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Light Pink Flying Butterfly 「프랑켄슈타인」, 신을 향한 도전

「프랑켄슈타인」, 신을 향한 도전

REVIEW/BOOK REVIEW 2024. 6. 17.

 

 「프랑켄슈타인」, 신을 향한 도전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니다

젤다가 주인공이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는 '프랑켄슈타인'이 머리에 못을 박은 초록색 괴물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이었고, 진실을 알게 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SNS에서 내용을 접하고서였다. 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프랑켄슈타인이 단순히 고딕 호러 장르라고만 생각하고 그다지 관심을 주지 않았었다.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정확히 따져보자면 뮤지컬 「드라큘라」가 바로 그 시작이었다. 몇 달 전 처음으로 드라큘라를 봤는데 내 기대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재미있었고, 한동안 드라큘라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했다. 집에서도 늘 드라큘라 수록곡을 듣고 있다가 자연히 배우들이 참여한 다른 뮤지컬 음악도 듣게 되었고, 나아가 유튜브 알고리즘이 들려주는 대로 온갖 뮤지컬 음악들을 듣고 지냈다. 그중에서도 「난 괴물」로 알고 있었던 프랑켄슈타인이 내 음악 취향에 맞았다. 그에 더불어 내가 '드라큘라' 역으로 보고 싶었던 배우가 곧 있을 프랑켄슈타인 뮤지컬에 참여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 프랑켄슈타인 뮤지컬을 반드시 봐야겠다. 그런 다짐을 한 나는 프랑켄슈타인 넘버들을 무한반복으로 들었고 이제는 웬만한 가사를 외우고 있을 지경이 되었다.

그에 더해서 내가 마스터링하게 된 오리엔트 특급의 공포 캠페인에 사람을 살리는 데에 사명감이 투철하고 의학 연구에 매진하는 의사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다. 아무래도 한동안 듣고 다녔던 프랑켄슈타인 넘버의 영향이 컸다.
캐릭터를 짰으니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를 찾아다녔다. 1차 세계대전 속의 군의관, 당시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 의학의 발전 수준 등등등... 그러다가 어서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뮤지컬에도 캐릭터 조형에도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이런 내용이리라고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상상하지도 못했던 '공포' 소설

책을 전부 읽을 때까지도 나는 프랑켄슈타인이 공포소설이라고 생각하질 못했다. 뮤지컬 노래를 들으며 내게 각인되어 버린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성격과 서사가 머릿속에 깊이 박혀버렸기 때문이었다. 분명 서문에 괴담을 써보자는 이야기로 시작된 내용이라는 사실도 나와있었고 몇 년 전만 해도 내 머릿속의 프랑켄슈타인은 초록얼굴에 사각턱, 머리에는 대못을 박고 몸을 이곳저곳 기운 괴물이었는데도 매일같이 듣고 다닌 음악의 가사와 배우들의 연기가 나의 기억을 모조리 다 덮어씌워버렸다.
 
그 때문에 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라? 내가 생각했던 건 이런 내용이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 나보다 조금 먼저 프랑켄슈타인을 읽었던 친구가 뮤지컬 속 빅터와 앙리가 왜 그렇게 엮이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뮤지컬 노래만 들었던 나는 '응? 상당히 엮일 만한 서사 같던데?' 라고 생각했었는데 원작을 읽고 나서야 그때의 친구가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노래로 내용을 유추해보자면 뮤지컬은 원작의 내용을 상당히 비틀어버린 내용인 것 같았다. 심지어 앙리의 성마저도 달랐다. 뮤지컬의 앙리는 '앙리 뒤프레'이지만, 원작의 앙리는 '앙리 클레르발'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그 외에 다른 등장인물들도 이름이 다르거나(어쩌면 캐릭터 자체가 아예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겪는 사건들도 너무 달랐다. 특히 나는 어쩌다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인물이 생명 창조라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게 되었는지, 앙리와의 관계는 어땠는지 등이 궁금했는데 정작 책에서는 그런 내용이 많이 나오질 않았다. 레퍼런스로서의 책을 잘못 고른 듯한 기분이기는 했지만 원작이 전달하는 내용 또한 나의 흥미를 자극했기에, 원작은 원작으로서 의 재미를 가지고 변형된 뮤지컬은 뮤지컬만의 또 다른 재미를 가지지 않았나 싶어졌다. 결론적으로 나는 한 가지 테마를 두 가지의 다른 맛으로 맛본 것이니 이득일지도?

