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
뮤지컬 「레드북」 관람 후기 민경아, 송원근, 홍우진, 한보라, 원종환, 김승용2025. 10. 19.유니버설아트센터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노래가 좋다는 이야기를 일찍이 들었던 레드북. 이번에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다시 상연하게 되어 찾아보니 빅토리아 시대 런던을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라는 내용을 발견해 흥미가 커졌던 극이다. 마침 레드북을 보고 싶어 했던 친구가 둘이나 더 있어서 날짜를 맞춰 함께 보게 되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혼자만 보면 뮤지컬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누군가랑 말할 수 없다는 슬픔에 무척이나 외로운데(시라노가 딱 이 경우였다). 비록 예매 수수료가 환불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연이은 예매와 취소 행렬로 인해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그래도 최종적으로 잡은 A구역 5열 6번은 ..
록산 게이 「나쁜 페미니스트」 후기: 언제쯤 '옛날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교환독서 세 번째 책은 나쁜 페미니스트. 이 책을 사 둔 지 어언 n 년이 지났는데 책장 한구석에 박아두고만 있다가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책을 완독한 지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책을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그때는 지금보다 얻는 게 더 많았을까? 싶은 것. 내가 처음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아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내용 자체가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다. 물론 내가 비문학을 거의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내가 이 책의 첫 장을 펼치면서 기대했던 내용과 실제의 내용이 꽤 달랐기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
정대건 「급류」 후기: 도대체 한국 베스트셀러의 기준은 무엇인가최근 꽤나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급류를 드디어 읽었다. 읽기 전부터 다른 사람의 리뷰를 봤던 친구가 내 취향은 아닐 거라고 말해줬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교보문고에서 평점이 4.7인 이유가 있을 거 아닌가? 2025년 도서전에서도 크게 홍보를 했던 걸 보면 민음사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 그렇게나 프로모션을 했던 거 아닌가? 그리고 지금의 나는 대체 급류가 왜 유명한지 이유를 너무나도 알고 싶다······.만약 내가 이 책을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며 갇혀서 읽지 않았더라면 과연 끝까지 읽기는 했을지, 읽더라도 얼마나 걸렸을지 감이 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완전 불호라는 소린데··· 어떤 면에서 보면 예전에 나의 악플이 가득했던 구의 증명보다 ..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후기: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가장 필요한 것 예전부터 궁금했던 눈먼 자들의 도시를 교환독서로 읽었다.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목의 의미를 유추하면서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게 은유적인 의미가 아닐까, 눈이 있지만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까 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눈이 멀어버리는 질병으로 인해 발생된 아포칼립스 소설이었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주제는 내가 상상한 내용이 맞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분량이 꽤 되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 싶었는데, 내가 워낙 아포칼립스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인류가 모두 눈이 멀어버렸다는 독특한 상황에 전개가 어떻게 될까 너무 궁금해서 생각보다는 금방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둘러싸..
드디어 오랫동안 위시에 있던 양귀자 씨의 「모순」을 읽었다. 독서모임을 시작했던 초반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눈 깜짝할 새 읽어버릴 만큼 엄청 흥미진진하게 읽었기에 「모순」에 대한 기대도 컸다. 작가가 1998년에 펴낸 이후로 나소내금보다 훨씬 더 상위권 랭킹을 계속 차지하고 있는 책이니 그만큼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보다도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니 읽고 싶어질 수밖에. 이번 책은 독서모임에서 조금 독특한 방식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바로 교환 독서. 함께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 세 명이서 실물책 세 권을 돌려 읽으며 책에 메모를 하는 것이다. 나도 모순을 읽으며 나의 생각을 적고 마음에 드는 문장에 열심히 밑줄을 쳤다. 다음으로 이 책을 ..
호프 자런 「랩 걸」 후기: 성공 뒤의 열정과 노력 어느덧 마지막 독서모임 책이 다가왔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정말 많아 보였는데 이걸 결국 해낸 나 자신에게 박수를! 하지만 마지막이라서 그런 건지 10주 차의 선정 도서 페이지가 400페이지가 넘어가서 마음속으로 강사님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다른 책들도 한 주에 책 한 권을 다 소화하느라 허덕거렸는데 400페이지라니요. 저는 백수가 아니란 말이에요. 만약 갑작스럽게 잡힌 대선으로 인해 한 주 휴식이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책을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비극적이게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과학 분야에 그리 관심이 없는 인간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나도 과학을 위해 작가처럼 혼신을 다하고 싶다거나, 새로운 사실의 발견을 ..
2025. 5. 영화 정산 펄프 픽션(1994)파과(2025) 펄프 픽션(1994) - 2025. 5. 4. 더보기■ 스포일러 주의 꽤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이걸 이제서야 봤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이던데 이전 그의 저수지의 개들을 보았던 때를 생각하면 감독의 취향을 알 것도 같았다. 펄프 픽션이란 싸구려 종이에 인쇄된 소설들. 특히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기에 짧은 내용 안에 자극적인 스토리를 구겨 넣었다던데, 그러한 펄프 픽션을 고스란히 영상화했다는 감상이다. 내용 자체가 엄청나게 획기적이고 재미있다기보다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구조가 참신했달까? 처음 주인공처럼 등장한 캐릭터는 나중에 허무하게 죽고, 조연인 줄 알았던 캐릭터가 나중에 뜻깊은 대사를 하고 그런 식. 사실..
권여선 「각각의 계절」 후기: 사람의 취향도 제각각 독서모임 9주 차의 책. 권여선 작가의 「각각의 계절」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후기에서 쓸 말이 그다지 많지 않다. 못 썼다는 건 아니지만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뭐랄까, 읽으면서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비난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고, 「구의 증명 」을 읽고 독서 모임에 갔을 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2시간이 부족할 정도였지만 이번 독서 모임은 심심했다. 관심이 가지 않는 대상에 대해 좀 쥐어 짜내서 말하게 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싫어하는 건 콘텐츠로라도 소비할 수 있는데 이건 그럴 건덕지조차 없다니. 강사님 말씀으로는 2023년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 1위로 「각각의 계절 」이 뽑혔다는데 나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이래서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