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레쿠락 「히든 픽처스」 후기: 탐사자 짤 때 약쟁이로 만들면 재밌겠다
REVIEW/BOOK REVIEW 2026. 6. 7.
와 표지 너무 무섭게 생긴 거 아닌가요? 보통 책에 북커버를 씌우고 다닐 때 실용보다는 간지와 '나의 기분이가 좋음'을 위해서 끼고 다니곤 했는데 이 책은 정말 북커버가 필수였다. 이런 거 들고 다니다가 불특정다수에게 광역으로 불쾌감을 선사할 일이 있나.
이번 교환독서의 두 번째 책. 내용이 얇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그림이 생각보다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만큼 읽어야 할 실제적인 양이 페이지보다 적다는 뜻이니까. 실제로 내용도 잘 읽히는 편이라서 며칠 안 되어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장르가 '공포물'이라는 것만 알고 그 외의 정보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읽기 시작했기에 어떤 식으로 공포가 전개될지 궁금했었다. 현실적인 스릴러에서 오는 공포가 있고 귀신이 나오는 공포가 있고 코스믹 호러 적 공포가 있으니까. 돌이켜보면 공포물을 영화로는 몇 번 봤어도 책으로는 읽은 적이 거의 없었기에 더욱 궁금한 것도 있었다.
이 공포의 세부적인 장르가 무엇인지는 책의 중후반부에 도달할 때까지 긴가민가했다. 책의 주인공으로 설정된 '맬러리 퀸'이 마약중독자였다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으며, 옛날 한 연구에서 '시선에 대한 실험'을 했던 것도 진위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암시가 초장부터 깔려 있었으니, 이후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진짜 심령 현상인지 아니면 마약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맬러리의 환각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그 부분이 작가가 의도한 전개였겠지만! 한편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안 믿어주고, 남들이 다 미쳤다고 말하는 괴짜야말로 진실을 말해주고 따위의 요소들이 역시나 크툴루의 부름 탐사자를 떠오르게 했다. 모두가 미쳤다고 손가락질할 때 자신의 신념만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니⋯⋯.
전반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왠지 넷플릭스 시리즈 물에 올라가 있을 것 같은 미국 느낌 낭낭한(좋지도 싫지도 않은 표현임) 작품이었다. 특별할 것까진 없고 묘하게 친숙한 분위기의 느낌. 에이드리언의 등장과 맬러리와의 러브라인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초반에는 좀 흥미로운 편이었는데 어쩐지 진상이 밝혀지고 맬러리가 붙잡히고 나서부터는 흥미가 빠르게 식기는 했다. 공포 소설이란 무릇 호기심과 의심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는데 그러한 요소가 모두 해소되어서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뭔가⋯ 진부했다. 그리고 난 희생하는 주인공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 듯⋯⋯.
처음 부부에 대한 묘사가 등장할 때부터 이상하게 '난 너무 정상인임' '나는 미국 사회의 귀감인 정상 가정임'의 냄새가 풀풀 나서 도리어 의심스럽긴 했다. 근데 테드 새키가 맬러리의 침실에서 미친 짓을 하고 나중에 함께 떠나니 뭐니 지1랄을 하니⋯⋯ 참⋯⋯.
후반부 진상이 밝혀지면서 궁금한 게 있었는데, 여자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파란색을 싫어하고 분홍 계열을 좋아하게 되나? 아이가 납치되었을 때가 2살밖에 안 되었을 시기인데 학교갈 나이가 될 쯤에 보라색만 골라입고, 원래의 아버지를 찾아 돌아갔을 때 완전 '소녀소녀'한 모습으로 행복하게 지내는 걸 보고 갸우뚱하게 됐다.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는 걸까, 아니면 작가가 여자는 분홍을 좋아한다는 편견이 있어서일까. 물론 색에 대한 취향은 개인의 것이며, 여자나 남자를 막론하고 분홍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 수야 있지만 이런 식으로 복선을 깔아두었다는 건 사람들의 고정관념에서 기인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어져서 신경이 쓰였다.
언젠간 짧은 드라마나 영화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플롯이 뭔가 영상화하기 좋아 보여서 말이지. 아무튼 글 자체는 잘 읽히는 편이었어서 킬링타임용으로 잘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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