적인 기운을 발산하는 건 정말 새발의 피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회차가 가면 갈수록 출연자들은 데이트를 하면서도 자신과 상대방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꾸만 다른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왜 그렇게들 자기 이야기는 안하고 남 얘기만 하시는지…. 원래 남 뒷담화를 하면 빨리 친해진다지만 이런 것들이 방송에 여과없이 나오니 거부감이 심하게 들었다. 심지어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전달하다가 내용이 왜곡되고 대체 왜 나온건지 알 수 없는 루머가 퍼졌다. 그러면서 당사자와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옥순은 처음부터 계속 광수를 픽할거라고 했는데 어느순간 광수를 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갈아탄 배신자가 되어 있었다. 나중에 오해한 것을 알고서도, 자기가 다른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어버리고 오해한 것은 반성하지 않고 오해할 수도 있을 법한 발언을 한 다른 사람을 탓하기 바빴다.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입을 꾹 다물고 자존심만 내세워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정말 대단했다.
덕분에 프로그램을 보면서 연애는 뒷전이고 내 인간관계와 대화에 있어서 해야 하고 하면 안 될 말들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보아 나는 솔로 16기를 시청하게 된 것은 나에게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된 것 같다. 반성하게 된 것은 여러 점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제일 핵심은 역시나 '다른 사람 얘기 하지 않기'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대화중에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입에 올리고, 듣고, 쉽게 믿으니까. 특히 나는 귀가 얇고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게 쉽게 동조하는 편이라서 정말 남 얘기만 듣고 함부로 믿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지레짐작도 하지 말기. 그냥 다른 사람 얘기를 안 하는 게 제일 좋을 듯하다. 프로그램에서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가 이득을 보는 꼴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만 줄줄이 이어졌지.
불호에 대한 표현 등 너무 솔직한 것도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이는 것 같다. 뭐든지 예의를 차려서, 예의 안에서 하기... 초반부터 영자가 까다롭게 굴거나 다른 사람들을 견제하고 광수가 없는 사이 옥순에게 그냥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둥 하는 이야기들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았다. 옥순이 남 얘기 전하는 것도 참 그렇고... 어째 멀쩡한 출연자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상철의 대화기법은 그냥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다. 방송에서 실컷포장해댄 거지 정말 공감 능력도 없고 예의도 없었다.
광수는...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좀 말자.
이런 행동들이 엄연히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촬영장 안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프로그램에 다 나올텐데 저렇게 행동할 수가 있다고? 정말 눈치를 안 보는 건지 문제를 모르는 건지 일부러 저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지금도 계속 견제하고 싸우는 것 같던데...
아무튼간 나는 솔로 보고 난 이후에 내 발화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 쓰게 되었다. 고상하게 늙어야지 추하게 늙고 싶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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