비록 내가 뮤지컬을 직접 보지도 않고 음악만으로 내용을 상상한 것에 불과하지만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스포일러를 당했다고 느끼도록 하지 않기 위해!! 접은 글로 기록해두었다.

 

더보기

내가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뮤지컬 음악과는 다른 내용에 꽤나 놀랐었다. 빅터는 전쟁영웅이 아니라 어린 대학생이고,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앙리 클레르발의 관계성이 완전히 달랐으며,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생명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이걸 좀 참고하려고 했었는데······.) 앙리 클레르발은 머리는 좋지만 생명과학 연구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청년에 가까웠고, 그랬기에 괴물을 만들어내기 전까지의 두 사람의 서사도 딱히 없었다. 빅터 대신 처형당한 앙리 클레르발의 몸을 가져다가 만든 괴물은 소설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묘지에 간 빅터가 물끄러미 시체를 바라보다 번뜩! 하고 깨닫고,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괴물을 만들어냈을 뿐······. 괴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쉽게 뚝딱 만들어버려서 조금 놀랐었다.

그리고 북극으로 향하는 장면···. 괴물이 나는··· 북극으로 간다. 라고 아련하게 말하는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소설 원작은 ㅋㅋ 어어 와봐라 나 먼저 간다? 쓰러지지 마? 고기 잘 챙겨먹고? 안그럼 못쫓아오잖아 ㅎ 하면서 약올리는 그런 느낌이어서 상당히 깼다··· 그걸 빅터는 또 쫓아가기도 하고······. 

원작 프랑켄슈타인은 주로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뮤지컬은 앙리로 만들어진 '괴물'의 시점에도 많은 중점을 둔 것 같다. 덕분에 뮤지컬을 볼 때 빅터만 말로만 전해졌던 내용들이 실제는 어땠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또한 빅터와 앙리 사이의 관계가 더욱 깊게 묘사되어 있는 점, 왜 괴물을 만들어내기로 했는지에 대한 고찰 등이 더욱 깊게 배어난 것 같아 이런 점은 뮤지컬이 더 마음에 드는 것 같다.

 

