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각각의 계절」 후기: 사람의 취향도 제각각
REVIEW/BOOK REVIEW 2025. 6. 17.
권여선 「각각의 계절」 후기: 사람의 취향도 제각각
독서모임 9주 차의 책. 권여선 작가의 「각각의 계절」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후기에서 쓸 말이 그다지 많지 않다. 못 썼다는 건 아니지만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뭐랄까, 읽으면서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비난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고, 「구의 증명 」을 읽고 독서 모임에 갔을 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2시간이 부족할 정도였지만 이번 독서 모임은 심심했다. 관심이 가지 않는 대상에 대해 좀 쥐어 짜내서 말하게 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싫어하는 건 콘텐츠로라도 소비할 수 있는데 이건 그럴 건덕지조차 없다니. 강사님 말씀으로는 2023년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 1위로 「각각의 계절 」이 뽑혔다는데 나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이래서 내가 작가가 아닌 걸까. 이 책이 왜 평가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각각의 계절」은 우리의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평범한 삶 속 이야기를 전한다. 그저 그들의 삶을 말 그대로 '보여줄' 뿐이라고 해야 할까. 그랬기에 작가가 이 내용을 통해서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보통 나는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읽어내고 싶어하는데 그게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소설의 주인공들이 내 또래라기보다는 이미 오랜 세월을 살아낸 중년들이었기에 그들의 생각과 감성을 더 읽어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실버들 천만사' 같은 가사, 나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책의 내용도 아닌 작가의 편지의 내용이었는데, 바로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필요하지요'에 대한 설명이었다.
자, 그럼 하나하나 단편을 보도록 하자.
- 사슴벌레식 문답: 사실 처음 이 문답을 보았을 때는 삶을 살아가는 데 꽤 좋은 태도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디로 들어온 거야? 어디로든 들어와. 굳이 골머리 썩히지 말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한 담담함은 내 삶에도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소설이 말하고자 싶은 바는 그와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 나는 이 다른 방향의 해석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람이 살다 보면 가까웠어도 멀어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서 어떡하라는 말인가요?
- 실버들 천만사: 일곱 편의 단편 중에서 그나마 나에게 와닿았고 공감할 수 있는 단편이었다. 나도 장녀고 엄마가 있으니까. 특히 몇 개월 후에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계획중이라서 더욱 그랬다. 우리 엄마도 나에게 너무 과분한 사랑을 보낸다. 때로는 그게 너무나도 불편하다. 엄마도 그냥 나와 동등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다 즐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는 반희처럼 우리 엄마도 고기를 구우면 나에게 살코기를 주고 자신은 뼈에 붙은 고기만 먹고, 복숭아를 깎아도 맛있는 과육은 내게 주고 자신은 씨에 붙은 과육만 먹는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곧 있을 여행에서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OO 씨라고 불러보면 어떨까 하는 작은 상상을 하고 있다.
- 하늘 높이 아름답게: 음. 한 사람이 죽고 나서 그녀에 대한 이런저런 비밀을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지 않았다.
- 무구: 친구 사이에 멀어지고 그럴 수도 있지. 주인공의 양가적인 감정이 사실은 그렇게 와닿진 않지만 뭐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 에서 감상이 더 나아가지 않았다.
- 깜빡이: 이 소설 속 어머니 같은 사람이 별로다.
-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이 소설 속 어머니 같은 사람도 별로다. 솔직히 이게 제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읽으면서 기분 나쁘기만.
- 기억의 왈츠: 시큰둥하게 읽어서 그런건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이것도 잘 모르겠다.
쓰고 나니 악담만 남은 기분······. 독서모임의 단점은 나와 안 맞는 책도 억지로라도 읽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반대로 독서모임의 장점은 나도 모르고 있던 나의 독서 취향을 찾을 수 있다는 점 같다. 아무래도 나는 에세이나 다른 사람의 평범한 삶을 보는 게 재미가 없나 보다. 영상으로 따지면 인간극장과 비슷한 장르라고 해야 하나. 특히 그 사람의 삶 속에서 건져낼 게 별로 없어 보이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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