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유럽 여행] #10. 독일 드레스덴: 슈니첼 맛집 아우구스티너 안 데르 프라우엔키르헤 Augustiner an der Frauenkirche
TRIP/2023 독일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2023. 12. 6.
[독일 동유럽 여행]
#10. 독일 드레스덴: 슈니첼 맛집 아우구스티너 안 데르 프라우엔키르헤 Augustiner an der Frauenkirche
두 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드레스덴. 다른 역과 마찬가지로 기차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파는 많은 가게들을 지나 출구를 찾았다. 점심으로 드레스덴 시내에 있는 맛집을 찾아 미리 예약해두었었는데, 일부러 여유롭게 예약을 해두었음에도 기차가 연착을 한 덕에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았다.
드레스덴 중앙역 안에서 보았던 신기한 광경. 어떤 여자가 연단에 서서 연설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쳐져 있는 줄 안에서는 무언가의 참여자들이 서서 카나페와 맥주를 즐기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독일어로 이야기해서 무슨 내용을 이야기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여자가 들고 있는 종이나 연단의 마크에는 DB라고 쓰여 있어서 독일 철도청이랑 연관된 무언가의 세미나 같은 것일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했다.
드레스덴 중앙역을 나오면 바로 트램 정거장이 보인다. 베를린과 같이 트램은 노란색이지만, 이곳의 트램 시스템은 별도로 굴러간다고 해야 할까? 베를린에서 잘 이용했던 BVG 앱(베를린 교통 앱)은 이곳에서 쓸 수 없다.
역에는 트램 티켓 판매기가 있었는데 몇몇 사람이 앞서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동안 내가 타야할 트램이 정거장으로 들어왔다. 독일은 트램 내에서 티켓을 살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일단 줄을 벗어나 트램에 탑승했다.
그런데 트램에 탑승하자마자 검표원이 검표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바로 타서 트램 내에서 티켓을 사려고 한다고 말해서 딱히 벌금을 물거나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후기에서만 보았던 검표원을 직접 만나는 순간이었다고 해야 할까?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을 탑승할 때 운전기사에게 돈을 내거나 카드로 금액을 지불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하이델베르크의 경우에는 운전기사가 확인하기는 했다)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몇 있는데, 이렇게 랜덤으로 검표원이 검표를 하곤 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면 티켓 확인을 안 하더라도 티켓은 늘 소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아무튼 트램의 뒤편으로 가서 티켓을 구매했다. 3유로가 넘는 돈으로 가격은 상당히 비쌌다. 3유로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회권 티켓을 사고 나서 티켓 펀칭기에다가 표를 넣으려고 시도하는데, 사이즈가 들어갈 사이즈가 아니었다. 펀칭기 앞에서 끙끙거리고 있으니 지나가던 남자가 표에 시간이 표시되어 있어서 펀칭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주었다. 아마 1일권 등의 티켓을 사용할 때만 이용권의 개시를 확인하기 위해 펀칭을 하는 것이었나보다.
티켓은 1시간인가 2시간동안 유효한 티켓이었는데, 몇 정거장만 이동할 예정이었던 나에게는 이 편도 티켓 가격이 꽤나 큰 비용처럼 느껴졌다.
트램에 내려서 마주한 드레스덴의 풍경. 과거에는 독일의 피렌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였지만, 세계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의 집중 포격으로 인해 많은 건물들이 무너지고 불탔던 도시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드레스덴의 모습은 재건 이후의 모습이고, 여전히 이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서 도시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재건과정 속에서, 독일인들은 건물을 새로 올리지 않고 불타고 무너진 잔해를 이용해 건물을 재건했다. 물론 새로 건물을 지어 올린 곳도 있겠지만, 드레스덴 구시가지에 포진된 많은 건물들은 위와 같이 화염의 그을음을 입어 검은 부분이 많다.
비록 예전의 모습을 일부 잃어버리고 만 도시지만, 나는 오히려 드레스덴의 이런 모습 때문에 드레스덴을 방문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검게 물들어버린 건물들은 오히려 유럽의 다른 나라 그 어느곳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다크소울 같은 다크 판타지에서나 나올 법한 건물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고풍스러우면서도 묵직한 이미지를 참 많이 기대했었고, 드레스덴은 나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해주었다.
정거장에서부터 얼마 걷지 않아 오늘의 레스토랑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프라우엔키르헤 교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교회 또한 세계 2차대전 때 소실되었다가 2005년에 다시 복원된 바로크 양식의 교회다.
가까이서 본 프라우엔키르헤 교회. 여행을 다니며 계속 느꼈지만, 유럽의 많은 건물들은 한 눈에 담기에 어려울 정도의 큰 몸집을 가지고 있어서, 정작 가까이서 보는 것은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가 참 어려웠다.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아래에서 위로 가까이 찍는 각도는 영 별로다.
그럼에도 이 건물들을 가까이에서 관람해야 더 잘 보이는 것이 있다. 가령 프라우엔키르헤 교회의 모자이크를 닮은 벽돌들이다. 베이지 색의 벽돌들 사이사이에 보이는 검은 벽돌들은 2차 대전 당시 무너졌던 프라우엔키르헤 교회의 잔해들을 주민들이 보관하고 있다가 새로 재건 공사를 하면서 이를 이용해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양식을 가지게 되었다.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옛날 전쟁의 피해를 입었던 잔해를 사용함으로써 경각심과 반성을 건물에 담고자 하는 마음이 참 인상 깊다.
