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Light Pink Flying Butterfly 영화 「킬링 로맨스」 중도 하차 후기: 내게 남은 유일한 행운은 아무도 나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은 것

영화 「킬링 로맨스」 중도 하차 후기: 내게 남은 유일한 행운은 아무도 나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은 것

REVIEW/MOVIE REVIEW 2023. 10. 16.

 

영화 「킬링 로맨스」 중도 하차 후기:
내게 남은 유일한 행운은 아무도 나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은 것

 

영화를 다 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후기를 쓰나?

싶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감정을 산화시키지 못할 것 같아서 중도 하차 후기라도 주절거린다.

킬링 로맨스. 병맛이라는 건 알고 보게 된 영화였다. 한때 극장에 킬링 로맨스가 걸려 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나름 핫했는데 조금씩 떠내려오는 영화 후기를 보면 이상한 내용임에도 빠져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한 내용의 영화를 굳이 돈을 주고 영화관에 가서 보고 싶지 않아서 당시에 SNS의 흐름에 동참하지는 않았는데, 독일 동유럽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왓챠에 킬링 로맨스가 들어와 있었다. 정말 이런 영화들만 쏙쏙 골라서 들여오는 것 같은 왓챠.

 

치킨도 시켰겠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의 첫 영화는 킬링 로맨스를 보기로 결정했고 결국에는 종료 1시간을 남기고 중도 하차해버렸다.

 

 

 

 

그러니까 불호후기 싫은 사람들은 보지 말아주세요.

 

 

 

 

B급인지 D급인지

처음 시작부터 내용은 B급처럼 흘러간다. 이하늬가 섬까지 가게 되었을 때의 내용은 나름 괜찮게 봤다. 그리고 이선균이 나와 황여래가 이 섬에서는 욕이라는 말을 했을 때부터 나의 개그 코드와 맞지 않는다는 삘이 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 웃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다 싸구려 개그 감성, 방귀 뿡 껴서 사람 웃기는 정도의 저질 개그로 느껴졌다. 특히 이선균을 찜질방에 넣어서 죽이려고 할 때 암호랍시고 반복해서 말하는 네 글자의 뭐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0년대의 옥메와까(옥동자 메가톤바 와일드바디 까마쿤) 광고라도 보는 것 같았다. 촌스럽고, 억지로 웃기려 하고,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다. B급도 아무거나 B급인 게 아니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B급은 나를 차버린 스파이, 데드풀, 이런 류지 이건 그냥 D급이다.

 

거기에 더해 영화의 내용은 황여래가 가정폭력을 일삼는 조나단을 죽이려는 내용으로 여래가 당하는 다양한 폭력들이 영화에 녹아 있었다. 그중에서 아내를 구석에 세워두고 토마토를 던지는 장면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나는 현실에 있었던 일을 영화로 만드는 걸 무조건 반대하는 쪽은 아니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판점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킬링 로맨스가 그랬다. 애초에 장르가 코미디라서 여래가 당하고 있는 온갖 폭력들이 가볍고 우습게 다뤄지는데 나는 웃음이 나오기는커녕 표정은 점점 더 얼음장이 되어갔다. 게다가 황여래의 팬으로서 여래를 돕겠다던 공명은 4수생이면 자기 앞날이나 걱정해야 할 텐데 여래 옆에 붙어다니다가 결국에는 죽음의 위기를 맞이한 조나단을 몇 번 구해주기까지 한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소위 '사이다'를 원했던 것 같다. 물론 일반인이 사람을 죽이는 데에 거리낌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만 애초에 장르가 코미디 아니었나? 가정폭력은 실컷 웃긴 요소로 버무려서 내보내지 않았던가? 조나단의 행패는 계속되고 여래는 그걸 당하면서 조나단을 죽이고 자유를 되찾으려 하는데 또다른 남자가 그걸 자꾸 방해한다. 속이 터져 죽어버릴 것 같았다. 결국 여래가 바닥에 끌려가는 장면이 지나가고 얼마 있지 않아 X버튼을 눌렀다. 원래 한 번 접하기 시작한 것은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서 킬링 로맨스도 웬만치 참고 끝까지 보려고 했는데 이보다 더 많이 보았다가는 내 기분만 불쾌해질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조나단은 죽지도 않고 뭔 타조가 나와서 뭐시기나 한다고 하고. 별로 볼 것도 없는 내용이었다. 영화를 중도 하차하고 나서도 영화로 인한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아서 시카고나 보면서 나의 기억과 눈을 정화했다. 대재앙은 황여래의 발연기가 아니라 킬링 로맨스였다. 그 재앙 속에서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아무도 나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았으며 이 재앙에 발을 집어넣은 원인은 오로지 나 자신이라는 점이었다. 만약 이걸 누군가가 추천해서 보았더라면, 나는 나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준 누군가를 아주 많이 원망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