비록 작가는 지인들과 공포 소설을 써보자! 라는 계기를 통해 이 소설을 썼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단순히 공포 소설로만 다가오지 않았다. 내용을 읽어내려가면서 어떻게 이 시대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독교를 대부분 믿었을 시대에 신에게 대항하고 (비록 잘못되었지만) 생명을 창조해낸 남자. 그리고 연구자의 무책임함, 외모로 인해 소외받는 괴물의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에게 꽤나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특히 나에게는 괴물이 처음 빅터를 찾아와 자신이 그간 있었던 일들을 말하는 장면이 인상깊게 남았다. 인간 사회에 섞여들고 싶었던 괴물이 차게 내쳐지고 결국은 숲으로 도망칠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는 나의 동정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빅터의 말처럼 간사한 괴물이 거짓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당장 괴물이 말할 때에는 나는 쉽게 그의 사연에 이끌렸다. 정말 괴물이 빅터로 하여금 자신의 동족을 만들게 하여 파괴적인 악행을 저지르기 위해 가여운 사연으로 그를 꾀어내려 했던 것일까? 괴물이 죄 없는 인간들을 죽인 건 악행이 맞겠지만 이 또한 인간들에게 당했던 많은 모멸과 괴롭힘 때문은 아니었을지. 물론 보통 사람들은 그런 일을 겪는다고 해서 죄 없는 사람까지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괴물이 사람을 죽인 동기가 100% 그가 순수한 악 그자체이기 때문에, 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사망하고 배를 찾아온 괴물이 슬픔과 괴로움이 뒤섞인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이 있다. 그는 그간 자신도 괴로웠다는 말을 토로한다. 빅터와 괴물의 말대로 괴물이라는 존재는 원래 악하게 태어났지만 헛간에 숨어 살며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괴물 나름대로 자신의 악한 본질에 맞서려 노력했던 것은 아닐까···. 헛간에서 그가 보고 느꼈던 것들이 단순히 지어낸 이야기일지, 아니면 정말 있었던 일일지. 진실이 어땠을지는 작가만이 알겠지만 나는 괴물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마음이 있기를 바랐다. 악하기만 했더라면 마지막에 생을 마감하러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한편으로는 빅터도 불쌍했다. 잘못을 저지른 그보다는 죄없이 죽어간 그의 주변 사람들이 더 불쌍하지 않겠냐만은, 빅터가 괴물을 만들어냈을 때는 고작 대학생이었다. 20대 초반이면 매우 어린 나이 아닌가···. 비록 그가 무책임하게 만들어낸 생명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크나큰 업보가 있기는 했지만 그 업보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모두 다 죽고 죽을 때까지 평생 죄책감에 고통받을 정도의 일이었나!?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던 것 같은데,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권선징악에 한 만큼 되돌려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뒤늦게 바로잡아보려고 해도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이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인생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나마 그가 괴물의 반려자를 만들지 않은 선택은 그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의 범위에서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었다. 나는 괴물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를 만나면 더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기도 했지만, 빅터의 손에서 태어난 또다른 괴물이 어떤 성정을 가지고 있을지는 정말 알 수 없었으니까. 다만 두 번째 괴물을 만들기를 거부하며 그가 고찰했던 내용들을 첫 번째 괴물을 만들어내기 전에 생각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만이 남았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고난도 '대화를 좀 했더라면'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았을까? 처음 동생이 죽고 나서도 그는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만으로 자신이 저질렀던 일을 함구했다. 실제로 이야기를 해본 것도 아니면서! 끝까지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결과는 친한 친구의 죽음, 약혼자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왜 괴물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해서··· 죽음보다 더 나쁜 게 어디 있다고. 앙리까지는 그렇다 쳐도 결혼할 사람에게는 미리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명을 창조할 정도로 똑똑하고 현명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왜 괴물의 최후통첩을 듣고 그간 그의 주변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괴물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설령 본인이 살해당하는 게 맞았을지라도 왜 그 사실을 숨기고 엘리자베트와의 결혼을 강행한 것인지. 이게 빅터의 무책임이라는 결함인지 아니면 그냥 소설의 허점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는 복수해야겠다는 집념만이 남았고 가지고 있는 열정과 재능이 무색할 정도로 허무하게 마지막을 맞이했다.

 

과학자와 괴물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실제 생활과도 접목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팽개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니까. 아이를 가지면 자신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하나의 독립적인 생명이 생겨날 수 있으며 이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제 말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기를······.

 

내용을 다 읽고 나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후기들도 있던데···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물론 어셴든 같은 남작가가 쓴 내용과 비교하면 훨씬 나은 수준이지만, 엘리자베트가 자신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장면 말고는 잘 모르겠달까. 괴물이 '여자'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도 처음에는 왜 하필 여자일까 싶기도 했는데, 그가 헛간에 숨어 살며 청년과 이국적인 여성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감명깊게 느꼈나? 라고 생각하니 납득이 갔다.

 

책을 읽다가 중간중간 조금 지겨워지는 내용도 있긴 했는데 주로 프랑켄슈타인이 여행을 다닐 때를 묘사한 부분이었다. 나는 괴물의 사연이 궁금해··· 사건을 보여줘! 왜 이렇게 풍경 묘사가 긴 걸까. 했었는데 뒤늦게 알고 보니 메리 셸리가 남편과 여행을 다니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책에 녹여낸 거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넣어야지.

 

아무튼 원하던 바와는 꽤 다른 내용이긴 했지만, 프랑켄슈타인 원작의 내용도 상당히 흥미로워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읽었다. 바로 직전에 읽은 어셴든과는 전혀 달랐다! 감흥이 덜한 소설을 읽고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니, 이 책이 얼마나 잘 쓰인 책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신의 뜻에 순종하는 이야기보다는 프랑켄슈타인처럼 기존의 전통적인 신의 개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용을 좋아하는 것 같다. 데미안의 카인, 십자가에 못을 박은 드라큘라 등······.

 

내용이 다른 덕분에 프랑켄슈타인 뮤지컬은 이 내용을 어떻게 재해석했을지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다행히 이 글을 쓰는 지금, 내가 원하던 배우인 전동석, 박은태 캐스팅으로 티켓팅에 성공했다! (와아~) 당분간은 원작과 뮤지컬의 가사 내용을 곱씹으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