미리 예약해두었던 아우구스티너 안 데르 프라우엔키르헤 Augustiner an der Frauenkirche는 이 프라우엔키르헤 교회 광장 바로 옆의 건물에 있었다. 처음에는 구글 지도가 알려준 대로 건물을 찾아갔는데, 간판은 있으나 문을 닫아서 꽤나 당황했었다. 알고 보니 가게를 이전해서 교회의 맞은 편이 아닌 교회 옆 건물에 운영중인 식당이 바로 아우구스티너 안 데르 프라우엔키르헤였다.
날씨는 좋았고 점심시간보다 살짝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예약했다는 말을 하고 야외 테이블을 잡았다. 처음에는 모르고 시간이 적힌 종이가 꽂혀 있는 자리에 앉았었는데, 직원이 와서 이 자리는 예약석이라서 1시간 후에 사람이 올 건데 괜찮냐고 물어봐주었다. 당연히 자리를 옮겼다.
아우구스티너 안 데르 프라우엔키르헤는 드레스덴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중 하나였는데, 여행을 떠나기 전 후기를 찾아봤을 때 점원이 불친절하다거나 인종차별을 한다는 후기가 있어서 조금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쓸 수 있을 정도로 드레스덴에 맛집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감수하고 예약을 해두었던 건데, 다행히 직원은 전혀 불친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식사를 하는 중에도 어떠냐고 물어봐주고, 계산할 때 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교회 앞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노이마르크트(Neumarkt) 광장이 있다. 인터넷에서 최근 후기를 봤을 때 아무것도 없이 휑하기만 해서 큰 기대를 하지 못했는데, 막상 내가 갔을 때는 많은 가게와 작은 관람차가 보였다. 베를린에서 식사할 때와는 달리 단체 여행을 온 듯한 아시아 사람들도 꽤 보였다.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그 광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순간도 여유롭고 즐거웠다. 뭘 하는지 클래식 음악도 함께 들려왔다. 역시 클래식과 함께 하는 유럽 여행. 전날의 우울했던 기억은 금방 희석되었다.
음식은 금방 나왔다. 내가 시킨 메뉴는 라들러와 돼지고기로 만든 슈니첼. 사실 둘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는 돈까스 중에서도 얇은 경양식 돈까스는 좋아하지 않는 편인 데다가 고기를 라즈베리 잼에 찍어먹는다는 발상 자체가 한국인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라들러는 전날에 먹었을 때도 '괜찮다'보다 좋은 감상을 받지는 못했기에 이번에도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다.
엄청나게 큰 슈니첼을 칼로 자르는데, 생각보다 엄청, 훨씬 부드럽게 잘렸다. 딱딱하고 바삭한 경양식 돈까스와는 달랐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썬 슈니첼 조각을 라즈베리 잼에 찍어 먹어보았다. 나름 큰 결심을 품고 먹어본 슈니첼은 놀랍게도 내 입맛에 잘 맞았다.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말이다. 어쩌면 내가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막상 먹어보았을 때의 감상이 훨씬 더 상향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점보다도 튀김옷을 입은 얇은 돼지고기가 엄청 부드러웠다. 튀김옷이 엄청 딱딱하지도 않았고. 바삭한 튀김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감자도 잘 안 먹는 편인데, 유독 독일에서 먹은 감자들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유튜브에서 독일 사람들이 감자를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를 보기는 했었는데 정말 매 끼니마다 감자가 끼어 있는 편일 줄은 몰랐다. 아무튼 내 입맛에 잘 맞으면 된 거 아닐까? 감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맛없다고 소문난 독일 음식이 생각보다는 괜찮을지도. 약간 새콤한 맛의 감자 샐러드 덕분에 큼지막한 슈니첼도 남기지 않고, 물리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또다시 벌의 공격. 전날에 베를린에서 학센을 먹을 때도 벌의 공격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벌의 공격을 받았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전날에는 레몬이 들어간 라들러가 문제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원인이 명백했다. 바로 라즈베리 잼 때문이었다. 비단 이 음식점이 아니라 야외에서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벌 공격의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 ㅠㅠ
얌전히 앉아서 식사하다가 벌의 출몰에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가고, 멀찍이 쳐다보고, 쏘일까봐 손을 휘저어 쫓아내지도 못하고 소극적으로 테이블을 덜컹거리며 벌이 떠나기만을 빌었지만 그들은 꿋꿋했다. 그렇지만 나도 최대한 꿋꿋하게 슈니첼을 다 먹고 라즈베리 잼은 최대한 내게서 멀리 놓아두었다. 음. 라들러는 역시나 큰 감흥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나쁘지 않게 마실 정도면 맛있는 맥주겠지. 사실 아우구스티너 안 데르 프라우엔키르헤는 슈니첼도 맛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모두가 한입을 모아 맛있다고 말하는 건 역시나 맥주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어제와 같이 직원을 빤히… 그윽하게 … … 쳐다보았다. 역시나 계산은 느렸지만 팁을 포함해서 지불하려고 금액을 말했는데 직원이 팁 불포함 금액을 찍어주길래 그냥 얌전히 그 금액만 내고 나왔다. 덕분에 기다린 시간이 너무 나쁘게 기억되지많은 않았다.
기다리면서 본 귀여운 강아지. 개 산책을 시키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식사를 마치고는 화장실도 들렀다. 자리가 많았던 야외석과 마찬가지로 내부도 상당히 크고 넓었다. 화장실도 아주 깨끗했다!
유럽은 화장실도 유료면서 더럽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는데, 나는 유럽 여행 동안 개더러운 화장실은 한 번도 못봤다.
이것도 행운이니라.
그리고 보통 화장실이 다 지하에 있다. 신기하다, 정말.
아무튼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식사를 마쳤다. 나중에 방문하게 될 오스트리아의 피그뮐러보다도 이곳이 훨씬 취향이었다.
풍족하게 배를 채우고 이제는 광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