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Light Pink Flying Butterfly 전시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관람 후기

전시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관람 후기

REVIEW/PERFORMANCE·EXHIBITION REVIEW 2024. 8. 8.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CAT-ch me if you can

2024. 5. 3.~2024. 8. 18.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2024. 8. 3.

고양이를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벼르고 벼르던 고양이 전시를 다녀왔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처음 방문인데 신기하게도 경복궁 부지에 함께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고궁 근처나 내부에 전시관이 있는 경우는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날씨는 매우 화창했다. 화창하다 못해 폭염 경보까지 떨어진 탓에 다니느라 고생할 정도였다는 게 문제였지만.

 

 

덕분에 사진은 아주 잘 찍혔다.

 

포스터의 춤을 추는 듯한 글씨체는 마치 부드럽게 휘적거리는 고양이의 꼬리를 연상하게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전시작품 중에 포스터의 글씨와 매우 흡사한 검은 고양이 네로 포스터가 있었다. 아마 그 포스터의 글씨체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방문한 국립민속전시관의 내부는 아주 깔끔하고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숙소에 짐을 두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 왔는데 물건을 넣어둘 수 있는 사물함의 개수도 넉넉했던지라 큰 어려움 없이 짐을 맡기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고양이에게 홀려 온

우리 인간들을 깨우치기 위해 이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전시실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 붙어 있던 전시 설명. 고양이에 대해 재치있게 설명하는 말투에서 전시를 기획한 사람이 고양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잘 느껴졌다. 물론 이후 전시 콘텐츠들에서도 느껴졌고.

 

전시의 내용은 약 4개 정도로 나뉘어 있었던 것 같다. 

고양이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 예로부터 함께 해왔던 고양이의 역사 / 반려동물로서의 고양이 / 고양이와 죽음.

평소에도 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많은 덕에 전시의 내용 중에서 특별하다 싶은 내용이 엄청 많지는 않았지만 고양이에 대한 내용이니 마냥 좋았다. 

고양이를 나비라고 부르게 된 이유가 잔나비, 즉 원숭이의 움직임을 닮아서였다는 새로운 사실도 있었고 옛 조상들의 고양이에 관한 글도 접해볼 수 있었다.

이규보 선생님 대체 얼마나 쥐 때문에 열받으셨으면 이런 일기를 써서 후세까지 박제되셨나요?

 

 

묘마마 ㅠㅠ

 

글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고양이의 쓸모는 '쥐를 잡는 것'에만 한정되었는데, 이 일을 수행하지 않아서 고양이를 다그치는 글도 많았지만 '쓸모없지만 귀여우니 키울 거임' 하는 글들도 보여서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사람들은 비슷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고양이를 잡아먹으면 어디에 좋다더라~ 하는 안좋은 전설을 모아둔 부분도 있었는데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ㅠㅠ 고양이가 나오는 옛날 공포 영화도 상영되고 있었는데 스토리를 보니 억울하게 죽은 주인을 위해 복수하려고 인간으로 둔갑한 고양이가 나오는 내용이었다. 아마 개가 나오는 소재였으면 개의 충직함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 같은데 고양이여서 다눈히 공포에 초점이 맞춰졌나 싶고. 지금도 완전히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예전보다 고양이의 처우가 나아져서 다행이다.

 

 

의외로 마음에 들었던 코너는 고양이에 관한 책을 모아둔 코너였는데, 그중에서도 어렸던 고양이들이 자란 모습을 담은 책이 가장 흥미로웠다. 앉아서 쉴 수 있는 테이블에는 고양이의 시점으로 찍은 영상이 송출되고 있어서, 친구와 함께 영상을 시청하고 책을 읽었다. 작고 볼품없던 아이들이 의젓하게 큰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어떤 애들이 어릴 때나 크고 나서나 너무 똑같이 생겨서 귀여웠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

나라별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칭하는 단어를 소개한 코너였는데(우리나라는 집사나 캔따개), 그중에서 중국은 '똥 푸는 관직'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가 있었다. 너무한듯? ㅋㅋㅋㅋ

그리고 베트남에서는 12지신 중 토끼 대신 고양이가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도 고양이 줘.

 

마지막 코너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들이 사용하던 밥그릇이나 장난감 등을 찍은 사진과 고양이의 뼛가루로 만든 소품 사진, 그리고 재개발구역이 되어버린 고양이들의 터전에서 고양이들을 이주시키기 위한 프로젝트 영상이 전시되었는데 결국 여기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고양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져버려서······. 나도 나중에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까? 어릴 적부터 고양이를 키우는 게 내 인생의 워너비였는데, 돈도 돈이라지만 나보다도 먼저 떠날 고양이를 생각하면 차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새로운 볼 게 엄청 많은 전시는 아니었지만 고양이 사진도 많이 보고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온 곳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온 전시였기에 기분 좋게 둘러보고 나올 수 있었다. 게다가 무료라구?

 

 

 

 

고양이 전시 관련 굿즈는 아니지만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이런저런 예쁜 굿즈들을 팔고 있어서 몇 개 집어왔다. 특히 저 독도 뱃지가 완전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고양이와 관련된 전시가 많이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고양이는 지구를 정복해도 충분할 만큼 사랑스러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