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Light Pink Flying Butterfly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 후기: 일단 도전해보고 평가하자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 후기: 일단 도전해보고 평가하자

REVIEW/BOOK REVIEW 2024. 11. 15.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 후기: 일단 도전해 보고 평가하자

 

SNS에서 내용이 좋다고 떠돌아다녔던 책을 빌렸다. 책도 얇고 글씨도 큼지막하길래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어쩐지 자기 계발서에 거부감(?)이 들어서 계속 집에서 묵히다가 반납 직전에서야 겨우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 책의 원제는 Everyday Resilience다. 

 

 

원서의 책 표지 어디를 봐도 '하버드'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쓴 게일 가젤이 하버드 의대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어서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이라는 제목이 붙었나 보다. 사실 원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닌데, 중간에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이랑 헷갈려서(하버드 자존감 수업??) 찾아보다 보니 알게 된 내용이다. 아마 이렇게 미국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라는 단어를 넣고, 자존감 수업처럼 비슷한 작명을 붙이면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해서 그런 걸까? 하지만 이런 제목을 지어서 회복탄력성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 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유익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면, 그리고 책을 파는 이들에게도 더욱 많은 수익이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니까 ^^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을 다 읽은 사람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

 

처음 글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렇게 심오하고 진지하게 읽을 생각은 없었지만 읽다보니 '어? 이거 기록 좀 해놔야겠는데.' 싶어져서 노션을 켜두고 기록을 하면서 독서를 이어나갔다. 그 덕에 왠지 편히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말이다··· 공부를 하는 기분이었다고 해야 할까? 때문에 책상 앞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유용한 내용들을 다 적어두었다.

 

회복탄력성은 쉽게 말해서 역경이 와도 쉽게 일어설 수 있는 회복력을 말한다. 예전에는 '고통받으면 유약한 인간이다!' 에서 '아픔에서도 배울 게 있다!'라고 말하더니, 요즘은 '고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나를 사랑하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깨우자!'의 흐름으로 변한 것 같다. 사실 책에서 엄청 특별한 솔루션을 제시해 준 건 아니다. 어찌 보면 다들 알고 있는 방법이고, 모르더라도 굳이 이 책을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너는 할 수 있어! 너도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있어! 우리는 충분히 변할 수 있어!' 하고 북돋아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방금 말했듯 이 책에서는 회복탄력성이 내가 가지지 못한 게 아닌, 이미 가지고 있으나 지금까지 계발해야 할 필요성을 모르고 살았기에 인지해지 못했던 힘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회복탄력성을 새로 얻어내야 하는 게 아니라 잠들어 있는 능력을 깨울 뿐인 것이다. 그 정도만 하더라도 마치 대단한 수행을 해야만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부담감이 줄어든다. 

 

책이 주로 말하는 내용을 몇 가지 꼽아보자면,

  •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거나 괴로운 일을 겪는 건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 우리는 언제든 회복탄력성을 키우고 뇌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
  • 나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자
  • 해결책으로 온갖 명상 제시
  • 내가 느끼는 고통과 감정을 인정하고 떠나보내자
  •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필수로 가지자

 

등등의 내용이었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려나'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해보지도 않고 별로라고 평가하기보다는 일단 도움이 안 될 것 같아도 해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실제로 예전에 시험공부를 할 때도 유튜브에서 누군가 알려준 방법을 해보며 '이게 될까' 싶은 의심이 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방법 때문에 짧은 시간 내로 합격하기도 했고, 죽을 때까지 긍정적인 감정 표현이라고는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할 줄 알았던 나 스스로도 부단한 노력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제시되어 있는 명상의 종류가 많았는데, 나는 지금까지 명상이라 하면 그저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우는 것만 생각했어서 이렇게 다양한 명상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나는 끈기와 인내심이 부족한 편이라 눈만 감고 있어도 금방 핸드폰이 보고 싶어져서 절대 못할 것 같은데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매일같이 꾸준히 명상을 하는 걸 보면 겉보기로는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것뿐으로 보이는 행위가 정말 어떠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이번에 해볼까 싶다.

 

책을 읽으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생겼다. 특히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면 낭비하는 기분이 들어 회사에서도 짬짬이 후기를 쓰거나 업무 외의 해야 할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쉬지 않고 밤늦게까지 영상을 만드는 등 충전할 시간을 주지 않는 성격이라거나,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쓰는 습관이라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인생의 방향성도 자연스럽게 함께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나는 인간관계에서 얻는 즐거움을 꽤나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소개된 훈련 방법 몇 가지를 시도해보기도 했는데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마침 이 책을 읽을 때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을 접해서 그 순간 기분이 확 가라앉으며 '대체 왜 그랬을까', '앞으로도 상대방은 계속 그러겠지' 등등의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최대한 책에 나온 대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 원인은 나에게 있지 않으며,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일일 뿐이고, 실제로 지금 내게 큰일이 난 것도 아니며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하니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다. 책에 소개된 대로 소소한 인간관계 속에서도 교류에 집중했더니 회사 동료들과의 대화도 평소보다 즐겁고 따듯하게 다가왔다.

 

나는 이런 긍정적인 경험이 오로지 책이 대단한 방식을 알려주어서 가능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저 단순히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스스로 알고 있던 방법을 실천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를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마침 오늘도 복잡한 업무에 잠시 짜증이 나려고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기도 했고 말이다. 

 

올해 초 엄마에게 내 후임으로 온 사람이 자기 스스로 알아보지 않고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줘야 하는 상황을 하소연한 적이 있었다. 가뜩이나 바쁜 시기였던 탓에 다른 사람까지 챙겨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고, 처음은 잘 알려주다가 나중에 자신이 검색해 볼 수도 있는 걸 나한테 묻기까지 하면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다른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중 한 분이 항상 엄마에게 많이 부탁해서 미안해하셨을 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능력이 되어서 제가 더 감사해요. 저한테 도움을 요청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예전에는 대체 왜 이런 상냥한 엄마에게서 나처럼 무뚝뚝한 사람이 나왔을까 이해가 가지 않았고 지금도 신기하지만, 엄마 또한 처음부터 저렇게 착하기만 하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남을 배려하고 한 발이라도 더 양보하려고 쉼 없이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 

 

반면 내 예전 상사는 밖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예민한 사람이었다. 걸핏하면 한숨을 내쉬고 사소한 것으로도 화를 잘 냈다. 자신의 성격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금의 개선의 의지도 가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어려워했다. 그곳이 첫 직장이었던 나는 그 사람이 까다로운 성격이라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근무지를 옮기고 나서 다른 까다로운 성격의 동료를 만나고 나서, 아무리 업무적으로 까다롭다 하더라도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친근하게 다른 사람을 대할 수 있구나 깨달았다. 

 

결국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도 우리 엄마와 같은 배려심 넘치는 사람들이 좋게 기억되겠지. 생각해 보면 내가 해외여행을 다니며 좋은 기억이 남았던 순간들도 타지에서 배려의 손길을 뻗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한 추억들이 내가 힘들 때 조금이라도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요소들이 되어준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경험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오래 끌어안고 가는 행동은 오로지 나의 선택이겠지?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보살처럼 "당신 또한 나처럼 행복하길 바랍니다"라고 빌어줄 자신은 없지만, 책에서도 나와 맞는 방법을 취사선택하여 해보라고 했으니 소소한 순간이라도 조금씩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