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오 프라텔로」 관람 후기 (2024. 8. 16. | 김도빈, 박영수, 조풍래)
REVIEW/PERFORMANCE·EXHIBITION REVIEW 2024. 9. 9.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 관람 후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김도빈, 박영수, 조풍래
2024. 8. 16.
링크아트센터 벅스홀(2관)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뮤지컬 뽕을 맞아 이런저런 뮤지컬을 보려고 살펴보다가 예매한 미오 프라텔로. 대학로 공연 중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보는 극인 것 같아서 이번에 보기로 했다.
서치 해보니 슈또풍 조합이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 같아서 그 사람들 회차로 예매했다. 마침 2차 캐스팅 프리뷰할인 기간이어서 40% 할인을 받을 수 있었고, 호불호가 어떻게 될지 몰라 찍먹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R석 대신 S석으로 갔더니 가격은 33,000원이었다.
S석으로 간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선택을 더 잘했더라면 아예 이 극을 보러 가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애초에 전날에 공연 전 약속이 잡혀 그냥 표를 취소하고 친구들과 더 오래 놀까 엄청 고민하다가 취소 수수료도 수수료고 보기로 한 김에 한 번쯤은 보고 싶어서 그냥 취소하지 않고 보러 갔던 공연이었기에 더욱 큰 후회가 남아버리고 말았다.
방금 한 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미오 프라텔로는 내 감상에 불호를 찍어버렸고··· 앞으로의 후기도 불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니 미오 프라텔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굳이 이 글을 읽어 기분이 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람.
하지만 이날도 뮤지컬을 보러 가기 전에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으므로 그 이야기부터 하겠다.
2024. 8. 16.
이번 친구들과의 만남은 순전히 전날에 너무 재미있게 논 뽕이 빠지지 않아 갑작스럽게 주선된 일정이었다. 무려 출근을 해야 하는 나까지 반차를 감행하고 만남! 나뿐만 아니라 한 명은 집으로 내려가는 이른 버스를 취소하고, 한 명은 다른 친구들과의 약속을 마무리하자마자 우리에게로 왔다. 이런 예고 없던 약속이어서 만나는 곳도 그냥 다들 모이기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친구 하나가 다른 친구들과 두끼를 먹는 동안 우리는 멤버 중 한 명의 소울 푸드, 닭갈비를 먹었다.
신도림 근처에 뭔가 먹을 만한 게 마땅치 않았는데 그 사이에서 노력 끝에 찾아낸 닭갈비였다.
이름은 느루집!
무난하게 괜찮았음!!
식사를 마친 이후 근처에서 노래방을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일러 노래방이 문을 열지 않은 이슈로 영등포까지 가서 노래방을 갔다.
문제는··· 몰랐는데 여기 완전 어둠의 골목이었다. 친구가 말하기를 노래방에서 방의 ㅇ이 ♡로 쓰여 있는 건 안 좋은 업소라는데 영등포에 그런 노래바♡이 엄청 많았다. 우리나라 성매매 불법 국가 아니야? 경찰들 뭐 하냐?
다행히 동전노래방에 룸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다른 약속이 있던 친구 한 명도 합류함.
이곳은 아직 지폐 노래방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여럿이서 노래방에 가니까 넘무 재밌었다!! 오늘도 일반 가요와 오타쿠 노래와 뮤지컬 넘버를 불렀다. 나는 한 명의 빅터가 되어 샴괴를 살렸다가 괴물이 되기도 했고 '나'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 둘의 노래를 들어버린 여자들이 원작 볼 생각은 안 하고 우리 노래가 엄마(알에서 까고 나온 새끼가 옆에 있는 새를 보고 엄마로 착각하는 것처럼 처음 접한 인물이 공식이 되어버린다는 친구의 표현 인용)가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프랑켄슈타인에게 미안해졌다.
엄청 긴 아침과 밤의 이야기로 2시간의 노래방 여정을 마무리하고(내가 예약하고 친구에게 마이크를 줬는데 친구가 ???하다가도 나중엔 진심이 되어서 다른 친구에게 화음 안 해줬다고 꼽줌 ㅋ) 보드게임을 하러 갔다.
전날 테라포밍 마스로 경쟁 게임을 했으니 이번에는 데드 오브 윈터로 협력 게임을 했다. 단 한 번도 성공해보지 못한 그 게임.
레드버튼 브라우니가 맛있대서 친구 한 명이랑 같이 나눠먹었는데 맛있는 거 인정!!!! 함!
나는 이 날따라 무수한 생존자 카드를 뽑아서 누구 한 명은 생존자 하나를 굴리고 있는 동안 나 혼자 다섯을 굴리고 있었다. 샘플 확보를 해야 하는데 숫자 4~6이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걸까? 결국 지방에서 사는 친구는 차 시간 때문에 먼저 떠나고 나머지 네 명이서 계속 플레이를 이어갔는데, 다행히도 주사위 운이 따라줘서 처음으로 게임 승리를 하게 되었다.
···공동 목표만.
공동 목표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우리는 개인 목표라는 것을 완전히 망각해버리고 말았고, 우습게도 먼저 떠나 생존자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 친구만 개인 목표까지 달성해 진정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나머지는 그냥 생존한 사람이 되었다.
