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Light Pink Flying Butterfly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후기: 내가 이걸 보면 안 됐을지도…….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후기: 내가 이걸 보면 안 됐을지도…….

REVIEW/BOOK REVIEW 2025. 3. 12.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후기: 내가 이걸 보면 안 됐을지도…….

 

사실 말이다.

나와 같은 경우는 이 책의 제목을 확인하고 과감히 읽기를 포기하는 편이 맞았다.

왜냐고?

 

내가 바로 동생이 있는 장녀니까 ^^

 

 

이 책을 12월에 읽어놓고 이제야 리뷰를 쓰는 이유. 그다지 나의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후기를 적지 않고 흘려보내자니 내가 투자한 시간이 좀 아깝고. 크레마 클럽을 이용중일 때 이 책의 평이 좋은 것 같길래 담아두었다가 그리 두껍지 않은 편이라 2024년의 마지막 책으로 선정했었는데, 아무래도 크레마 클럽 평가를 믿으면 안 될 것 같다. 이후에 읽은 안드로메다의 고양이도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작가 오인칸 브레이스웨이트는 나이지리아 사람이다. 덕분에 이번에 나이지리아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는데, 검색해 보니 이 작가가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더라. 우리나라에서는 나이지리아 문화를 접할 방법이 많지 않은 편이라 책을 읽는 내내 등장하는 음식이나 스타일 등 나에게는 너무나도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 이걸 영어로 어떻게 쓰는지만 알아도 검색하는 데에 지장이 없었을 텐데 한글로 검색하니 검색결과가 만족스럽지도 않고 참 아쉬웠다. 나도 문화를 이해하면서 읽고 싶었는데!

 

책의 표지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는 남자를 죽이는 연쇄살인범 동생을 둔 주인공 코레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너무나도 아름다워 수많은 남자의 관심을 받지만 그런 남자들을 죽이는 동생 아율라. 그리고 살인의 뒷수습은 온전히 코레드의 몫이었다. 아율라가 왜 남자를 죽이는지 그 이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쾌락 살인으로도 보이기도 하지만 아율라의 과거에 아버지에게 당했던 학대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혹시 가해자에 대한 혐오가 아닐까, 하는 추측만을 할 뿐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직접적으로 나오는 현재의 아율라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든 수습을 언니인 코레드가 한다. 아율라처럼 미모가 뛰어나지도 않아서 어머니에게마저 차별받는 안타까운 코레드. 비극적이게도 모든 문제는 이 지점에서 일어났다. 아율라가 무슨 사고를 칠 때마다, 사고가 아닌 소소한 행동들을 할 때마다 언니에게 의존하는 그 행태가 너무나도 나의 취약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언니라고 해서 동생 뒤치다꺼리를 다 해야 하냐고! 코레드가 아율라를 낳기라도 했냐고! 나에게 의존하는 혈육을 두었던 나로서는 그 상황을 편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대체 아율라가 뭐가 예쁘다고, 아율라가 코레드에게 뭘 그렇게나 많이 해줬다고 코레드는 어렸을 때부터 아율라를 지키고 지금 이 순간 아율라가 종종 코레드를 무시하는 상황에서도 아율라를 보호하려는 것일까? 단순히 혈육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정말 비합리적인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아율라가 무슨 이유로 남자를 죽이는지도 모르고 그 이유를 단순한 쾌락살인으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나는 주인공의 행보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책 자체가 낯선 용어들의 향연에도 쉽게 읽히는 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흥미를 느껴 열심히 읽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 답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읽은 듯……. 하차라는 걸 좀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구나.

 

게다가 이 주인공. 답답하다고 이 사실들을 혼수상태 환자인 무흐타르에게 줄줄이 말한다.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냐고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이거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무흐타르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고 말더라. 다행히 무흐타르는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걸어주었던 코레드를 고맙게 여겨 그녀의 비밀을 지켜주기로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은 사이가 좋더라도 나중에는 틀어질지도 모르는 일이고.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 답답하다, 답답해.

 

그래…….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답답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간 것 같다. 일각에서는 이 책을 페미니즘적인 책이라고 하던데, 내가 페미니즘이라는 정의를 잘 이해하지 못한 걸까? 단순히 남자를 죽인다고 해서 이게 여성 서사고 페미니즘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만약 아율라의 손에 죽어간 남자들이 정말 죽을죄를 지었더라면 몰라도. 이걸 또 여성 간의 연대라고 칭하기에는 코레드의 일방적인 희생만이 점철되어 있었다.

 

좋았던 건 나이지리아의 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 이건 반성할 일이긴 한데 나보다 못 사는 나라라는 생각에 매몰되어 그들 또한 나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으리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SNS을 즐겨하고 유행을 좇는데.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레드와 아율라가 어렸던 시절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아율라가 훨씬 나이 많은 부족장에게 시집을 가게 될 뻔한다거나 하는 여성인권이 0%로 느껴지는 이야기들은 당연하지만 여자라면 모두 분노했을 것이다. 설마 지금까지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코레드가 짝사랑했던 타데는 아율라와 연애를 하다가 아율라에게 공격을 받지만 그녀에게 반격을 해 겨우 살아남는다. 하지만 타데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아율라의 주장으로 누명을 쓰게 된 타데. 그 사이에서 코레드는 결국 아율라를 선택한다. 대체 왜. 어째서? 정말? 혈육이기 때문에? 무슨 이득이 있어서? 아율라의 옆에 있으면 너의 자존감만 갉아먹힐 것 같은데도? 정말 이런 말밖엔 나오지 않았다. 제발 네 인생을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