이후로 나도 친구들을 남겨두고 급하게 보드게임 카페에서 나와 대학로로 향했다. 저녁 식사도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닭가슴살 소시지(천하장사 st)로 때웠던 것 같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시간이 많이 없었지만 표를 수령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캐보 찍기까지 성공했다.
내가 보게 된 캐스트는 김도빈, 박영수, 조풍래 씨로 예술단 때부터 친구였어서 슈또풍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래도 오랫동안 합을 맞춰왔다면 뮤지컬 내의 케미가 보장되어 있을 것 같았다.
그보다는 마피아 뮤지컬이라는 사실만 알 뿐 뮤지컬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터라 대체 주인공의 이름들이 왜 저럴까 싶기도 했다. 뭔가······ 이름이 너무 귀엽고 깜찍하고 산뜻해 보임.
내 자리는 완전히 측면 자리였지만 역시나 S석이라고 해도 대극장 시야보다 훨씬 좋았다. 처음 시작할 때 스티비가 책상에 앉아서 타자기를 치면 공연 전 주의사항이 나오는데 '무단 녹화하면······ 죽입니다.' 같은 멘트가 확실히 마피아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후기를 써야 하는데······ 사실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마피아 루치아노의 후계자인 치치는 사실 노란 장미를 좋아하는 문학 소년이었고, 아버지는 어디서 데려온 써니보이라는 또래 아이를 치치보다 더욱 아꼈는데, 보스가 죽고 난 이후 치치는 마약 사업을 하는 등 루치아노의 기준에 반하는 짓을 하다가 납치당한다. 하지만 그는 살아 돌아오고 써니보이는 마피아를 그만두고 피자를 팔면서 생활하다가 치치를 챙기기 위해 사랑했던 플로렌스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가고······ 치치는 사실 자신이 아들이 아니었으며 써니보이가 진정한 루치아노의 친아들이었다는 걸 깨달았으며······ 어쩌고 저쩌고.
사실 스토리도 그렇게 특색이 없었고 노래도 좋다는 느낌이 오지 않은 데다가 내용이 너무 유치해서 나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심지어, 비록 낮에 노느라 체력을 쓰긴 했지만 뮤지컬을 보다가 그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잠들기까지 했다. 그래서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배우는 세 명이 나오는데, 이 세 명이 정말 많은 역할을 소화해 내는 건 흥미로웠다. 1인 2역 정도도 아니고, 심지어 1인 6역까지 한다고 한다. 이 중에서 써니보이는 여성인 플로렌스까지 연기해야 하는데, 서로 사귀는 사이인 써니보이와 플로렌스를 둘 다 연기해야 한다는 게 기묘하다(나는 나와 연애한다?). 하지만 여자 캐릭터까지 남자가 연기한다니 정말 남성에 쏠린 극이구나 싶기도 했다.
음악은 무난 무난. 사실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어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사실 제일 치명적이었던 건 유치뽕짝한 내용이었다. '무서운 넘버를 부르겠다'라는 가사를 듣고 관심이 하락······. 심지어 나는 이런 콘텐츠에 메타 소재가 어설프게 끼어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더 별로였다.
그리고 군만두······. 올드보이 패러디인 건 알겠는데 너무 별로였음. 웬 라스베가스에서 외국인들이 쿤만두 쿤만두 타령인지? ㅠㅠ 진짜 마음 개 차가워짐. 라스베가스에서 뉴욕으로 갈 때 뭔 군만두 하나 주면서 태워달라고 하기도 하고. 너무 올드한 개그 감성이어서 하나도 웃을 수가 없었다. 어설프게 웃기려 하니 더 노잼이 되어버렸다. 내가 봤던 뮤지컬들이 대체로 진중한 스토리고 나도 무거운 스토리가 취향인 편인데 나랑 코드가 안 맞는 개그를 보고 있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너무 쓸데없이 외국어를 남발한다. 스티비가 영어를 배우면서 욕으로 배우는 부분의 넘버도 그냥 그랬다. 한국어로 할 수 있는 거 굳이 굳이 영어로 섞어 쓰는 거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진짜 별로였다.
스토리도 그냥 여성은 하나도 없는(해봐야 버림받는 여성 포지션의 남자 배우) 남자밭 극이라 소외된 성별이 되어버린 것 같았달까.
그래도 대학로극들 중에서 인지도 있고 사람들도 많이 보러 가는 편인 것 같아서 나름 괜찮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예상이 제대로 빗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이 정도 사람들이 모이는 뮤지컬이 이것밖에 안 되는 극이면 다른 뮤지컬은 어느 정도라는 것인지.
······덕분에 프랑켄슈타인 뽕에 차서 대학로 공연들도 엄청 관심이 생기던 차에 미오 프라텔로가 나타나주셔서 내 관심에 찬물을 들이붓는 바람에, 그 이후로는 대학로 뮤지컬 예매를 하지 않았다. 아니 뮤지컬을 보다가 잠들어버릴 수가 있나······. 이걸 보고 나서야 사의 찬미가 꽤 잘 만든 뮤지컬이라는 걸 뒤늦게 더 깨닫게 되었고······.
차라리 표 취소하고 친구들이랑 노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 아쉽다. 그리고 이 후기를 쓰면서 불호후기도 결국 작품에 대해 감상을 풀고 싶다는 어느 정도의 이끌림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후기 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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